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2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공식 주제가를 불러 중국인에게도 친숙한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 지난해 3월 그가 뮤지컬 <선셋 블러바드(Sunset Boulevard)>의 주인공으로 중국 순회공연에 나선다는 소식에 서둘러 티켓을 예매한 적이 있다.
공연이 열린 곳은 베이징 퉁저우(通州)에 있는 베이징 예술센터였다. 2023년 말 문을 연 이곳은 고대 곡물 창고와 화물선을 닮은 독특한 외관 때문에 ‘문화 곡물 창고(文化粮倉)’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무대 위 공연 못지않게 공연장 자체가 깊은 인상을 남겼던 하루였다.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등 중국 주요 도시에는 이 같은 대형 공연장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공연 인프라의 확충은 곧 관객 수요의 확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필자가 중국에서 처음 뮤지컬을 접한 것은 베이징 유학 시절이던 2004년 겨울이다. 당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팀이 중국을 찾아 순회공연을 펼쳤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오늘날 ‘중국 정치 1번지’로 불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뮤지컬을 관람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인민대회당에서 일반인이 뮤지컬 공연을 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그럴 필요도 없다. 바로 건너편에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국가대극원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오픈한 국가대극원은 프랑스 건축 대가 폴 앙드뢰(Paul Andreu)가 설계했다. 이제 이곳은 공연장이자 시민들이 즐겨 찾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20여 년 전 인민대회당에서 낯설게 마주했던 뮤지컬은 이제 전용 공연장과 수많은 관객 속에서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관람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공연예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국 뮤지컬 공연은 1만 9700회로 전년 대비 15% 이상 늘었고, 관객 수는 818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80%가 35세 미만의 젊은 층이다.
과거 수입 오리지널 작품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이제는 해외 원작과 중국 창작 뮤지컬이 절반씩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가 주도하던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 창작 뮤지컬의 존재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서울 대학로에서는 <#0528>, <나비변신> 등 중국 라이선스 작품이 무대에 올라 호응을 얻었고,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는 고전 <홍루몽(紅樓夢)>을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 <보옥(寶玉)>이 초청됐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도 중국 무대에서 활발히 소개되고 있다. 전통 설화 <장화홍련전>을 바탕으로 한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 <홍련>이 상하이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쉐도우> 등 국내 작품들의 중국 투어도 이어질 예정이다. 뮤지컬 분야에서도 한중 양국 간 문화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1966년 한국의 첫 뮤지컬 극단인 예그린악단이 한국 최초의 현대적 의미의 오리지널 창작 뮤지컬 <살짜기로 옵서예>를 선보인 이래, 한국 뮤지컬은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