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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유전자’를 품은 도시


2026-05-11      

동중국해 연안과 민장(閩江) 하구에 자리한 푸저우는 천혜의 지리적 조건을 갖춘 해안 도시다. 2000년 넘게 이어져 온 이 도시의 ‘유전자’에는 ‘바다의 흔적’이 깊이 각인돼 있다.


천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전통 어촌 마을 치다(奇達)촌의 모습이다. 사진/VCG

 

천년의 파도 소리가 들려주는

도시와 바다 이야기

창러(長樂)구 민장 하구 인근, 십칠교공(十七橋孔) 방조제 위에 서면 강바람에 실린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얼굴을 스친다.


탁 트인 시야 한쪽으로는 민장이 동중국해로 흘러드는 장대한 풍경이 펼쳐지고, 강물과 바닷물이 맞닿는 지점에는 흐릿한 경계선이 드러난다. 다른 한쪽에서는 방파제를 따라 층층이 쌓인 소파블록들이 이어지며, 투박한 인공 구조물과 자연스러운 바다 풍경이 대비돼 묘한 조화를 빚어낸다.


해 질 녘이면 석양이 수평선 너머로 천천히 내려앉으며 하늘을 오렌지빛에서 자줏빛으로 물들인다. 물결 위는 금빛 조각을 흩뿌려놓은 듯 반짝이고, 방파제의 윤곽에도 아련한 낙조의 빛이 스며든다. 바위에 걸터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저무는 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생각은 어느새 아득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한(兩漢) 시기(기원전 202년~220년), 푸저우는 이미 천혜의 지리적 조건과 주민들의 뛰어난 항해술을 바탕으로 동야항(東冶港)을 개척하며 해상 교역의 기반을 마련했다. 당(唐)나라 중기에서 오대십국(五代十國) 시기에 이르기까지 푸저우는 해상 실크로드의 요충지이자 경제·문화 중심지로 발전하며 당시 광저우(廣州), 양저우(揚州)와 더불어 중국의 3대 무역항으로 번성했다.


명(明)나라 영락(永樂) 3년(1405년)부터 항해가 정화(鄭和)는 원정대를 이끌고 일곱 차례에 걸쳐 서태평양과 인도양을 항해하며 30여 개 국가와 지역을 방문했다. 이는 15세기 말 유럽의 대항해 시대보다 앞선 인류 사상 최대 규모의 해상 탐험이었다. 이때 정화 원정대는 푸저우 창러의 태평항(太平港)을 보급과 정비, 선원 모집, 출항 준비의 거점으로 삼았고 그 영향은 지역 조선업과 상업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청(淸)나라 말기에 이르러 푸저우는 ‘5대 통상구’ 가운데 하나로 지정되었고, 각국 상인들이 모여들어 활발한 교역을 펼쳤다. 2000년이 넘는 푸저우의 도시 발전 역사는 곧 바다와 함께 시작되어 바다를 통해 번성해 온 여정이라 할 수 있다.


푸저우시 뤄위안현 젠장진의 전복 양식기지에서 귀항한 어선들이 바다와 푸른 산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생태 풍경을 이루고 있다. 사진/VCG


푸른 물결 위에 쓰는 새로운 발전 서사

이른 아침, 뤄위안(羅源)현 젠장(鑒江)진 젠장만 연안에서 양식업자 탕훙(唐洪) 씨가 작은 배에 재빠르게 올라 바다로 나설 채비를 한다.


“저기가 바로 우리 집 가두리 양식장이다. 지난 몇 년에 걸쳐 낡은 위파이(漁排, 격자 형태의 부유식 양식 시설) 160여 개를 전부 새것으로 교체했다.” 푸른 바다 위로 작은 배가 미끄러지듯 나아가자, 빽빽하게 늘어선 위파이와 가두리가 파도를 따라 위아래로 출렁였다. 탕 씨는 멀지 않은 곳에 새로 단장한 위파이를 가리키며 “요즘 나오는 위파이는 훨씬 튼튼하고 환경도 오염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베테랑 어민들에게 위파이는 곧 생계와 직결된다. 과거 전통적인 위파이는 나무와 스티로폼 부표를 주로 사용해 해양 쓰레기와 스티로폼 오염을 쉽게 유발하곤 했다.


지금은 마을 전체에 설치된 위파이 12만 5000개에 대한 개보수 작업을 모두 마쳤고, 친환경 플라스틱 가두리와 속이 빈 부표가 기존의 무질서한 목재 위파이와 스티로폼 부표 등 전통 양식 시설을 대체했다. “이번 시설 정비를 통해 바닷물이 훨씬 맑아지고 환경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탕 씨의 말에는 안도감과 만족감이 묻어났다.


연안에서 원양에 이르기까지, 푸저우 곳곳에는 플라스틱 위파이와 신형 가두리, 원양 양식 플랫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푸저우 사람들은 보다 조화로운 방식으로 바다에서 식량을 얻는 방법을 모색하며 지속 가능한 ‘푸른 목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생산 방식의 혁신을 넘어 바다를 이용하는 동시에 바다와 ‘공존’하려는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준다.


지난해 5월, 푸칭(福淸) 싱화(興化)만 수조류 성(省)급 자연보호구에서는 푸젠성 최초로 맹그로브 복원에 초점을 맞춘 생태 공공 참여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130여 명의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갯벌로 나가 2000그루가 넘는 맹그로브 묘목을 함께 심었다. 현재 북쪽의 뤄위안만과 민장 하구 습지에서부터 남쪽의 푸칭만과 싱화만에 이르기까지 푸저우 전역 총 963km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해안 숲’은 싱그러운 활력과 생기를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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