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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 아래 자연 본연의 맛


2026-02-12      

2025년 1월, 신장 시민들이 ‘동재절(冬宰節, 겨울 도축 축제)’에서 풍건육을 고르고 있다.


고산에서 흘러내린 빙하 융수와 건조한 기후가 만들어내는 묘한 조화 속에서, 아커쑤에는 수많은 독특한 식재료가 탄생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단연 양고기다. 이 지역의 양은 오랫동안 염분과 알칼리 성분이 섞인 목초지의 풀을 먹고 자라, 육질이 부드럽고 잡내가 없다.


우스(烏什)현 전단(臻丹)산 어귀에서 커얼커쯔(柯爾克孜, 키르기스)족 목축민 쑤리탄 퉈후티(蘇力坦 托乎提) 씨가 맑은 국물로 푹 고아 낸 양고기 요리를 만들고 있다.


그는 갓 잡은 양에서 몇 점의 고기를 골라 냄비에 넣고, 쿠마라커(庫瑪拉克) 강에서 길어온 설산의 융수를 붓는다. 어떤 양념도 넣지 않고 화덕에서 센불로 끓이다, 이내 약한 불로 줄여 뭉근하게 고아 낸다.


지극히 단순한 이 조리법은 양고기 본연의 맛을 최대한 보존한다. 냄비가 보글보글 끓어오르자 구수한 고기 향이 점차 유르트 안을 가득 채운다. 두 시간쯤 지나 뚜껑을 열자, 뽀얗고 부드러운 고기와 맑고 투명한 국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표면에는 옅은 노란색 기름방울이 점점이 떠 있다.


적당히 기름진 양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입안 가득 재료 본연의 감칠맛이 퍼지고 초원의 싱그러움과 설산의 청량함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뜨끈한 양고기 국물 한 그릇을 들이켜면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온기가 올라와 이내 몸에 살짝 땀이 배어 나오며 순식간에 추위가 가신다.


과거 물과 풀을 따라 이동하던 유목민들에게는 먼 이동과 긴 겨울이 일상이었지만, 늘 갓 도축한 고기만으로 에너지를 충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바람에 자연 건조한 고기인 ‘풍건육(風乾肉)’이 탄생했다.


쑤리탄 씨의 또 다른 유르트 안에는 길쭉하게 손질된 풍건육들이 나무 걸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풍건육의 역사는 8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칭기즈 칸이 서부 원정을 떠날 때 군의 보급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와 양의 고기를 말려 저장과 휴대를 쉽게 했다고 한다.


풍건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후, 기온, 일조량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그 속에는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목축민들의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매년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시기, 목초지의 양 떼가 토실토실 살이 오르면 목축민들은 겨울 도축을 시작한다. 그들은 옛 방식을 따라 양고기를 길쭉하게 썰어 굵은 소금을 고루 문지른 뒤 바람이 잘 통하는 나무 걸이에 걸어 둔다.


타커라마간 사막 가장자리의 건조한 기후와 큰 일교차는 ‘천연 건조 작업장’을 만들어낸다. 낮에는 강렬한 햇볕이 고기 속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키고, 밤에는 급격히 내려간 기온이 고기의 지방과 향을 그대로 가두며, 건조한 공기는 세균 증식을 억제한다. 보름가량이 지나면 육질이 수축해 표면에 소금 결정이 맺히지만, 속살은 여전히 쫄깃한 식감을 유지한다.


이 지역에서는 거의 모든 가정이 풍건육을 만드는데, 여기서 파생된 대표적인 가정식이 바로 ‘나런(納仁)’이다. 나런의 주재료는 훈제 말고기와 훈제 양고기, 수제 피대면(皮帶麵)이다. 먼저 풍건육을 냄비에 넣고 약한 불에서 푹 삶는다. 고기가 익는 동안 밀가루에 물을 섞어 반죽한 뒤 한 시간가량 숙성해 여러 번 치대고 밀어서, 넓고 두툼한 피대면 형태로 자른다. 고기가 충분히 부드러워지면 건져내고, 면을 진한 육수에 넣어 삶는다.


여러 번 치대고 밀어 만든 면은 기름진 육수와 어우러져 유난히 쫄깃하고 탄력이 있다. 풍건육은 육질이 단단해 씹는 맛이 있고, 지방 부위에서는 은은한 바삭함과 고소한 향이 느껴진다. 여기에 잘게 다진 양파를 곁들이면 탄수화물과 단백질, 향신료의 풍미가 한데 어울려 절로 식욕을 돋운다. 이때 설산의 융수로 빚은 백주 한 병을 열어 몇 잔 기울인 뒤, 구성진 커얼커쯔족의 민요 한 곡을 듣는다면, 미각과 청각이 함께 충족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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