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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에서 주류 산업으로 굿즈 경제의 급부상


2026-02-11      


상하이 양푸(楊浦)에 위치한 바이롄 ZX 촹취창에서 한 시민이 ‘굿즈’를 고르고 있다. 사진/VCG


지난해 말, 언어 문자 전문 잡지 <야오원자오쯔(咬文嚼字, 교문작자)>가 2025년 10대 유행어를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구쯔(谷子)’라는 단어가 이름을 올렸다. 일본어 ‘굿즈’의 음역어인 이 단어는 한때 Z세대 사이에서만 통하던 ‘은어’에서 벗어나 이제는 대중 소비 시장의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소수의 취향에서 천억 위안 규모의 시장으로

중국어에서 구쯔(谷子)는 원래 식물 조(粟)를 뜻하는 단어지만, 최근에는 일본어 ‘굿즈’의 음역어로 쓰이면서 2차원 문화(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 2D 매체를 중심으로 한 서브컬처)의 파생 상품 전반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확장됐다. 굿즈 매장은 ‘구쯔뎬(谷子店)’, 굿즈를 구매하는 행위는 ‘츠구(吃谷)’라고 한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굿즈 경제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0.6% 성장한 1689억 위안(35조 4690억 원)에 달했고, 2025년에는 2400억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Z세대를 주축으로 한 소비 집단은 애니메이션과 게임 IP(지식재산권)에 대한 열정을 실질적인 소비로 전환하며, 천억 위안 규모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장쑤(江蘇) 출신의 00허우(後, 2000년대 출생자) 리숴웨(李朔月) 씨는 2022년 굿즈 수집에 빠지기 시작한 이후 매달 500~2000위안을 굿즈 구매에 지출하고 있다. 그는 “굿즈는 2D 세계에 있는 캐릭터를 화면 밖으로 데려와 준다. 가지런히 진열된 배지와 아크릴 스탠드를 보고 있으면 큰 위안을 받는다”고 말했다. 23세의 싼치(三柒, 가명) 씨는 <명탐정 코난>의 모리 란 관련 굿즈에 1만 위안 이상을 썼다며, “실물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처음 모리 란을 만났던 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늠름한 가라테 여왕이 내 앞에 다시 나타난 듯하다”라고 전했다.


‘굿즈 경제’ 열풍은 젊은 세대가 문화 IP에 대해 느끼는 깊은 공감과 정서적 유대에서 비롯됐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오늘날, 이들은 상품의 실용성에만 만족하지 않고 소비를 통한 정서적 공감과 정체성 확인을 추구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가 발표한 <2024년 중국 소비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64%가 ‘정신적 소비’를 더 중시한다고 응답했으며, 이런 경향은 젊은 소비자층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굿즈는 이런 수요를 정확히 공략했다. 굿즈로 꾸민 ‘이타백’을 메고 외출하면 취향이 같은 사람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고, 소셜미디어에 굿즈 인증샷을 올리면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일부 희귀 굿즈는 소장하는 즐거움과 함께 가격 상승 가능성까지 있어 구매 열기를 더 부추긴다. 2023년 초, <문호 스트레이독스>의 전 세계 50개 한정 다자이 오사무 아크릴 스탠드는 7만 2100위안에 낙찰됐고, 2024년에는 <하이큐!!> 한정판 배지가 중고 거래 플랫폼 셴위(閒魚)에서 7만 2000위안에 거래되기도 했다.


시장의 폭발적 성장 이면에는 성숙한 산업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굿즈 시장은 ‘궈구(國谷, 중국산 굿즈)’, ‘르구(日谷, 일본산 수입 굿즈)’, ‘메이구(美谷, 미국산 수입 굿즈)’가 공존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국산 IP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25년 1분기 춘절(春節, 중국 음력 설) 시즌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나타지마동요해(哪吒之魔童鬧海, 너자2)>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관련 굿즈 판매량이 2346.2% 급증했고, 중국 신화를 소재로 한 만화 <비인재(非人哉)> 관련 굿즈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003.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랑랑산소요괴(浪浪山小妖怪)>, <왕자영요(王者榮耀)>, <검은 신화: 오공(黑神話: 悟空)> 등 다수의 IP가 인기 반열에 올랐다. 업 스트림에서는 우수한 IP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미들 스트림에서는 발달한 경공업이 생산력을 받쳐주며, 다운 스트림에서는 차오완싱추(潮玩星球), 만쿠(漫库), 싼웨서우(三月兽) 등 오프라인 굿즈 체인 브랜드들이 빠르게 네트워크 확장에 나서면서 완전한 산업 생태계가 구축됐다.


굿즈 경제, 오프라인 소비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다

베이징(北京) 왕푸징(王府井) 시웨(喜悅) 쇼핑센터 지하 2층에 있는 ‘굿즈 거리’는 연일 인파로 북적인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속 캐릭터로 코스프레한 젊은이들이 ‘전리품’으로 가득 찬 크고 작은 쇼핑백을 들고 분주히 각종 굿즈 매장을 누빈다. 

 

“<원신(原神)> 굿즈를 사려고 일부러 시간 내어 왔다. 이 아크릴 스탠드가 너무 귀여워서 책상 위에 올려두려고 한다.” 계산을 위해 줄을 서 있던 대학생 손님의 손에는 <원신> 캐릭터 ‘중리(鍾離, 종려)’ 굿즈가 들려 있었다.


‘굿즈 경제’의 급성장은 오프라인 소비 지형을 바꾸고 있다. 기존 쇼핑몰들이 업종 전환 및 리모델링을 거쳐 2차원 문화 팬들의 성지로 탈바꿈하며, 실물 소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저상(浙商)증권 관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1·2선 도시 20여 곳에서 60개 이상의 핵심 상권이 ‘2차원 소비’ 랜드마크 조성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에는 2차원 굿즈 쇼핑 공간이 220곳을 넘으며, 광저우(廣州)와 선전(深圳)에 분포한 굿즈 매장 수만 합쳐도 300곳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광저우 둥만싱청(動漫星城) 쇼핑몰에만 50개 이상의 매장이 밀집해 있다. 청두(成都), 충칭(重慶), 우한(武漢) 역시 각각 170곳, 140곳, 120곳이 넘는 관련 매장이 있다.


이런 오프라인 공간의 혁신은 소비자에게 몰입형 소비 경험을 제공했다. 난징(南京)로 보행 거리에 위치한 화롄상사(華聯商廈)를 전신으로 하는 상하이(上海) 바이롄 ZX 촹취창(百聯ZX創趣場)은 2023년 1월 중국 최초의 2차원 문화 특화 상업 시설로 전환된 이후, 18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수 1500만 명을 돌파하고, 매출 5억 위안을 넘어섰다. 각 매장은 IP 테마 장식과 한정판 상품의 최초 출시, 팬 미팅 개최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소비 공간을 사교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했으며, 굿즈 구매를 단순한 쇼핑이 아닌 오락성과 특별한 의미를 지닌 사회적 경험으로 승화시켰다.


‘굿즈 경제’의 급부상은 문화 소비와 실물 경제가 깊이 결합할 때 발휘되는 막대한 잠재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중국 소비 생태계와 경제 성장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글 | 리자치(李家祺)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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