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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 K문학...중국 독서 시장의 어엿한 한 갈래로


2026-04-22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과 중국 제1회 전 국민 독서 주간을 앞두고 중국 전역에서 독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인파로 북적이는 오프라인 북페어에서부터 소셜미디어를 빽빽이 채운 독서 체험 공유와 독서 인증까지. 독서는 단순한 지식 습득의 수단을 넘어 정서적 공감과 정신적 정체성을 찾는 중요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열기 속에서 오랫동안 번역·출판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한국 문학 역시 점차 더 넓은 독자층의 관심을 받으며 중국 독자들의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월간 <중국>은 ‘2026 쭤수 북 페어(2026做書圖書市集)’를 찾아 한국 문학 출판 일을 오랫동안 해 온 현직 편집자 두 명을 만났다. 런페이(任菲) 모톄(磨鐵)도서 외국문학출판센터 산하 도서 브랜드 ‘대어독품(大魚讀品)·한국 문학’ 스튜디오 편집장과 자오쉐이(趙雪宜) 베이징즈위안문화(北京至元文化) 산하 출판 브랜드 ‘예왕(野望)’의 기획 편집자다.  사람은 실제 출판 경험과 시장 모니터링 바탕으로 한국 문학 중국 유입 경로와 독자 반응, 발전 흐름을 정리 및 분석해줬. 또한 최근 중국에서 한국 문학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와 러한 문화  문학 교류가 어떻게 중한 인문 교류의 창구 기능하게 됐는지 편집자의 시각으로 설명해 주었.


2025년 12월, 베이징즈위안문화 산하 출판 브랜드 예왕이 김혜진 작가를 초청해 베이징에서 북토크를 개최했다. 사진은 행사 현장 모습이다. 사진/예왕 제공


주변부에 머물던 한국 문학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다

한국 문학의 중국 진출은 최근 들어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30여 년에 걸쳐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 온 과정에 가깝다. 1992년 중한 수교 이후 양국 간 문화 교류가 확대되면서 다수의 한국 문학 작품이 중국에서 번역·출판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인민문학출판사 등 기관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한국 문학을 들여왔고, 신경숙·이문열·박완서·김훈 등 작가의 작품이 잇따라 출간됐다. 런 편집장은 특히 2002년 전후로 한국 문학을 들여오는 출판사 수가 크게 늘었고, 김하인 작가의 <국화꽃 향기>가 큰 인기를 끄는 등 일부 대중문학 작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2003년에는 중국의 문학 시장에서 한국 문학의 매출 비중(정가 기준)이 3.86%에 달해 독일과 이탈리아 문학을 앞지르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런 일시적인 활기가 지속적인 인기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003년부터 2018년 사이에도 한국 문학 작품이 꾸준히 소개됐지만, 독자들의 호응과 시장의 관심이 제한적이어서 중국 출판계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자오 편집자는 “그때 출판된 책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한국 문학사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출판 업계가 작동하는 원리에 비춰보면 이러한 전략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출판업계는 보통 특정 언어권의 책을 소개할 때, 가장 먼저 그 나라에서 고전으로 인정받거나 이미 명성이 자자한 대표 작가와 작품을 통해 어느 정도 독자 기반을 쌓은 뒤 그때부터 점진적으로 새로운 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동안 한국 문학은 중국 독서 시장에서 유럽과 미국, 일본 문학에 비해 영향력이 크지 않았고, 중국 독자들이 주로 읽는 도서 카테고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변부에 머물렀다. 어떤 의미에서 이 시기는 한국 문학이 산발적으로 유입됐을 뿐, 중국 독자들이 ‘한국 문학’ 하면 떠올릴 확고한 이미지는 형성되지 못한 때였다.


런 편집장의 개인적인 경험 역시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2010년 말 출판업계에 입문했을 당시 그도 한국 문학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다. “그때는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문학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심지어 정말 오만한 생각이지만 ‘한국에는 문학이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조남주 작가의 작품 <82년생 김지영>을 접한 뒤 그의 생각은 완전히 뒤집혔다. 2019년 <82년생 김지영>이 중국어판으로 출간되면서, 동아시아 여성이 처한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 내용이 출판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사회적 논의로까지 이어졌다. 한국에서 백만 부 이상 판매된 이 소설은 중국 시장 진출 후에도 빠르게 화제를 모았다. 런 편집장은 “이 책이 하나의 출발점이 됐다”고 말한다. 이후 각종 한국 문학 작품을 섭렵하기 시작한 그는 한국 문학을 아직 발굴되지 않은 ‘블루 오션’이라고 여기며 한국 문학 전문 스튜디오 설립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82년생 김지영>의 반향은 우연이 아닌 시대적 맥락과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자오 편집자는 최근 주목받는 80~90년대생 한국 작가들이 사회 변화, 세대 간 관계, 그리고 급속한 경제 발전 속에서 나타나는 삶의 압박을 주요하게 다룬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주제는 중국 독자들의 현실 경험과 더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 공감을 끌어내기 더 쉽다.”


이후 신경전(新經典), 중신(中信), 상하이역문(上海譯文) 등 여러 출판사가 잇달아 한국 문학 출판에 뛰어들며, 이창동의 <버닝>,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등 작품이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런 편집장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현재 중국 시장에서 접할 수 있는 한국 문학은 훨씬 다양해졌다”며 “작가층이 확대된 것은 물론, 소재와 서사 방식 역시 한층 다채로워졌다”고 평가했다.


2024년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으면서 한국 문학은 한층 더 넓은 공적 담론의 장으로 나아가게 됐다. 자오 편집자는 “과거에는 ‘고전 우선’ 원칙을 강조했다면, 지금은 ‘현재성’을 더 중시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며 “독자가 고전 작품에서 출발해 한강과 김애란, 김혜진, 최은영 등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면 한국 문학 전체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한국 문학이 중국에서 확산해 온 과정은 갑작스러운 돌풍이라기보다, 서서히 이미지를 드러내는 ‘사진 현상 과정’에 더 가깝다. 초기부터 산발적이지만 꾸준히 이어져  번역 출판 작업이  밑바탕인 인화지가 됐다면, 최근 독서 열풍은 비로소 사진의 전체 풍경을 선명하게 완성해주고 있다.


2025년 3월, 모톄도서 외국문학출판센터 산하 ‘대어독품·한국 문학’ 스튜디오가 최은영 작가를 초청해 베이징에서 북토크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은 북토크행사 현장에서 독자들이 최은영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다. 사진/모톄도서 제공


문화 공감의 핵심 코드

전체적인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한국 문학의 독자층은 여전히 특정 집단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주된 독자층은 20~40대의 1·2선 도시 거주 여성으로, 도시의 화이트칼라나 대학생, 고학력층이 많은 편이다. 이들은 꾸준히 책을 읽는 습관을 지니고 있으며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자아의식과 젠더 의식 또한 뚜렷하다. 상당수가 한류 문화에 익숙해 한국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이미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한국 문학이 이렇게 고정된 팬층을 넘어 확산한 데에는 독자들 사이에 자발적으로 형성된, 이른바 ‘한국 여성 문학 열풍’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런 편집장은 “이러한 열풍은 출판사의 마케팅이 아니라 전부 독자들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조한다. 2023년 <밝은 밤> 출간 이후, 샤오훙수(小紅書) 같은 플랫폼에서는 ‘한국 여성의 태도에 의구심을 품다가 이해하게 되고, 결국 내면화하게 된다’는 식의 표현이 유행처럼 번졌다.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도서 목록을 정리하고 독서 감상을 공유하며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문화 코드를 형성하자 출판사가 이를 홍보에 활용한 것이다.


이런 현상의 기저에는 중국과 한국 여성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깊은 공감과 오랜 시간 축적돼 온 한국 페미니즘 문학이 자리하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한국 사회의 성차별과 공적 사건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낙인 등 현실 문제를 일상 서사 속에 녹여냈고, ‘일상에 내재한 젠더 폭력’을 섬세하게 포착해 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막 일어나기 시작한 여성 의식 성장과 시차를 두고 맞물리면서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런 편집장은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언어를 찾기 시작한 시점에 마침 이런 작품을 마주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한국 여성 작가들은 세대별로 안정적인 창작 계보를 이어왔다. 김애란, 김혜진 등 중견 작가에서부터 최은영과 90년대생 SF 작가 김초엽 등 신진 작가에 이르기까지, 현실주의·SF·가족 서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꾸준히 창작의 지평을 넓혀왔다. 지속적으로 공급된 양질의 작품은 한국 문학의 인기를 일시적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 흐름으로 자리 잡도록 이끌었다.


여기에 소셜미디어의 발전도 한국 문학의 확산 경로에 중요한 변화를 불러왔다. 더우반(豆瓣)과 샤오훙수에서 좋은 문장 모음과 독서 경험 공유가 입소문을 타고 연쇄적으로 퍼져 나가면서 전통적인 출판사 중심의 홍보보다 더 영향력 있는 전파 채널로 부상했다. 런 편집장은 요즘은 플랫폼 특성에 맞춰 독자의 감성을 즉각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짧고 강력한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홍보한다고 설명했다. 자오 편집자 역시 소셜미디어의 즉각적인 피드백이 소재 선정과 마케팅 전략을 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4월 2일부터 6일, ‘2026 쭤수 북 페어’가 베이징 금일미술관(今日美術館)에서 개최됐다. 모톄도서, 예왕 등 140개 중국 출판사와 서점이 참여했다. 사진은 관람객이 행사 현장에서 책을 고르는 모습이다. 사진/모톄도서 제공


전 국민 독서 열풍 속 중한 문화 교류의 문학적 연결고리

전 국민 독서가 활기를 띠며 심화해 가는 오늘날, 중국 독자들의 독서 니즈는 한층 다채로워졌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우수한 문학 작품을 수용하는 능력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한국 문학은 대중의 삶에 맞닿은 현실적 문제의식과 섬세한 감정 묘사를 바탕으로 중국 독자의 독서 지형에 새로운 색채를 더하며 뚜렷한 개성을 지닌 독서 카테고리의 한 갈래로 부상했다. 한국 문학의 광범위한 확산은 문화 소비의 활력을 생생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중한 양국의 인문 교류와 상호 작용을 잇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중국을 방문해 독자들과 직접 교류하고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는 쌍방향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한국 작가가 늘고 있다. 런 편집장은 2019년 조남주 작가가 중국에서 두 차례 오프라인 북토크를 진행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행사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성황을 이뤘고, 작가와 독자 간에는 젠더 문제를 둘러싼 밀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그때 오간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는 지금까지도 많은 이에게 회자되고 있다. 2024년에는 최은영 작가가 중국을 찾아 다양한 문학 행사에 참여하며 소셜미디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많은 독자가 독서 소감과 현장 이야기를 공유하며, 문학을 둘러싼 토론의 장이 오프라인을 넘어 더 넓은 공론의 장으로 확장됐다. 같은 해 한국의 ‘국보급’ 작가 황석영이 중국을 방문해 량융안(梁永安) 푸단(復旦)대학 교수와 대담을 나누었는데, 대학생과 일반 독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들어 큰 관심을 끌었다. 대담의 주제는 문학 텍스트에 대한 해석을 넘어 역사 기억, 사회 현실, 개인 경험 등 폭넓게 뻗어 나갔고 공적 담론의 장으로서 문학이 지닌 독특한 매력을 드러냈다.


한편 자오 편집자는 2025년 중국을 방문한 <딸에 대하여>의 작가 김혜진과의 교류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중국 독자들의 진솔하고 세심한 피드백에 깊이 감동한 김혜진 작가는 행사 이후 직접 감사 편지를 보내 중국 독자와의 이번 만남은 자신의 창작에 ‘상상 이상의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독자들이 가진 뜨겁고 순수한 지적 열정이 오히려 작가인 자신에게 지울 수 없는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는 소회를 전했다. 이렇게 생생하고 현실적인, 거듭된 상호 작용 속에서 문학은 언어와 지역의 경계를 뛰어넘어 손에 잡힐 듯한 문화적 연결고리로 구체화됐다.


한국 문학 출판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두 편집자에게, 작품을 중국어권 독자에게 소개하는 과정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장하는 여정이기도 했다. 런 편집장은 <엄마를 부탁해>와 <밝은 밤> 등 작품을 출간하면서 어머니와의 정서적 관계를 새롭게 성찰하게 됐고, 자오 편집자는 독자들의 메시지와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리뷰란에 남겨진 진심 어린 목소리를 통해 단순한 텍스트 출판이 아닌 감정과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책을 만드는 진정한 의미’라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 문학은 더 이상 소수의 독자층에 머무르지 않고, 중한 양국 간 문화 교류 속에서 생동감 있는 민간 차원의 연결고리가 됐다. 이는 중국 독자들이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 되는 동시에 보편적인 감정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양국 국민 간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데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나아가 한국 문학이 지닌 고유성은 전 국민 독서 운동의 콘텐츠 다양성을 확장하는 데에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글|푸자오난(付兆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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