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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 이야기

미식(米食)4


2026-07-09      

중국은 광대한 영토만큼이나 쌀 종류가 다양하고, 조리 방식 또한 다채롭다. 미식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이번 호에서는 쌀로 만든 두 가지 식품, 죽과 간식에 대해 소개한다.

쌀로 만든 다양한


죽은 미(糜)라고도 하고 시판(稀飯, 묽은 밥)이라고도 부른다. 아침 식사로 먹기도 하고 야식으로 즐기기도 하며 몸이 아파 밥이 넘어가지 않을 때도 죽을 찾는다. 북송(北宋) 시사(詩詞)의 대가 소식(蘇軾)은 한 편지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밤에 몹시 허기가 졌는데 오자야(吳子野)가 흰죽을 먹어 보라 권하며, 흰죽은 묵은 것을 내보내고 새로운 기운을 북돋아 흉격(胸膈)을 편안하게 하고 위를 이롭게 한다고 했다. 죽이 부드럽고 맛있어서, 그걸 먹은 뒤 한숨 자고 나니 그 묘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죽은 쌀이나 밀가루에 충분한 물을 부어 걸쭉해질 때까지 오랫동안 끓여 만든 음식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물에 쌀을 넣어 끓인 것은 시판이라 하고, 밀가루를 넣어 끓인 것은 후(糊)라고 한다.


죽을 끓일 때는 냄비가 크고 깊을수록 좋다. 몇 시간 동안 푹 끓여 부드럽고 걸쭉해진 죽이야말로 가장 맛있다. 특히 죽 윗부분에 있는 미탕(米湯)은 따로 떠내어 요리하면 어떤 재료와도 훌륭한 궁합을 자랑한다. 여기에 오트밀을 넣어 끓이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고 걸쭉한 식감을 즐길 수 있고, 육류를 삶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 또한 이미 만들어진 죽에 다른 식재료나 중의약 약재를 넣어 먹는 방식은 식이요법에서 자주 권장된다.


시판은 뜨거울 때 먹어야 한다. 미지근하거나 차갑게 식은 죽은 왠지 처량한 기분을 안겨준다. 뜨거운 죽 속에는 부드러운 쌀알이 살아 있어, 죽을 들이키면 뜨거운 국물만 마실 때보다 더 든든한 포만감이 든다. 청(淸)나라의 저명한 시인 원매(袁枚)는 이렇게 말했다. “물만 보이고 쌀이 보이지 않으면 죽이 아니고, 쌀만 보이고 물이 보이지 않아도 죽이 아니다. 물과 쌀이 어우러져 부드럽고 매끄럽게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죽이라 할 수 있다.” 항저우(杭州) 출신인 원매는 유명한 미식가이자 오늘날까지 널리 읽히는 미식서 <수원식단(隨園食單)>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가 전하는 원칙을 충실히 따른다면 누구나 훌륭한 흰죽 한 그릇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이완(臺灣) 남부 지역의 명물인 짠 죽(鹹粥)은 현지인이 즐겨 먹는 아침 식사다. 갯농어 뼈와 돼지 뼈를 우려낸 육수에 생쌀을 넣고 함께 끓인 뒤, 그릇에 담아 팬에서 노릇하게 구운 생선 살을 손으로 찢어 올린다. 여기에 다진 마늘과 바삭하게 튀긴 파, 잘게 다진 셀러리와 부추꽃을 뿌리고 마지막으로 갯농어 한 조각을 얹는다. 타이완 남부 사람들은 친절하고 인심 또한 넉넉하다. 취재 당시 필자는 촬영과 메모에 온 정신을 집중하느라 죽이 식은 줄도 몰랐는데, 필자가 식은 죽을 먹으려고 하자 주인아주머니께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 한 그릇을 새로 내주었다. 게다가 평소보다 훨씬 큼직한 갯농어 한 점까지 얹어 주었다. 계산하려고 하니 끝내 돈도 받지 않았다. 지금도 가끔 푸짐한 아침밥과 따뜻한 인심이 떠올라 다시 타이완 남부 지역을 찾고 싶을 때가 있다.



여러 종류의


타이완 시골에는 까마중이라는 소박한 채소가 있다. 특유의 씁쓸한 맛이 특징인데 살짝 데친 뒤 표고버섯과 잘게 썬 고기를 넣어 죽으로 끓이면 색다른 풍미를 자아낸다. 어떤 이들은 여기에 펑후(澎湖)산 땅콩과 처우더우간(臭豆乾, 두부를 눌러 수분을 제거한 뒤 응고시킨 취두부의 일종)을 함께 넣어 끓이기도 하는데, 약간 쌉쌀하면서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맛은 타이완 할머니의 손맛이라고 할 수 있다.


광둥(廣東) 사람들은 흰죽을 ‘명화백죽(明火白粥, 직화로 끓여낸 흰죽)’이라고 한다. 이 네 글자를 보고 있으면 물과 쌀이 불 위에서 서두르는 기색 없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참으로 절묘하고 생동감 넘치는 표현이다. 광둥 사람들은 이처럼 묘한 매력을 지닌 음식에 생생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름을 붙이는 재주가 있다. 예를 들어 흰죽에 돼지 뼈, 어탕, 말린 관자, 명태를 넣고 푹 끓인다. 쌀알이 걸쭉한 액체 형태가 될 때까지 끓인 다음, 발라낸 생선 뼈, 뱃살, 입, 꼬리, 지느러미, 부레, 생선 완자를 넣어 만든 죽을 ‘강총생곤운어죽(薑蔥生滾雲魚粥, 생강과 파를 곁들여 강한 불로 끓여낸 생선 죽)’이라 부른다. 홍콩의 메뉴판에는 마치 대련(對聯, 대구·對句로 된 문구를 적어 붙이는 종이 장식)을 보는 듯한 이름이 많다. 음식 이름에 명사는 물론 동사와 형용사까지 있어 이런 생동감 넘치는 이름을 볼 때마다 짝이 되는 문구를 짓고 싶어진다. 이를테면 ‘강총생곤운어죽’에 ‘거한인온위번등(去寒氤氳胃翻騰, 한기를 몰아내고 속을 따뜻하게 데운다)’이라는 문구를 짝지어 보는 식이다.


한 포르투갈 친구가 자기 나라 최고의 별미를 무려 20분 동안 열정적으로 설명한 적이 있다. 포르투갈을 방문한 필자는 리스본 항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그 친구가 말한 음식을 주문해 보았다. 그런데 식탁에 올라온 것은 다름 아닌 중국에서 먹던 해산물 죽이었다. 다만 포르투갈식 해산물 죽은 훨씬 오랜 시간 푹 끓이고, 오래 삶아도 잘 퍼지지 않는 장립종 쌀을 사용했으며, 해산물도 듬뿍 넣어서인지 쌀죽 특유의 맛은 다소 묻힌 느낌이었다. 물론 훌륭한 음식이었고 충분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 부를 만했다. 하지만 친구가 20분 동안 늘어놓은 설명도 결국 우리의 일곱 글자, ‘강총생곤운어죽’만큼 생생하게 그 맛을 전해 주지는 못했다.


필자는 좁쌀죽도 매우 좋아한다. 북방 지역 사람들은 좁쌀에 잘게 부순 옥수수를 넣고 걸쭉하게 끓인 뒤 먹기 직전에 설탕 한 숟갈을 더한다. 달콤하면서도 든든한 맛이 일품이다.


납팔죽(臘八粥) 역시 단맛이 나는 죽이다. 음력 12월 8일, 납팔일(臘八日)에 먹는 음식으로 쌀뿐 아니라 땅콩, 녹두, 팥, 연자육, 용안육, 대추, 율무 등을 넣어 끓여 식사 대용은 물론 간식으로도 즐길 수 있다. 납팔일은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날로 여겨졌기 때문에, 납팔죽의 원래 이름은 ‘불죽(佛粥)’이었다.


죽보다 더 곱게 만든 음식으로는 미장(米漿, 쌀을 물에 불려 곱게 갈아 만든 음료)이 있다. 영양가 높은 건강식으로 특히 몸이 약한 노인이나 영유아가 먹기에 적합하다. 현재 다양한 종류의 미장이 시판되고 있는데, 사용한 쌀의 종류에 따라 색도 제각각이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미장은 더없이 좋은 대체 식품으로 꼽힌다.


구이저우(貴州)성 구이양(貴陽)시의 한 길거리에서 뻥튀기 장수가 옛날식 뻥튀기를 튀기고 있다. 사진/VCG

 

간식

외국 음식이 대거 유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쌀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식량이었다. 쌀은 일상의 주식일 뿐 아니라 수많은 간식의 재료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향긋하고 필자의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단연 뻥튀기다. 민난어(閩南語, 주로 푸젠·福建성과 타이완에서 쓰이는 중국어 방언)에서는 이를 ‘미향(米香)’이라고 부른다.


20~30년 전만 해도 타이완의 소도시와 시골 번화가 어귀에서는 뻥튀기 수레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맨 먼저 사로잡는 것은 마치 폭탄처럼 생긴 원통형 뻥튀기 기계였다. 쌀을 넣고 몇 분간 가열하다가 터질 때가 되면 주인이 주변 사람들을 향해 “뻥이요!”라고 세 번 연달아 외쳤다. 터지는 소리가 매우 크니 가까이 오지 말고 귀도 막으라는 신호였다. 곧이어 주인은 철망을 들고 고온의 기계에서 한꺼번에 튀어나오는 쌀알을 받아냈다. 그것을 커다란 쇠통에 담아 볶은 땅콩 조각이나 건포도를 넣고, 엿이나 시럽을 부어 재빨리 버무렸다. 그다음 커다란 나무 틀에 부어 모양을 잡고 밀대로 고르게 편 뒤, 대나무 자를 이용해 한 변이 약 8cm 정도 되는 정사각형 모양으로 잘라냈다. 방금 산 뻥튀기를 집어 든 손에는 채 가시지 않은 온기가 전해졌고, 코를 찌르는 고소한 향이 진동했다. 커다란 한 봉지만 사 오면 한동안은 두고두고 먹을 수 있었기에 뻥튀기는 당시 가정에서 흔히 즐기던 대표 간식이었다.


납팔절을 앞두고 저장(浙江)성 후저우(湖州)시 주민들이 전통 방식으로 납팔죽을 끓이고 있다. 사진/VCG


타이완에는 쌀로 만든 간식이 적지 않다. 널리 알려진 쌀떡과 미라오(米粩, 중국식 찹쌀 유과)는 사당에서 제사를 지낼 때 자주 올리는 공물이다. 특히 길쭉한 타원형의 미라오는 음력 12월 24일 조왕신(竈王神, 부엌을 장관하는 신)을 하늘로 보내는 날에 빠질 수 없는 제물이다. 전통적인 공물인 삼생(三牲, 소·양·돼지)과 더불어, 꿀을 듬뿍 넣어 달콤하게 만든 미라오는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갔다. 이는 조왕신이 달콤한 미라오를 먹고 좋은 말만 전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풍습이다. “좋은 말은 하늘에 전하고, 나쁜 말은 한쪽에 두라(好話傳上天, 壞話放一邊)”는 말처럼 사람들은 조왕신이 승천한 뒤 인간 세상의 좋은 점을 천신에게 전해주기를 기원했다.


음력 설을 보름가량 앞둔 시기가 되면 타이완의 떡·과자 가게나 전통시장에는 몸이 통통하게 부푼 미라오가 모습을 드러낸다. 최근에는 단 음식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제조업체들이 다른 곡물을 첨가해 짭짤하고 고소한 미라오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전가> 소개  

타이완(臺灣) 작가 야오런샹이 7년 만에 탈고한 역작으로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권으로 이뤄져 있다. 각 권마다 6개의 주제로 나뉘며, 유려한 글과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중국인들의 계절별 생활 방식과 전통문화를 기록했다. 저자는 자신의 ‘전가’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저마다의 ‘전가’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소장해야 할 ‘전통문화 백과사전’이자,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인의 생활 속 지혜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입문서’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야오런샹(姚任祥), 중국의 유명 경극 배우 구정추(顧正秋)의 막내딸이자 국학(國學) 대가 난화이진(南懷瑾)의 제자. 16세에 데뷔한 ‘1세대 캠퍼스 민요 가수’ 중 한 명이다. 타이완의 유명 건축가 야오런시(姚仁喜)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주얼리 디자이너로 20년 넘게 아름다운 작품을 디자인했으며, 작가로서 해외에서 유학 중인 중국 청년들이 전통문화를 잊지 않도록 가르침을 전수하기 위해 <전가>를 직접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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