2026-01-14

도자기 주구(酒具)
중국 한자 가운데 술과 관련된 글자에는 모두 부수 ‘유(酉)’ 자가 붙는데, 그 수가 무려 예순 가지가 넘는다. 산(酸), 초(醋), 장(醬), 효(酵), 온(醞), 양(釀), 초(醮), 수(酬), 작(酌), 명(酩), 정(酊), 감(酣), 취(醉), 성(醒), 제(醍), 호(醐), 철(醛), 혹(酷), 훈(醺) 등이 그것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술을 담는 용기를 가리키는 것도 있고, 술을 빚는 과정을 묘사한 것도 있으며, 술의 제의적 기능이나 음주 후 표정과 눈빛에 비친 기분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것도 있다. 중국에서 술은 이미 6000년이 넘는 역사가 있으며, 이런 한자들을 통해 중국인이 예로부터 술을 얼마나 세밀하게 관찰해 왔는지 엿볼 수 있다. 특히 술을 마시는 데 쓰는 여러 가지 그릇 즉, 주기(酒器)의 변천만 살펴봐도 수많은 왕조와 장인·예술가의 정성이 깃든 정교한 손길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 기능은 담아서 저장하는 것에서부터 데우기, 식히기, 퍼내기, 따르기, 마시기, 즐기는 것까지 관련 명칭만 해도 서른다섯 가지나 된다. 재질 또한 도기, 자기, 옥, 청동, 유리, 짐승뿔, 대나무와 나무, 조개껍데기 등 매우 다양하다. 중국의 술 그릇은 비록 크기는 작지만 예(禮)라는 문화 체계 속에서 그 의미는 절대 가볍지 않으며, 문인과 아사(雅士)의 시문과 노래를 통해 그 상징적 의미 또한 한층 고양됐다.

이 북 모양 자기 온주기(溫酒器)의 사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왼쪽 용기에 뜨거운 물을 붓고 황주가 가득 담긴 오른쪽 잔을 그 안에 넣는다. 그다음 뚜껑을 덮고 뜨거운 물의 열기로 잔 속의 황주를 데운다.

이 온주기(오른쪽)는 중첩형 이중 구조로 설계돼 내부에 술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주전자가 있다. 그 주전자 주위의 틈으로 뜨거운 물을 부으면 술을 데울 수 있다. 또, 이 술 주전자를 놓는 목제 용기(왼쪽) 안에는 면포가 깔려있어 데워진 술의 온기를 오래 유지해 준다.
술과 관련된 중국의 유명한 시구로는 당(唐)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꽃 사이에 술 한 단지 두고, 상대하는 이 없어 홀로 마시네(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와 “인생이 뜻대로 풀릴 때는 마땅히 기쁨을 만끽해야 하니, 금 술잔을 비운 채 달과 마주하게 하지 말라(人生得意須盡歡, 莫使金樽空對月)”가 있다. 또 왕유(王維)가 지은 “그대에게 권하노니 다시 한잔하시게, 서쪽으로 양관을 벗어나면 그곳에는 친한 벗이 없을 테니(勸君更盡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 송(宋)나라 소식(蘇軾)의 “밝은 달은 언제부터 있었던가, 술잔을 들고 푸른 하늘에 묻노라(明月幾時有, 把酒問青天)”와 여류 시인 이청조(李清照)의 “두세 잔 맑은 술로 어찌 저녁 무렵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랴(三杯兩盞淡酒, 怎敵它晚來風急)” 등이 있다.
예부터 술을 마신 뒤 나오는 속마음은 낭만적 감성(风花雪月)과 인생의 희로애락·무상(悲歡離合)에 대한 정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처럼 농밀한 술 문화가 있어 엄격해 보이는 예법 속에서도 인간 본연의 진솔한 감정을 엿볼 수 있다. ‘막역한 친구와의 술은 천 잔도 부족하다(酒逢知己千杯少)’라는 말처럼, 두세 명의 지기(知己)와 마주 앉아 술잔을 나누며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인생의 즐거움은 없을 것이다.

중국에서 대표적인 전통 황주 가운데 하나인 사오싱주

펀주를 베이스로 십여 종의 진귀한 약재를 첨가해 정성껏 빚은 특색 있는 청향형 백주 주예칭(竹葉青)

유명한 농향형 백주 우량예

청향형 백주 훙싱(紅星) 얼궈터우(二鍋頭)
삼국(三國)시대의 효웅(梟雄) 조조(曹操)는 “무엇으로 근심을 풀겠는가? 오직 두강(술) 뿐이로다(何以解憂, 唯有杜康)”라고 말했다. 비공식 문헌에 따르면 “남은 죽을 뽕나무 아래에 버렸더니 오랜 시간 쌓여 향기를 내며 기이한 맛을 내게 됐고, 두강이 맛보니 달콤하고 맛있어서 마침내 술을 빚는 비법을 깨달았다(余粥棄於桑, 鬱積成香, 竟有奇味. 杜康嘗而甘美, 遂得釀酒之秘)”는 술의 기원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를 통해 두강의 술이 쌀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양조업계 종사자들은 두강이 술을 발명했다고 여겨 그를 술의 시조로 받들고 있다.
백주(白酒)는 일종의 증류주다. 증류와 양조 방식의 차이로 인해 중국의 백주는 매우 다양하게 발전했다. 술을 빚을 때는 먼저 콩류나 맥류 등 익힌 곡물에 균을 배양하거나 묵은 누룩을 이어받아 술누룩(酒麹)을 만든다. 이 술누룩은 효모균을 비롯한 각종 미생물을 배양해 전분을 당화시키는 역할을 하며,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성해 알코올을 발효시킨다. 술누룩은 술 제조의 중요한 촉매제로 발효에 필요한 온도와 습도, 공기 중에 존재하는 균 환경 등은 현대 기술로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요소다. 독특한 풍미의 원천은 결국 대대로 이어져 온 사람의 경험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중국 술 전승에서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술누룩의 크기도 달걀만 한 것에서 타이어만 한 것까지 다양하다. ‘삼복더위에 누룩을 만들고, 한파에 술을 빚는다(伏天製麴, 寒天製酒)’라는 말이 있는데, 누룩 제작에 비교적 높은 온도의 환경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누룩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은 균종 배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온도·습도·산소 함량 조절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풍미의 누룩이 만들어진다. 누룩의 변화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지역마다 자연환경과 제조 방식이 달라 ‘지역마다 누룩이 다르고, 누룩마다 향이 다르다(一地一麴, 一麴一香)’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향의 유형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고온에서는 향이 도드라지고 저온에서는 깔끔하고 은은한 단맛이 살아나는데, 현재 가장 뚜렷하게 구분되는 향의 유형으로는 장향(酱香)형, 농향(浓香)형, 청향(淸香)형, 미향(米香)형이 있다.
장향형 백주는 장류와 비슷한 깊고 풍부한 향이 특징인데, 구이저우(貴州) 마오타이주(茅臺酒)와 쓰촨(四川) 랑주(郎酒)가 가장 유명하다. 농향형 백주는 처음 입에 넣었을 때의 달콤함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이며, 쓰촨 루저우(瀘州) 라오자오(老窖) 특등급 곡주(特麴, 백주에서 최고 등급의 술) 우량예(五糧液), 구징공주(古井貢酒)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청향형 백주의 대표로는 산시(山西) 싱화(杏花)촌의 펀주(汾酒)가 꼽힌다. 미향형 백주는 부드럽고 은은한 향과 자극 없이 깔끔한 식감으로 유명하고 구이린(桂林) 싼화주(三花酒)와 샤오취미주(小麴米酒) 등이 대표적이다.
백주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환경에서 보관해야 해서 저장 장소 또한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일부 백주는 저장되는 동굴이나 갱도의 이름을 그대로 따와 제품명으로 삼기도 한다. 이른바 ‘땅이 영험하면 술 또한 뛰어나다(地靈酒傑)’라는 말이 결코 허언은 아닌 셈이다.

장향형 백주 랑주

농향형 백주 젠난춘(劍南春)

장향형 백주 마오타이

황주 중에서 으뜸으로 손꼽히는 화댜오주
중국 백주의 명칭과 정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이름만으로도 그 정체성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우량예는 이름 그대로 다섯 가지 곡물을 원료로 빚은 술이다. 백주의 종류와 명칭을 결정하는 데에는 누룩 종류와 저장 장소 외에도 산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마오타이라는 이름에는 ‘띠풀이 무성한 언덕’이라는 뜻이 담겨 있고, 랑주는 얼랑탄(二郎灘) 나루터에서 생산된 술이다.
당나라 왕한(王翰)의 <량주사(凉州詞)>는 중국 문학에서 포도주를 최초로 언급한 명시로 꼽힌다. “야광배에 담긴 달콤한 포도주, 마시려는 순간 출정을 알리는 비파 소리가 다그치네. 술 취해 전장에 눕더라도 비웃지 마오. 예부터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자 몇이더냐(葡萄美酒夜光杯, 欲飲琵琶馬上催, 醉臥沙場君莫笑, 古來征戰幾人回).” 그러나 중국에서 포도주를 빚기 시작한 역사는 이보다 훨씬 이전인 기원전 2세기 서한(西漢)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건(張騫)이 서역(西域) 사신으로 파견돼 가져온 포도 종자에서 비롯됐다.
이시진(李時珍)은 술을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눴다. 즉, 주(酒), 소주(燒酒), 포도주(葡萄酒)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주’는 곡물로 빚은 술, 다시 말해 황주(黃酒)를 가리킨다. 중국의 황주는 포도주와 맥주처럼 양조 기술을 통해 만들어지며, 특히 중국 남방 지역에서 비교적 널리 보급됐다.
황주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쌀, 기장, 흑미, 옥수수, 밀 등을 원료로 증류한 뒤, 맥류 누룩이나 쌀 누룩을 섞어 당화 및 발효 과정을 거쳐 빚어낸 다양한 황주를 말한다. 이미 송나라 시기 저장(浙江) 사오싱(紹興)에서는 집집이 황주를 빚을 줄 알았다. 청(淸)나라 시기에 이르러, 사오싱 일대의 사오싱주가 널리 명성을 떨쳤다. 황주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것이 화댜오(花雕)다. 화댜오는 최상급 찹쌀과 양질의 맥류 누룩을 사용하고, 장쑤(江蘇)와 저장(浙江) 지역의 맑고 깨끗한 호수 물을 더해 전통 방식으로 양조한 뒤, 다시 시간을 두고 숙성해 독특한 풍미와 풍부한 영양이 담긴 술을 만들어낸다. 숙성 기간에 따라 3년, 5년, 8년, 10년은 물론 수십 년에 이르는 것도 있다. 화댜오주와 ‘뉘얼훙(女兒紅)’은 모두 장기간 숙성이 필요하다. 강남(江南) 일대에서는 조금만 여유 있는 집안이라면 딸을 위한 술을 빚었다. 아이의 만월(滿月, 태어난 지 한 달 되는 날)에 술을 몇 독 담가 진흙으로 봉한 뒤 깊숙한 땅속에 묻어 뒀다. 오랜 세월의 깊이가 밴 이 술은 딸이 장성해 혼례를 올리는 날 세상 밖으로 나와 귀한 손님들을 맞이한다.
의원 ‘의(醫)’ 자 밑에도 ‘유(酉)’ 자가 있는데, 이는 고대에 약재로 술을 빚어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의 효과를 얻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약주(藥酒)와 양생주(養生酒)의 주요 특징은 모두 양조 과정 중에 혹은 이미 빚어진 술에 중약재를 첨가한다는 것이다. 주로 질병 치료가 목적인 약주는 특정한 의료 효과를 지니고, 양생주는 건강 유지와 체력 강화 작용 등 건강 증진에 중점을 둬 보기(補氣)·보혈(補血)·자음(滋陰)·보양(補陽) 등 유형으로 나뉜다. 약주는 먹는 방법 외에도 외용으로 상처를 치료하거나 중의학 추나(推拿)요법을 보조하는 데 활용된다.

<전가> 소개
타이완(臺灣) 작가 야오런샹이 7년 만에 탈고한 역작으로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권으로 이뤄져 있다. 각 권마다 6개의 주제로 나뉘며, 유려한 글과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중국인들의 계절별 생활 방식과 전통문화를 기록했다. 저자는 자신의 ‘전가’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저마다의 ‘전가’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소장해야 할 ‘전통문화 백과사전’이자,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인의 생활 속 지혜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입문서’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야오런샹(姚任祥), 중국의 유명 경극 배우 구정추(顧正秋)의 막내딸이자 국학(國學) 대가 난화이진(南懷瑾)의 제자. 16세에 데뷔한 ‘1세대 캠퍼스 민요 가수’ 중 한 명이다. 타이완의 유명 건축가 야오런시(姚仁喜)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주얼리 디자이너로 20년 넘게 아름다운 작품을 디자인했으며, 작가로서 해외에서 유학 중인 중국 청년들이 전통문화를 잊지 않도록 가르침을 전수하기 위해 <전가>를 직접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