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9
중국은 예로부터 농업 대국이었다. 오랜 세월 이어진 농경 문명은 중화민족의 삶을 지탱해 왔으며, 그 속에는 깊고 풍부한 문화적 전통이 축적돼 있다. 계절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의 변화인 물후(物候)와 자연은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에게 중요한 ‘생존 지표’였다. 물후와 자연은 언제 농사를 짓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길잡이였을 뿐만 아니라, 하늘의 이치를 존중하고 때를 소중히 여기는 중화민족의 문화적 유전자를 형성해 왔다. 매미 울음소리는 여름이 왔음을 알리는 대표적인 계절의 신호다. 이 무렵이면 초목은 짙은 녹음을 드리우고 만물은 한 해 중 가장 왕성한 생명력을 뽐낸다. 농부들에게는 여름철 김매기가 한창인 시기이기도 하다. 한편, ‘뇌건(雷乾)’은 여름철에 천둥만 치고 비는 내리지 않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때는 기온이 더 치솟고 무더위도 절정으로 치닫는다. ‘선천뇌건(蟬喘雷乾)’은 이러한 여름철 무더위와 가뭄을 묘사할 때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선조들이 오랜 세월 물후를 관찰하며 터득한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고사성어의 유래
‘선천뇌건’은 당(唐)나라 말기에서 오대십국(五代十國) 시기에 활동한 시인이자 승려인 관휴(貫休)의 시 <고열기적송도자(苦熱寄赤松道者)>에서 유래했다. “매미는 헐떡이고 마른천둥이 치며 얼음 우물의 얼음마저 녹아내리니, 한 줄기 청풍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蟬喘雷乾冰井融, 些子淸風有何益).” 이 구절은 타오르는 듯한 한여름의 무더위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매미조차 더위에 지쳐 숨을 헐떡이고, 천둥은 요란하게 울리지만 끝내 비는 내리지 않는다. 얼음을 보관하던 우물의 얼음마저 녹아버릴 정도의 무더위 앞에서는 한 줄기 서늘한 바람조차 별다른 위안이 되지 못한다. 겉으로는 매미와 천둥이라는 자연 현상을 묘사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물후를 통해 혹서가 주는 고통을 표현한 구절이다. 본래 여름의 상징인 매미 울음소리가 ‘헐떡임’으로 묘사되고 천둥소리만 요란할 뿐 비는 내리지 않는 묘사가 더해지며, 메마르고 숨 막히는 더위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관휴는 자연을 예리하게 관찰한 시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일곱 살에 출가한 그는 시 짓기를 즐겼으며, 동료 승려들과 자주 시를 논하고 서로 답시를 주고받는 등 활발히 교류했다. 이처럼 섬세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는 매미 울음소리와 천둥소리만으로도 한여름의 열기를 정확하고 생동감 있게 포착해 냈다. 덕분에 오늘날의 우리들도 천여 년 전 어느 여름날을 뒤덮었던 뜨거운 열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복날’은 흔히 ‘삼복’이라 불리며, 일 년 중 무더위가 절정에 달해 건강 관리에 특별히 유의해야 할 때다. 대체로 매년 7월 중순 무렵으로, 이는 선조들이 기온 수치에 의존하지 않고 오랫동안 천지의 운행을 관찰한 끝에 찾아낸 ‘한여름의 경계선’이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양기(陽氣)가 절정에 달하고 음기(陰氣)는 땅속에 숨어 있다고 여겨졌다. 선조들은 복날에 접어들면 땅의 수분 증발이 심해지고, 초목은 무성하게 자라지만 동시에 가뭄과 홍수의 위험도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시기는 농작물이 왕성하게 자라는 시기인 동시에 가뭄이나 홍수에 가장 취약한 때이기도 하다.
북방과 남방 지역의 여름 풍습
농경 생활은 수많은 생활의 지혜를 낳았다. 중국의 남방과 북방 지역에서는 일 년 중 가장 무더운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각기 다른 풍습이 생겨났다. 비록 풍습은 다르지만, 모두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고자 했던 생존 지혜라는 점에서는 맥을 같이한다.
북방 지역에서는 ‘첩복표(貼伏膘)’라는 풍습이 널리 행해진다. 삼복 기간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어 기력을 보충하는 것을 뜻한다. 화베이(華北) 지역에서는 ‘초복에는 만두, 중복에는 면, 말복에는 뜨거운 불판에 납작하게 구워낸 중국식 전병에 계란을 말아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만두는 옛 화폐인 원보(元寶)를 닮았고, ‘복(伏)’과 ‘복(福)’의 발음이 비슷해 복을 불러들이고 더위가 물러가길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복에는 뜨거운 면을 먹으며 땀을 내 체내의 습기를 몰아내고, 말복에는 중국식 전병에 계란을 말아 먹으며 원기를 보충하고 입맛을 돋운다. 이러한 식문화는 북방이 밀의 주요 생산지라는 점과 깊은 관련이 있다. 베이징(北京) 전통의 자장몐(炸醬麵), 산시(陜西)의 유포몐(油潑麵), 산시(山西)의 대추로 장식한 찐빵(棗花饃) 등 북방의 대표 음식 유독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좋아한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오랫동안 현지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그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활용해 온 지혜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황토고원에서 자란 밀이 북방 사람들의 삼복 날 음식 문화와 생활 방식을 빚어 온 것이다.
반면 남방 지역의 풍습은 더위를 식히고 열기를 가라앉히는 데 중점을 둔다. 광둥과 푸젠(福建) 등지에서는 삼복 날 ‘셴차오(仙草) 먹기’가 유행인데, 량펀차오(凉粉草)라는 풀을 달여 젤리처럼 굳힌 뒤 설탕물이나 꿀을 곁들여 먹는다. 식감이 청량하고 달콤하며 열을 내리는 효과가 탁월하다. 타이완(臺灣)에서는 파인애플을 먹는 풍습이 있다. 이 시기의 파인애플이 가장 맛있다고 여겨질 뿐 아니라, 파인애플의 민난어(閩南語, 주로 푸젠과 타이완에서 쓰이는 중국어 방언) 발음이 ‘왕라이(旺來, 좋은 일이 찾아온다)’와 같아 평안과 행운, 사업 번창의 상징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음식 문화 외에도 장쑤(江蘇)와 저장(浙江) 일대에는 ‘쇄복(曬伏)’ 풍습이 있다. 복날의 강한 햇볕에 옷이나 책을 말려 습기를 제거하고 벌레를 예방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여러 지역에서 배를 타고 연꽃을 감상하는 풍습이 전해 내려온다. 난징(南京) 사람들은 밤에 친화이허(秦淮河)를 유람하고, 항저우(杭州) 사람들은 시후(西湖)에서 뱃놀이를 즐긴다. 물가의 풍경과 은은한 연꽃 향기는 한여름의 후텁지근함을 잠시 잊게 해주는 청량한 위안이 된다.
‘선천뇌건’은 물후를 관찰하며 살아온 선조들의 지혜를 응축한 표현이다. 그들은 매미 울음소리에서 부지런함을 읽어냈고, 마른천둥 소리에서 인내의 의미를 되새겼다. 비 오듯 땀을 흘리면서도 농사철을 그르치지 않았고, 굳건한 몸으로 작열하는 태양을 견디며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가을의 결실을 지켜냈다. ‘선천뇌건’이 하늘이 내린 시련이라면 근면과 끈기는 그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었다. 세대를 거쳐 이어온 농부들의 성실한 노동과 인내가 있었기에 가을의 곡식 창고가 풍성하게 채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태도는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중화민족의 정신적 뿌리가 되었다.
글|장샤오솨이(張曉帥) 중국사회과학원대학 문예학 석사
사진 | 인공지능(AI)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