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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을 뛰어넘는 문명의 교향곡


2026-02-12      

2024년 9월 27일, 후베이(湖北) 우한(武漢)대학에서 열린 <교하(交河) 일만 리(壹萬里): 투루판(吐魯番) 실크로드 문물·문서 특별전>에서 관람객이 보쯔커리커(柏孜克里克, 베제클리크) 천불동 제20 굴 벽화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아커쑤 지역의 최서북단에 있는 쿠처(庫車)시는 18세기에 이르러서야 ‘쿠처’라는 이름이 정착됐고, 그 이전 천여 년 동안은 ‘추츠(龜茲)’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 명칭은 서기 105년에 편찬된 <한서(漢書)>에 처음 등장한다. 오랜 세월이 흘러 정확한 어원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요충지’ 혹은 ‘도시’를 뜻하는 말로 해석된다.


고대 추츠는 동서양이 만나던 교통의 요지로, 실크로드 북로(北路)의 필수 관문이었다. 과거 현장(玄奘) 법사가 불경을 구하러 서천(西天, 오늘날 인도)으로 향했을 때도 역시 이곳을 거쳐 갔다.


이 지역은 한때 중국, 페르시아, 인도, 그리스-로마 등 세계 주요 문명이 교차하던 곳으로, 서로 다른 문명이 이곳에서 부딪히고 융합되며 독자적인 ‘추츠 문화’를 꽃피웠다. 오늘날 쿠처에서 서쪽으로 약 70km를 가면, 중국에 현존하는 석굴 가운데 조성 시기가 가장 이르고 위치상으로도 가장 서쪽에 있는 불교 석굴군인 ‘커쯔얼(克孜爾, 키질) 석굴’ (일명 커쯔얼 천불동)이 남아 있다. 석굴 벽화에는 고대 추츠국 특유의 불교 예술과 실크로드 상인들의 활발한 교류 장면이 그려져 있으며, 현장법사가 ‘관현기악(管弦伎樂, 악기 연주와 무용 실력)이 열국 중 으뜸이다’라고 기록할 만큼 찬란했던 추츠 악무(樂舞)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추츠 악무는 곡조, 악기, 무용, 음악 이론 등을 포함한 종합적 예술 체계를 가리키는 총칭이다. 그 기원은 한(漢)나라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추츠 문화와 마찬가지로 여러 문명이 교류하고 융합한 산물이다. 추츠 악무는 고대 인도의 악무, 즉 ‘천축악(天竺樂)’의 깊은 영향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리스,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그리고 중원 한(漢)문화의 요소를 흡수하고 융합했다. 이후 지속적인 발전과 변화를 거쳐, 남북조(南北朝) 시기(420~589년) 무렵에는 다양성이 융합된 독특한 공연 양식과 예술적 특징을 형성했다.


신장 아커쑤 지역 커쯔얼 천불동의 모습이다.


천 년 전 화공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추츠 악무의 생동감 넘치는 순간을 석굴의 암벽에 새겨 넣었다.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시기에 조성된 커쯔얼 석굴 제38 굴은 ‘악사(樂士)의 굴’이라 불리며, 추츠 악무 예술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유적이다. 석굴의 동서 양쪽 벽면에는 길이 3.6m, 높이 0.56m의 천궁기악도(天宮伎樂圖)가 그려져 있다. 각 그림은 일곱 개의 연속된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면마다 남녀 한 쌍의 기악천(伎樂天)이 등장한다. 피부색은 하나는 희고 하나는 갈색으로 총 28명의 인물이 묘사돼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수공후(豎箜篌, 현을 튕기는 발현악기)와 오현(五弦)비파 등의 악기를 들고 있고, 또 다른 이들은 보경(寶鏡)을 들고 영락(瓔珞, 구슬, 보석 또는 금은 등으로 만든 목걸이)을 흔들며, 꽃 쟁반을 받쳐 든 채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춘다. 벽화 전체에는 즐거움과 환희의 기운이 넘실거린다.


노래와 음악을 사랑하는 오래된 전통은 지금까지도 쿠처에서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의 쿠처 역시 이름난 ‘가무의 고장’으로, 노래와 춤은 축제와 혼례, 출산, 절기, 풍년 등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빠지지 않는다. 기쁨이 있는 곳이라면 민간에선 어김없이 ‘마이시러푸(麥西熱甫, 메시레푸)’라 불리는 흥겨운 모임이 열린다. 이는 음악, 춤, 놀이가 합쳐진 전통적인 집단 가무 활동이다. 연주자들은 손북(다프)을 두드리고, 두타얼(都塔爾, 두타르)과 탄부얼(彈布爾, 탄부르) 같은 웨이우얼족의 전통 발현악기를 튕기며 옛 민요를 부른다. 다른 이들도 차례로 합류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쿠처 구시가지의 역사와 인문적 정취를 담아낸 추츠 골목에 들어서면 ‘1호 찻집’이라는 이름의 나이차(奶茶, 짭잘한 맛의 현지 전통 밀크티) 가게에서 은퇴한 ‘아와(현지에서 연장자인 여성을 부르는 말)’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매일 오전 이곳에 모여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다, 흥이 오르면 비좁은 공간에서도 거리낌 없이 일어나 춤을 춘다.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면 가게 주인에게 낭(饢, 밀가루 반죽을 화덕 벽에 붙여 구운 빵)을 부탁해 나이차와 함께 나눠 먹는다. ‘오둬루시(喔朵魯希)’라 불리는 민간 음악 모임은 쿠처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느긋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악기 소리와 노랫소리가 어우러지고, 춤사위과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문득 천 년 전 석굴 벽화 속 악무의 모습이 눈앞의 광경과 겹치며, 역사와 현재를 잇는 현의 울림이 이 순간 고요히 공명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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