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1

한 시민이 시차와 모바일 게임 <빛과 밤의 사랑> 컬래버 이벤트 현장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사진/VCG
“12시다!” 장둬둬(張多多, 26) 씨는 재빨리 휴대전화를 꺼내 메이퇀(美團) 배달 앱을 켰다.
이 시간에 배포되는 고액 할인 쿠폰을 받기 위해서다. 2025년 여름,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京東)이 배달 시장에 진출하자 주요 플랫폼들이 잇따라 할인 보조금을 확대하며 이용자 확보 경쟁에 나섰다. 평소 밀크티와 커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이 덕분에 적잖은 돈을 아낄 수 있었다. “플랫폼마다 할인 폭이 다르다. 1~2위안(210~420원) 차이지만 주문 전에 꼭 비교해 본다.” 당시의 ‘배달 대전’을 떠올리며 그는 “그때는 거의 매일 밀크티나 커피를 한잔씩 주문해 마셔서 체중이 꽤 늘었다”라며 웃었다.
음료를 주문할 때는 몇 푼이라도 아끼려고 여러 플랫폼을 오가며 최저가를 찾는 그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아트토이 ‘몰리(MOLLY)’와 ‘라부부(LABUBU)’를 위해서는 거리낌 없이 ‘거금’을 지출한다. 몰리와 라부부는 중국의 아트토이 문화 엔터테인먼트 기업 팝마트(POP MART)의 대표 IP로, 관련 랜덤 박스 시리즈는 젊은 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에는 한정판 라부부 히든 에디션 단품이 무려 10만 위안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의 집 안 진열장에는 서로 다른 테마 시리즈의 몰리 피규어가 놓여 있고, 소파 등받이 위에는 라부부 봉제 인형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내 컬렉션에는 몰리의 초기 모델도 있다. 지금은 절판돼서 중고 시장에서는 수만 위안을 호가한다.” 그는 짐짓 자랑스러운 듯 말하면서도 “그래도 절대 팔 생각은 없다. 전부 소중한 애장품이라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라고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온갖 궁리를 다 짜내 절약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비용을 따지지 않고 소비하는 등 요즘 중국의 적잖은 젊은이들은 장 씨와 비슷한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샤오훙수(小紅書) 등 젊은이들이 모이는 소셜미디어 앱에서는 ‘하오양마오(薅羊毛, 각종 할인 혜택을 이용해 이득을 보는 행위)’와 ‘중차오(種草, 좋은 제품을 추천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 관련 게시물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서로 모순돼 보이는 소비 행태는 오늘날 젊은이들의 어떤 소비관을 반영하며, 그들은 소비를 통해 무엇을 찾고 있을까?
정서적 만족을 위한 지출
신경보(新京報) 패각재경(貝殼財經)이 발표한 <2024 중국 청년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가성비가 좋고 정서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이 현대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상 소비를 대표하는 커피와 차 음료를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소비자들은 한 잔에 20위안이 넘는 스타벅스 같은 고가 브랜드에서 점차 가성비가 높은 쿠디(庫迪, 코티), 루이싱(瑞幸, 루킨) 시차(喜茶, 헤이티) 등 보다 합리적인 브랜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신흥 브랜드들은 일인당 평균 소비 가격을 15위안 이하로 통제했을 뿐만 아니라, <천관사복(天官賜福)>, <스폰지밥>, <왕자영요(王者榮耀)>, <견환전(甄嬛傳)> 등 인기 애니메이션, 게임, 드라마 IP(지식재산권)와의 협업을 통해 음료 자체보다 패키지와 굿즈 구매를 유도하며 젊은 소비층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컵 받침, 종이봉투, 스티커 등을 들 수 있다.
2024년 3월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진행된 시차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빛과 밤의 사랑(光與夜之戀)>의 컬래버는 신드롬급 열풍을 일으키며, 지금까지도 IP 마케팅의 전형적인 성공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행사 첫날 여러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대기 주문만 약 800잔에서 1000잔 이상에 달했고, 대기 시간도 4시간에서 길게는 9시간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많은 열혈팬은 특별히 게임 속 캐릭터와 똑같은 옷으로 갈아입고 매장 앞에 세워진 캐릭터 등신대와 사진을 찍은 뒤, 이를 샤오훙수, 웨이보(微博)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업로드해 같은 취미를 가진 팬들과 교류했다.
이처럼 폭발적인 판매 현상 이면에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동시에 소비 과정에서 얻는 감정적 공감과 사회적 교류, 정신적 만족을 중시하는 오늘날 젊은 세대의 소비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제품이 제공하는 정서적 가치는 때로 제품 자체의 기능적 속성을 뛰어넘기도 한다. 실제로 정서적 가치와 개인의 관심사를 충족시키는 소비는 젊은 층의 주요 소비 동기로 자리 잡았으며, 그 비중은 40%가 넘는다. 이러한 흐름은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이나 사무실 책상용 식물 등 기분 전환과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의 빠른 성장을 이끌고 있다.
자신에 대한 투자
정서적 소비가 입에 넣는 순간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사탕 같다면, 마찬가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건강 관리 소비와 학습 소비는 젊은 세대가 자신에게 하는 장기적 투자에 가깝다. 이들은 운동과 건강 관리로 몸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공부와 자기 계발을 통해 실질적인 역량을 쌓으면서 직장과 생활에서 마주하는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을 차분히 해소해 나간다. 이러한 과정은 내면을 더 풍요롭고 단단하게 만든다.
<DT상업관찰(DT商業觀察)>의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90허우(後, 1990년대 출생자), 95허우, 00허우 가운데 약 4분의 1이 2024년 건강 보조 식품과 영양제에 대한 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톈마오(天猫) 건강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심장, 간, 비장, 눈, 뇌, 다리 등 신체 부위별 영양 보충제가 이미 젊은 층의 일상적인 소비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가운데 프로바이오틱스, 글루코사민 콘드로이친, 루테인, 오메가3, 간 기능 보호제가 인기 품목 상위 5위를 차지했으며, 95허우는 일인당 평균 3종류의 건강 보조 식품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양제를 꾸준히 먹어야 한다는 인식뿐 아니라, 체계적인 운동에 대한 젊은 층의 투자도 늘고 있다. 대학생 주멍(朱萌) 씨는 지난해 초 1200위안을 들여 6개월 과정의 온라인 퍼스널 트레이닝(PT) 서비스를 신청했다. “영상 설명이 자세하고, 일시 정지나 다시 보기도 가능하다. 트레이너가 매달 내 상태에 맞춰서 운동과 식단 계획을 짜주고, 궁금한 점도 수시로 답해준다.” 쇼트폼 영상과 라이브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요즘 온라인 다이어트 코치들은 바쁠 때면 일주일에 10건이 넘는 레슨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는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가 지식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새로운 소비 양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중국청년보(中國青年報) 사회조사센터가 청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복수 응답 가능)에 따르면, 응답자의 86.4%가 지식 유료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목적을 분석한 결과, 개인적인 관심사와 취미를 위해 비용을 지불했다는 응답이 57.3%로 가장 많았고, 업무나 학업상 필요로 이용했다는 응답이 53.7%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업무 스킬 향상(49.9%)과 생활 속 구체적인 문제 해결(33.9%) 등도 젊은 세대가 지식 소비를 선택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95허우인 리웨이(李薇) 씨는 2016년부터 유료 지식 콘텐츠를 구매해 왔으며, 지난 10년 가까이 재테크,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더빙, 일러스트, 체지방 감량과 체형 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수강해 왔다.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이러한 교육 투자에서 그는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청년 세대는 가성비를 매우 중시하지만, 동시에 즐거운 기분과 자신의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젊은 층이 다양한 소비 품목에서 보이는 지출 변화에서 그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과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건강 관리’, ‘반려동물’, ‘굿즈’, ‘중고품’은 최근 부상한 청년 소비의 새로운 트렌드다. 이러한 흐름은 어떤 배경 속에서 형성됐으며, 그 안에 담긴 요즘 청년들의 삶과 일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글에서 하나씩 살펴보겠다.
글 | 왕자오양(王朝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