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3

부항을 뜰 때 사용하는 부항 컵
중의학에는 ‘불통즉통(不通則痛)’, 즉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참으로 지당한 명언이다. 일상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기혈(氣血)이 원활하지 않아 근골격계가 뻐근한 각종 통증을 겪고, 치료를 요하게 된다. 서양 의학에서는 보통 진통제를 처방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증상만 완화할 뿐 위와 간, 신장을 손상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일반적으로 몸이 뻐근하고 아플 때 전통 치료법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근골격계가 뻐근한 통증은 교통사고나 낙상 같은 사고로 인한 후유증을 제외하면, 대부분 오랜 세월 쌓인 부주의한 생활 습관에서 기인한다.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생긴 통증이 아니다’라는 소리다. 필자의 통증 역시 젊었을 때 몸을 돌보지 않고 무리한 데서 비롯됐다. 장거리 운전, 발에 맞지 않는 신발과 하이힐의 장시간 착용,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옮길 때의 잘못된 자세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고, 여기에 운동 부족, 장시간 좌식 근무, 불량한 자세 같은 생활 습관까지 더해져 상황을 악화시켰다. 쉰 살이 가까워지자, 젊었을 때 스스로 뿌려 놓은 나쁜 씨앗들이 하나둘씩 몸에 고약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요즘 젊은이들 역시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근골격계 손상, 장시간 냉방 환경 노출로 인한 땀 배출 기능 저하, 찬 음료 과다 섭취로 인한 혈액 순환 장애 및 한기와 습기의 체내 과잉 축적 등이 원인이 되어 다양한 유형의 뻐근한 통증을 자주 호소한다. 일반인들은 어깨와 목을 드러낸 채 있으면 냉기에 쉽게 노출돼 근육이 경직되고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며,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경추(목등뼈)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한다. 여기에 현대인들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머리는 과도하게 쓰면서도 신체 활동은 부족한 생활 습관, 거기에 제때 해소되지 못한 각종 스트레스가 더해져 몸이 늘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런 상태가 장기화하면 뇌와 신체의 균형이 무너지고, 항상 피로하고 불편한 상태가 지속된다. 심하면 우울감이나 성격 변화까지 나타나 이를 심리 문제로 오해해 많은 약을 먹기도 한다.

침구 요법에 사용하는 침
필자의 경험으로 보건대, 우리 몸과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일상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긴장을 푸는 법을 배워야 한다. 특히 필요시에는 규칙적으로 유연성 운동을 해 땀 배출과 혈액 순환을 촉진해야 한다. 최근 유행하는 기공(氣功), 태극권, 요가 같은 유연성 운동은 이완과 호흡을 모두 중시하며, 체내 기혈을 전신 근육에 고루 돌게 해 통증 완화에 매우 효과적이다. 중의학 이론에 따르면 간은 근을, 신장은 뼈를 주관한다(肝主筋 腎主骨). 근골격계의 뻐근한 통증은 타박상이나 반복 사용으로 인한 만성 손상, 그리고 간과 신장의 기능 저하 등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될 때는 식이요법으로 간과 신장의 기능을 조절하여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어혈을 풀어주는 동시에, 신장을 보하고 근을 강화하며 체내의 냉기와 습기를 제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몸의 원기를 증진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찌 됐든 통증이 있으면 제때 치료를 해야지, 쌓아 두었다가 병으로 키워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해서는 안 된다. 전통 의학의 여러 치료법은 모두 혈맥(血脈)을 원활하게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기혈의 흐름이 회복되고 근육이 탄력을 되찾으면, 사람의 몸 역시 자연스럽게 건강을 되찾게 된다.
중국의 전통 의학 이론에는 이른바 ‘사(痧)’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서열(暑熱, 더위에 의한 열기)이나 사열(邪熱, 병적 요인에 의한 열기)이 피부 표면에 머물면서 감기, 발열, 두통, 근육 경직과 뻐근한 통증, 더위 먹은 증상 등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경우 박사(拍痧)나 괄사(刮痧)로 치료할 수 있다. 예전에는 창문을 꼭 닫은 방에서 상의를 벗고, 소뿔로 만든 괄사판으로 경추 양옆에서 양쪽 어깨, 다시 척추 양옆을 따라 사를 긁어냈다. 그러면 보통 암홍색이나 선홍색의 사가 피부 표면으로 배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후 몸을 닦고 생강 흑설탕 차를 마셔 땀을 내면, 금세 몸이 한결 가뿐해진다. 여행이 잦은 필자는 요즘 장거리 비행이 특히 부담스러운데,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 두 다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하루는 비행기를 타기 전, 박사봉(拍痧棒)으로 허벅지를 가볍게 두드렸더니 몇 분 뒤 사가 나왔고, 비행 중 다리 통증을 피할 수 있었다.
부항은 음압(陰壓) 흡착의 원리를 이용해 근육층에 축적된 산성 물질을 표층으로 방출해 혈액순환을 자극하는 치료법이다. 담에 걸리거나 장시간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팔 통증에 부항은 매우 효과적이다. 초기의 부항은 대나무 부항 컵이나 유리 부항 컵을 불로 달군 뒤 통증 부위에 흡착하는 방식이었다. 필자 역시 오십견으로 고통이 심해 팔을 들 수 없었는데, 당시 치료사가 사혈(瀉血, 어혈을 몸 밖으로 빼내는 치료법) 해 준 뒤 즉각적인 완화를 경험하면서 중의학의 오랜 경험과 전승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사혈할 부위의 주변 근육을 부드럽게 문질러 이완시킨 뒤, 선택한 부위에 침을 고르게 놓고 부항 컵을 흡착시키면, 보통 침을 찌른 곳에서 매우 끈적한 혈액이 빨려 나온다. 바로 그 끈적한 혈액이 우리가 불편함을 느끼는 원인이다.
혈자리와 경락은 우리에게 익숙한 중의학 용어이다. 선조들은 여러 증상에 대응하기 위해, 인체에 혈이 무려 365개가 있음을 발견했다. 경락은 몸속 각 장기와 조직을 연결해 기혈이 오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침구(針灸) 의학의 기본 원리는 길이가 서로 다른 가느다란 침을 각각 다른 혈자리에 놓아 자극함으로써, 기혈의 순환을 회복시키고 해당 증상을 치료하는 데 있다. 나아가 미용이나 체형 관리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침구는 가장 유명한 고대 의술이라 할 수 있다. 침이 들어가는 순간 시큰한 느낌이 들지만, 통증도 없고 피도 나지 않아 많은 이들이 이를 보고 매우 놀라며 신기함을 느낀다.

<전가> 소개
타이완(臺灣) 작가 야오런샹이 7년 만에 탈고한 역작으로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권으로 이뤄져 있다. 각 권마다 6개의 주제로 나뉘며, 유려한 글과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중국인들의 계절별 생활 방식과 전통문화를 기록했다. 저자는 자신의 ‘전가’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저마다의 ‘전가’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소장해야 할 ‘전통문화 백과사전’이자,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인의 생활 속 지혜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입문서’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야오런샹(姚任祥), 중국의 유명 경극 배우 구정추(顧正秋)의 막내딸이자 국학(國學) 대가 난화이진(南懷瑾)의 제자. 16세에 데뷔한 ‘1세대 캠퍼스 민요 가수’ 중 한 명이다. 타이완의 유명 건축가 야오런시(姚仁喜)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주얼리 디자이너로 20년 넘게 아름다운 작품을 디자인했으며, 작가로서 해외에서 유학 중인 중국 청년들이 전통문화를 잊지 않도록 가르침을 전수하기 위해 <전가>를 직접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