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1
4월 19일 2026 베이징(北京) 이좡(亦莊) 하프마라톤 및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이하 이좡 로봇 마라톤)이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룽야오(榮耀, Honor) 치톈다성(齊天大聖) 팀의 로봇 ‘산뎬(閃電)’이 넷타임 50분 26초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록은 지난해 첫 대회 로봇 부문 우승 기록(2시간 40분 42초)을 3분의 2 이상 단축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인간 남자 하프마라톤 세계 기록인 57분 20초도 넘어선 것이다. 불과 1년 만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놀랍게 진화했다.
로봇이 마라톤을 달리는 것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경기에서 인간을 앞지른 로봇들은 앞으로 어디를 향해 나아갈까? 월간 <중국>은 대회 현장에서 주최 측, 기술 개발자, 해외 언론 기자, 관중 등을 인터뷰해 다양한 시각에서 이번 대회가 지닌 의미를 입체적으로 짚어보았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인간 마라토너들이 같은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다.
마라톤 트랙 위 기술적 돌파
더 빠르게, 더 안정되게, 더 자율적으로
오전 7시 30분, 출발선에 선 휴머노이드 로봇과 일반 참가자들이 총성과 함께 동시에 달려 나갔다. 로봇이 트랙을 빠르게 질주하자 현장 관중들 사이에서 “진짜 빠르다!”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2025년 세계 최초로 시작된 이좡 로봇 마라톤은 현재 기준 세계 유일의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 대회이자, 브랜드화된 메이저 대회다. 올해 대회는 규모 면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100여 개 로봇 팀이 참가했고 26개 브랜드의 휴머노이드 로봇 300여 대가 한자리에 모여 경쟁을 펼쳤다. 참가 팀 수는 지난해보다 5배 늘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로봇들의 주행 속도는 전반적으로 향상돼 상위 3개 팀 모두 1시간 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해 2시간 40분 42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톈궁(天工)’ 로봇은 올해 자율 주행 모드로 1시간 15분 만에 코스를 완주해, 작년 세운 자신의 기록을 무려 1시간 25분이나 단축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많은 팀의 엔지니어들이 더 이상 자사 로봇의 질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전 구간을 함께 달리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는 차량으로 뒤따르며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첫 대회에서 로봇들이 출발하자마자 넘어지거나 제자리에서 빙빙 돌던 미숙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올해는 대다수 로봇이 안정적인 보폭과 매끄러운 자세 등 성숙한 기량을 뽐냈다. 아울러 올해 코스 설계는 그 자체로 매우 엄격한 ‘시험대’ 역할을 했다. 평지, 오르막, 커브, 좁은 길 등 10여 가지 지형이 혼합된 코스에는 오르막이 최대 8%, 내리막이 6% 포함됐으며, 누적 상승 고도가 100m에 달해 로봇의 동력 제어와 에너지 관리 효율 측면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 요구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작년보다 커브 구간이 더 많아지고 커브 각도도 더 좁아졌다. 주최 측은 “작년에는 좌회전과 우회전 구간이 각각 6개, 8개였고 커브 각도는 대체로 90°이상이었으나 올해는 좌회전과 우회전 구간이 각각 12개, 10개로 늘었다. 특히 난하이쯔(南海子)공원 내 한 구간은 커브 각도가 90°에 가까워 인간 마라톤 선수에게도 매우 도전적인 코스였다”고 설명했다.
일부 로봇은 이런 고난도 커브 구간을 거의 전력 질주에 가까운 속도로 통과하며, 극한 상황에서도 뛰어난 운동 균형 감각과 속도 안정성을 과시했다.
“로봇의 속도, 안정성, 액체 냉각 시스템, 배터리 지속 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것이 이번 대회의 가장 눈에 띄는 성과였다.” 량훙쥔(梁洪郡) 베이징시 경제정보화국 스마트제조 및 장비산업처 부처장은 경기 후 총평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경기장에서 드러난 성과가 지난 1년간 산업 전반에서 거듭된 기술 혁신의 폭발적인 기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폭발적인 기세는 성능뿐 아니라 지능 진화에서도 나타났다. 모든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해야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대회는 처음으로 자율 주행 부문과 원격 조종 부문을 별도로 신설했다. 최종 성적은 ‘넷타임×가중 계수+누적 벌점’ 방식으로 산출됐으며 자율 주행 부문의 계수는 1.0, 원격 조작 부문은 1.2로 책정됐다. 이는 완주 시간이 같더라도 원격 조종 로봇의 최종 성적이 더 낮게 평가됨을 뜻한다. 이런 규정에 따라 전체 참가 팀의 약 40%가 자율 주행에 도전했다. 자율 주행 로봇은 시각 카메라, 라이다(LiDAR), 관성측정장치(IMU) 등 자체 탑재된 다중 센서 융합 시스템에 완전히 의존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감지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위치를 파악하고 지도를 그리며 경로를 계획하고 동적 장애물을 피하는 등 일련의 복잡한 의사 결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해 진정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휴머노이드 로봇 ‘더우자오(豆腳)’와 함께 이번 대회에 참가한 장쯔하오(張子豪)는 인터뷰에서 올해 로봇들의 활약에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속도 측면의 돌파는 사실상 이 대회의 기술적 한계를 재정의했으며 산업 전체가 전혀 새로운 발전 단계에 진입했음을 상징한다. 다음 단계에서 로봇은 더 스마트하고 자율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자율 주행 분야의 엔지니어 상당수가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개발로 이동하고 있다”며 “두 분야는 환경 인식, 실시간 의사 결정, 운동 제어 등 기초 기술에서 재사용 및 전이가 가능한 부분이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년에는 원격 조종에서 완전히 벗어나 전면 자율 주행으로 운행하는 로봇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룽야오 치톈다성 팀의 자율 휴머노이드 로봇 ‘산뎬’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 관찰된 변화
대중의 열기에서 산업 고도화까지
이좡 로봇 마라톤의 영향력은 경기장 안을 벗어나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대회 기간 코스 주변의 관람 구역에 많은 인파가 몰렸고 주요 플랫폼에서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로봇 마라톤’, ‘인간과 로봇의 경쟁’ 등 키워드가 연일 화제가 되며 폭넓은 관심과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현장에는 부모와 함께 관람하러 온 어린이도 많았다. 그들은 로봇이 눈앞을 지나갈 때마다 감탄과 환호를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양시웨(杨曦悦)는 인터뷰에서 관람을 위해 어머니와 함께 랴오닝(遼寧)에서 베이징까지 일부러 왔다며 “로봇의 달리기 실력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나중에 로봇 디자이너가 돼서 부모님의 집안일을 덜어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전 세계 언론들도 이번 대회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벌찬 한국 조선일보 베이징 특파원은 현장에서 경기를 관람한 뒤 “가장 신기하게 느꼈던 건 중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을 한다고 하면 전 국민이 이것을 즐겁게 보고 즐기는 편이라는 점이다. 마라톤 대회 자체를 미래 사회로 들어가는 한 부분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포용하려는 자세를 느꼈다. 아마 이런 분위기가 중국 안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빠른 상용화를 이끄는 동력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경기장 안팎의 열기는 산업 발전을 이끄는 강력한 동력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가 로봇 산업에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질문에 량 부처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산업 생태계의 협력이 더 긴밀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주로 로봇 완제품 제조사가 기술 혁신을 주도했지만, 지난 1년 동안은 대회 개최에 힘입어 완제품 제조사와 부품 업체, 소프트웨어 및 알고리즘 기업 등이 더 긴밀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로봇 최종 제품의 성능을 향상하는 데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 줬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대회를 통해 혁신이 더 활발해졌다.” 량 부처장은 “2025년 한 해 동안 수많은 혁신 주체가 등장했으며 정말 많은 신생 기업과 팀이 로봇 산업 혁신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좡 로봇 마라톤이 단순한 속도 경쟁의 장을 넘어 강력한 ‘혁신의 자기장’으로 작용해 산업 생태계 전반의 활력을 지속적으로 끌어당기고 자극하고 있음을 뜻한다.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약 170억 위안(3조 57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중국이 85억 위안을 기록해 약 50%를 차지했다. 출하량 기준으로도 중국은 전 세계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2030년에는 중국의 체화지능(具身智能, Embodied Intelligence) 시장 규모가 4000억 위안, 2035년에는 1조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과 양산이 동시에 추진되고 상용화 응용 분야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중국의 로봇 산업은 안정적인 속도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좡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 대회의 로봇 시상식 현장의 모습이다.
궁극적 목표는 사람들의 일상을 이롭게 하는 것
그렇다면 인간을 앞지른 휴머노이드 로봇은 앞으로 어디를 향해 나아갈까?
“궁극적으로 로봇 산업은 실용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마라톤을 달리는 것은 기술 과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극한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다.” 량 부처장은 “핵심 목적은 로봇이 초장시간 지속 운용 능력, 높은 안정성, 강한 환경 적응력을 갖추도록 압박해 향후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위험, 원거리, 장시간 작업 현장에서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인명 피해 위험을 줄이고 인간 능력의 경계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스트레스 테스트’ 속에서 단련된 기술이 빠르게 생산력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해 하프마라톤 우승 로봇 ‘톈궁’은 국가전망(國家電網) 쓰촨(四川) 전력회사에 투입돼 배전소 순찰 업무를 맡고 있고, 인허퉁융(銀河通用, GALBOT) 로봇은 무인 약국과 소매 유통 현장에 배치됐다. 이번 대회 경기 완주 후 바로 징둥양처(京東養車, JD Auto Service)의 공식 홍보대사로 위촉된 ‘톈궁’은 향후 ‘1일 점장’ 신분으로 자동차 관련 서비스에 참여할 예정이다. 룽야오 측도 ‘산뎬’의 기술 성과를 향후 오프라인 매장에 적용해 판매 업무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에서 로봇이 인간을 앞질렀다는 사실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달리기’를 위해 축적된 기술이 결국 산업 현장 순찰, 긴급 구조, 건강 요양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뢰할 수 있는 생산력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점이다. 경기의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은 ‘순간’이지만, 기술 발전은 끝이 없는 ‘마라톤’과 같다. 그리고 이 마라톤의 방향은 분명하다. 극한의 시험장을 벗어나, 인간의 삶이 펼쳐지는 일상 속, 로봇이 필요한 모든 곳으로 향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이상적인 미래상일 것이다.
글 | 왕윈웨(王雲月) 에디터
사진 | 베이징 이좡 경제개발구 선전부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공식 주제가를 불러 중국인에게도 친숙한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