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1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춘분 무렵이 되면 중국 북방 지역의 산과 들에는 얼음과 눈이 녹아내리고, 어린 새싹들이 흙을 뚫고 올라온다. 제비들은 예전에 머물던 둥지로 하나둘 돌아와 새로운 생명을 품기 시작한다. 반면 남방 지역은 이미 봄기운이 완연해 꽃이 만개하고, 초목이 왕성하게 자라 또 한 번의 화사한 계절을 맞는다. 절정에 달한 봄의 화사한 풍경을 묘사한 대표적인 성어 ‘초장앵비(草長莺飛)’는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의 아름다운 장면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내 생기와 시적 정취가 가득한 표현이다. 이 말은 흔히 봄날 초목이 무성하고 꾀꼬리가 날아다니는 수려한 풍경을 묘사하며, 봄에 대한 애정과 생명력에 대한 찬탄을 함께 담아낸다.
성어의 유래와 고사
성어 ‘초장앵비’는 남조(南朝) 시기 문인 구지(丘遲)의 <여진백지서(與陳伯之書)>에서 처음 유래했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늦봄 삼월, 강남에는 풀이 무성해지고 나무마다 온갖 꽃이 피어나고, 무리지은 꾀꼬리들이 분주하게 날아다닌다(暮春三月, 江南草長, 雜花生樹, 群鶯亂飛).” 그는 이 짧은 열여섯 글자로 강남 봄날의 절경을 완벽히 묘사해 냈다. 이 성어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도 전해진다.
남조 시기, 원래 남조의 장군이었으나 북위(北魏)에 투항해 북위의 장수가 된 진백지(陳伯之)는 군대를 이끌고 남조와 대치했다. 이에 남조의 문인 구지는 조정의 명을 받아 그에게 귀순을 권하는 편지를 썼다. 그는 강압적인 위협도, 노골적인 설교도 하지 않고 대신 고향의 봄 풍경을 편지에 정감 어린 필치로 그려냈다. 그의 필치 아래 강남의 삼월은 따스한 봄바람이 부드럽게 스치고, 향기로운 풀이 푸르게 자라며, 가지마다 다채로운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황앵(꾀꼬리의 일종)이 우아한 날갯짓으로 하늘을 수놓으며, 맑고 고운 울음소리가 봄날의 풍경에 운치를 더한다. 이처럼 따뜻하고 정겨운 강남의 봄 풍경에는 고향을 향한 깊은 그리움이 어려있다. 고향의 봄 풍경이 가득 담긴 편지에 깊이 감동한 진백지는 고향과 나라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이 밀려와 결국 군대를 이끌고 남조로 돌아와 귀순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사람들은 이 글 속의 시적 이미지를 취해 ‘초장앵비(풀이 자라고 꾀꼬리가 날아다닌다)’라는 말로 응축했다. 이는 봄날 만물이 자라고 꾀꼬리가 지저귀는 아름다운 풍경을 뜻하는 동시에, 봄에 대한 애정과 산하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지며 여전히 생생한 울림을 주고 있다.
길이는 짧지만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겨 긴 여운을 남기는 성어 ‘초장앵비’는 이후 천 년 넘게 역대 문인들에 의해 계속 사용되며 전해져 내려왔다. 청(淸)나라 시인 고정(高鼎)의 <촌거(村居)>에 등장하는 “풀이 자라고 꾀꼬리가 나는 이월의 하늘, 제방을 스치는 버들가지는 봄 안개에 취해 흔들리네(草長莺飛二月天, 拂堤楊柳醉春煙)”라는 구절 역시 이 성어의 이미지를 빌린 것이다. 이처럼 봄날의 정취를 맑고 생동감 있게 그려낸 작품들을 통해 ‘초장앵비’라는 표현은 더욱 널리 알려져 대대로 전해지며 봄날의 우아한 정취를 한껏 드러내는 표현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남방과 북방 지역의 봄 농사
중국인들은 오래전부터 ‘한 해의 계획은 봄에 달려 있다’라는 이치를 알고 있었다. 농업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농시(農時)는 선인들이 오랜 세월 기후와 농업 생산의 관계를 바탕으로 도출해 낸 법칙으로, 이를 토대로 이십사절기를 만들어 농업 생산의 기준으로 삼았다. 봄은 씨를 뿌리고 밭을 가는 계절이다. 농부들은 농시에 맞추어 부지런히 밭으로 나선다. 봄의 온기와 생기 속에서 땅을 갈고 정성껏 씨를 뿌리며, 미래에 대한 기대와 삶에 대한 열정을 하루하루의 농사일 속에 담는다. 묵묵히 땀 흘려 일해야만 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수 있고, 성실한 노력만이 풍성한 결실로 이어진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봄이 일찍 시작되는 중국의 남방 지역은 따뜻한 기운이 먼저 깃들고 풍부한 비가 만물을 적신다. 드넓게 펼쳐진 논에는 봄비가 가득 고여 잔잔히 일렁이고, 빗물에 젖은 흙은 부드럽고 비옥하다. 때를 놓치지 않는 농부들은 바짓단을 걷어 올린 채 논으로 들어가 허리를 굽히고 손끝을 능숙하게 움직여 푸른 모를 하나씩 진흙 속에 심는다. 가지런히 늘어선 모들이 봄바람을 맞으며 연한 잎을 펼쳐내면, 물빛과 초록빛이 어우러져 잔잔하면서도 싱그러운 풍경을 이룬다. 가지 위에서는 꾀꼬리가 부드럽게 지저귀고, 초목은 생명의 기운을 뽐내며 마음껏 자라난다. 농부들은 천천히, 그러나 정성껏 논을 가꾸며 한번 몸을 굽힐 때마다 풍년을 기원한다. 강남 봄 농사의 섬세하고 온화한 정취가 이 작은 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봄이 조금 더디게 찾아오는 중국의 북방 지역에서는 얼음과 눈이 모두 녹고 나면 대지가 쓸쓸함을 벗고, 넓고 끝없는 들판을 펼쳐낸다. 주로 밭농사가 이뤄지는 북방 지역은 흙이 헐겁고 두텁다. 농부들은 화창한 날씨를 놓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밭을 일군다. 농기계가 들판을 오가며 묵직한 힘으로 땅을 갈고 흙을 고르면, 그 뒤를 따라 농부들이 양질의 종자를 뿌리고 흙을 덮으며 겨울을 지나 다시 푸른 빛을 되찾은 밀 싹을 정성껏 돌본다. “겨울에 밀 위에 눈이 세 겹 쌓이면, 이듬해에는 만터우를 베고 잘 수 있다(冬天麥蓋三層被, 來年枕著饅頭睡)”라는 속담은 겨울 눈이 밀의 생장에 미치는 영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따스한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산들바람이 풀과 나무의 향기를 머금고 불어온다. 농부들은 아침 햇살을 맞으며 일을 시작해 저녁노을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한다. 착실하고 차분하게 이어지는 노동 속에서 북방 봄 농사의 장엄하면서도 소박한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 지역의 자연환경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빚어내듯 중국의 남방과 북방 지역은 봄 풍경도, 농사 방식도 서로 다르다. 남방 지역은 섬세한 손길로 잔잔한 희망을 심고, 북방 지역은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노동으로 풍성한 수확을 준비한다. ‘초장앵비’의 계절, 초목은 햇살을 향해 자라나고 농부들은 허리를 굽혀 땅을 일군다. 그들은 땀으로 기름진 땅을 적시며 부지런함으로 수확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사람 사는 온기를 물씬 풍기는 봄 농사 풍경에는 봄의 생기와 더불어 해마다 평온한 삶이 이어지길 바라는 아름다운 미래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다.
글|장샤오솨이(張曉帥) 중국사회과학원대학 문예학석사
사진 | 인공지능(AI)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