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2
출퇴근길에 오디오 북을 듣고 모바일 독서 앱에서 지식을 검색하며 온라인에서 다른 이용자들과 독서 소감을 나누는 모습까지. 디지털과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독서가 사람들이 정보와 지식을 얻는 방식을 조용히 바꾸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디지털 독서 이용자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독서 콘텐츠도 단일한 텍스트 중심에서 오디오와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독서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시각장애인과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사는 독자들도 더 손쉽게 관련 자료와 서비스에 접근이 가능해졌고, 그 결과 더 많은 사람이 독서와 지식 습득의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이용자 규모가 증가하고 콘텐츠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풍부해진 한편, 디지털 독서는 새로운 산업 사슬을 만들어내며 전 국민 독서와 문화산업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2024 상하이 도서전에서 많은 독자가 ‘시마라야(喜馬拉雅)’ 부스를 찾아 AI 오디오북을 체험했다.
독서의 경계를 넓히다
문화 홍보 분야에 종사하는 리(李) 여사는 한때 종이책 애호가였지만 4년 전부터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다. “전자책은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어서 정말 편리하다. 예전에는 출장 갈 때 종이책을 들고 다녔는데 무겁고 자리도 많이 차지해서 중간에 읽기를 포기할 때가 많았다.”
텍스트 중심의 독서 외에 오디오 북, 스마트 낭독 등 새로운 방식이 등장하면서 독서의 선택지가 더 다양해졌다. 오후 3시 무렵 허난(河南)성 저우커우(周口)시, 택배기사 왕레이(王磊)는 배송 업무 사이 짬을 이용해 인기 역사 소설 <명(明)나라 이야기>의 AI 오디오 북을 틀었다. 이 책은 그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읽은 37번째 책이다.
현재 디지털 독서는 다양성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디지털 독서 이용자 규모는 2020년 4억 9400만 명에서 2024년 6억 7000만 명으로 증가해 5년간 35.6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AI 기술의 광범위한 활용은 독서 효율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전자책 앱인 웨이신독서(微信讀書)는 최근 ‘AI 독서 도우미’ 기능을 선보였다. 독서 중 모르는 용어가 나오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검색하거나 도서 본문을 길게 누르면 AI가 책에서 해당 내용을 요약 정리해 바로 답을 해준다. “이는 방대한 전자책 서고를 정보 검색이 가능한 지식 데이터베이스로 바꾸고, AI가 그 안에서 핵심 지식을 추출해 높은 수준의 답변을 생성함으로써 이용자가 지식을 얻는 효율과 정확도를 높여준다.” 웨이신독서 책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심리학을 독학 중인 장(張) 여사에게 이 기능은 빼놓을 수 없는 ‘든든한 학습 파트너’가 됐다. 그는 “예전에는 전문 서적을 읽다가 복잡한 개념을 만나면 혼자서 자료를 찾아보느라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러나 지금은 모르는 명사가 나오면 AI를 통해 빠르고 자세한 설명을 얻을 수 있어 학습 효율이 크게 향상됐다”며, “예를 들어 ‘게슈탈트 효과(Gestalt effect)’라는 개념의 변천 과정이 궁금하다면 웨이신독서 검색창에 이 단어를 입력하고 ‘AI 독서 도우미’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이 개념에 대한 정의, 영향, 응용 사례 등 관련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고 말했다.
장 여사는 이 기능이 사전에 정의된 질문에 답변하는 수준을 넘어 독자의 관심사를 예측해 관련 주제를 추천하고, 모든 답변에 출처를 명시한다고 설명했다. “이 답변은 이미 출판된 도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검색 엔진에서 얻은 결과보다 더 정확하고 믿을 만하다.”
웨이신독서가 선보인 또 다른 기능은 AI를 활용해 책의 요약본을 정리해 주는 것이다. 이 기능은 AI 기술로 도서 내용을 분석·추출한 요약본을 만들어 독자가 짧은 시간 안에 책의 핵심 주제와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독서 효율을 높인다. 독서를 마친 뒤에도 이용자는 AI 요약본을 통해 특정 챕터나 정보를 다시 돌아볼 수 있어 원문을 일일이 다시 뒤질 필요가 없다.
“AI 요약 덕분에 전문 서적을 읽을 때 시간과 노력을 훨씬 덜 수 있게 됐다.” 이용자 뤄하이(羅海)는 이렇게 평가했다.

한 독자가 베이장(北疆) 도서전에서 디지털 독서를 체험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지식을 접하게 되다
독서 효율 향상뿐 아니라 디지털 독서 방식의 확산은 시각장애인에게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베이징(北京) 맹학교에 재학 중인 쑨촨(孫川)은 요즘 ‘오디오 북’에 푹 빠져있다. “요즘 AI 음성 낭독 기능을 탑재한 기능이 앱이 정말 많다. 진짜 사람이 말하는 걸 흉내 낸 AI라 듣기에도 엄청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쑨촨의 어머니는 모바일 오디오 북 덕분에 아들의 독서 선택지가 훨씬 넓어졌다며 이런 변화가 아들의 진학과 취업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2년 5월 <맹인, 시각 손상인 또는 그 밖의 독서 장애인의 발행 저작물 접근 촉진을 위한 마라케시 조약>이 중국에서 시행되면서 비영리 목적의 무장애 형식 출판물 제작과 국가 간 전파가 허용됐고,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독서 기술과 방식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산둥(山東)성 쯔보(淄博)시 도서관의 시각장애인 열람실에는 점자도서, 전자 독서확대기, 점자 디스플레이, 오디오 북 전용 기기 등 독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설비가 빠짐없이 갖춰져 있으며, 열람 좌석에는 시각장애인용 지팡이 등 보조 도구도 별도로 비치돼 있다.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중국 전역에 설치된 시각장애인 열람실은 1659곳이 넘는다.
이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은 지역 간 격차와 자원 부족으로 생겨난 정보에 대한 접근 장벽도 효과적으로 낮췄다. 저우웨이화(周蔚華) 중국 인민대학 신문학원(언론정보대학) 교수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윈난(雲南)성 누장(怒江) 지역을 조사한 결과 현지 주민들이 지식을 얻는 주요 경로가 촌 위원회 도서실에서 휴대전화 독서로 바뀌었다는 점을 발견했다. “외진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디지털 독서를 통해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되고 있다.” 저우 교수의 설명이다.
전자책 앱 판체소설(番茄小說)의 이용자 분석에 따르면 해당 앱은 3선 도시 이하 지역의 이용자 비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판체소설은 중국 전국의 출판사 약 400곳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정식 발행한 전자책은 38만 권이 넘는다. 그 안에는 수많은 고전 명작도 포함돼 있다.
유료 구독 모델과 달리 판체소설은 콘텐츠 대부분을 무료로 개방하고 일부 챕터에만 광고를 삽입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은 출판사의 판권 수익을 보장하는 동시에 지식을 ‘공공재’ 형태로 더 많은 사람에게 확산시켰다. 일부 외지고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에서는 기존의 오프라인 독서 공간이 유지 비용 문제로 실질적인 효용을 발휘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판체소설로 대표되는 전자책 앱이 모바일 단말기를 통해 독서 접근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칭다오(青島)시에 있는 어린이 공익 도서관에서 어린이 독자가 AI 독서를 체험하고 있다.
더욱 풍부해진 산업 생태계
디지털 독서 플랫폼의 확산은 단순히 콘텐츠 접근 방식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독서의 사회적 성격까지 재편했다.
“나는 집에 종이책이 있어도 해당 전자책을 따로 찾아볼 정도로 전자책 읽는 게 일상인 헤비 유저다. 이렇게 하면 텍스트를 읽는 동시에 오디오도 들을 수 있고, 언제든 온라인에서 다른 이용자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 류밍칭(劉明清) 중앙편역출판사 전 편집장의 말이다.
현재 다수의 디지털 독서 플랫폼이 실시간 댓글과 문단별 주석, 원클릭 공유 등 여러 기능을 통합해 가상의 ‘실시간 소통형 독서 공간’을 구축했다. 이용자들은 독서하며 자기 생각을 나누고, 다른 사람의 질문에 답하거나 주제 토론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서로 생각이 통하고 관심사가 같다는 것을 발견하고 강한 연결감을 경험한다.
디지털 독서는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기존의 독서 경험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았으며 산업 발전 생태계도 변화시키고 있다.
2024년 중국의 디지털 독서 작품 수는 총 6307만 여부로 전년 대비 6.31% 증가했다. 시장 규모 역시 2020년 351억 6000만 위안(7조 3836억 원)에서 2024년 661억 4100만 위안으로 성장하며 연평균 복합 성장률 약 17.11%를 기록했다. 특히 2024년에는 매출이 2023년(567억 200만 위안) 대비 100억 위안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매출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웹 문학 지식재산권(IP) 파생 사업으로 웹소설 원작 드라마와 IP 굿즈 등이 포함된다.
각종 IP 각색 가운데에서도 쇼트폼 드라마의 개발 수익이 특히 두드러졌다. 디지털 독서 플랫폼 장웨커지(掌閱科技)의 2025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장웨커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58% 증가한 15억 2600만 위안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쇼트폼 드라마 등 파생 사업 매출이 8억 38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09% 증가해 회사의 최대 사업 부문으로 자리 잡았다.
리훙(李弘) 중국 음향·영상 및 디지털 출판 협회 부비서장은 웹 문학이 멀티모달과 영상화 방향으로 발전하는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쇼트폼 드라마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융합·확장되면서 단순한 ‘독서’에서 읽고, 듣고, 말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다양한 형태로 전환될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웹 문학 및 예술 콘텐츠 전반의 형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수한 IP는 판권 판매를 통해 더 큰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저작권 침해의 피해 대상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
마옌샤(馬艷霞) 장웨커지 편집장은 현재 판권 보호가 창의성 자체보다는 표현 형식 보호에 치중됐다고 지적했다. “텍스트를 그대로 베낀 표절은 대조를 통해 판단할 수 있지만 오리지널 아이디어는 판별이 어렵다. 많은 웹소설이 AI를 활용해 ‘인기 요소’를 결합하고 흥행작을 모방하는데 이런 유형의 불법 복제 행위는 판단이 매우 어렵다.”
현재 중국은 <정보 네트워크 전파권 보호 조례> 등 규정을 마련해 인터넷 작가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AI 학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른바 ‘글 세탁’(표현 대체, 구조 변경, 출처 혼합 등 방식으로 오리지널 작품처럼 위장하는 행위)에 대응하기에는 효과적인 수단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디지털 독서의 장기적인 발전은 결국 우수한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데 달려 있다.
황추신(黃楚新) 중국사회과학원 신문·전파연구소 디지털미디어 연구실 주임은 미래 디지털 독서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판권 보호와 데이터 보안 등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포용적 혁신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 국민의 디지털 소양과 비판적 사고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 생성 콘텐츠와 VR 몰입형 독서 등은 편의를 제공하지만, 콘텐츠 품질 저하 등의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며, “콘텐츠 표시와 저작권 추적 등 제도를 통해 이를 규범화하고 창작 동기를 확실하게 보호해 양질의 콘텐츠 공급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서의 경계를 넓히는 것에서 출발해 더 많은 사람들이 독서에 가깝게 하고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기까지, 디지털 독서는 사람들이 지식을 얻고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앞으로 기술 혁신과 콘텐츠 생태계 구축, 판권 보호가 함께 추진되면서 디지털 독서가 지속적으로 활력을 뽐내며 문화산업 발전에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리자치(李家祺)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