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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 관계 최전선에서 보낸 25년의 시간

고탁희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 회장 인터뷰


2026-02-05      

중국과 한국 사이에, 늘 양국 왕래와 교류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며 이성적인 대화와 실질적인 협력이 지속되도록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 온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중한 관계가 어떠한 기복을 겪더라도 언제나 우호 협력과 상호 호혜, 상생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힘을 보태온, 양국 관계에서 더없이 소중한 연결 고리다.


올해, 월간 <중국>은 특별 시리즈 인터뷰 코너를 신설해 중한 우호 교류와 협력을 위해 활약해 온 인물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초대 손님인 고탁희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 회장은 최근 중국외문국 아시아태평양 커뮤니케이션센터를 방문해, 위원(于文) 부주임(부센터장)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90분에 걸친 대담에서 그는 유창한 중국어로 자신과 중국 사이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중한 교류의 최전선에서 몸소 느낀 생각과 소회를 공유했다.


고탁희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 회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위 부주임: 센터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올해 초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회장님이 재중 한국인을 대표해 이 대통령께 환영사를 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당시 상황을 좀 소개해달라.

고 회장: 이야기는 지난해 10월 한국 경주에서 개최된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지도자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을 국빈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했으며, 그 과정에서 두 정상의 우호적인 교류는 한국 사회에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를 고취하고, 기대감을 증진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재중 한인 사회에서는 이 대통령의 조속한 방중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졌었다.


지난 1월 4일 국빈 방중 일정을 공식 개시한 이 대통령은, 베이징(北京) 도착 후 첫 일정으로 재중 한인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나는 환영사에서 ‘버선발로 반김’이라는 한국 표현을 인용해 대통령 내외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마음을 전하고, ‘대륙의 기운을 모아’라는 메시지로 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응원했다. 이 환영사는 다수의 한국 언론에 보도됐고, 이 대통령의 개인 영상 채널에도 소개되면서 적잖은 주목을 받았다. 1월 6일, 상하이(上海)로 향하는 이 대통령을 배웅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은 “영상이 온 동네에 퍼져서 난리가 났던데”라고 농담을 건네시기도 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은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이 끝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한중 교류의 최전선에서 점진적이면서도 분명한 관계 회복의 흐름을 체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위 부주임: 2월 19일은 회장님이 중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특별한 날이라고 들었다. 특히 2026년 2월 19일은 그 의미가 더 남다르다고 하던데, 처음 중국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고 회장: 중국에 오기 전에는 나는 한국 부천시에서 도장 공장을 운영했다. 2000년 전후로 한국 기업이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바람이 불었고, 나도 “중국에서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래서 2001년 2월 19일 베이징으로 왔다. 올해는 내가 중국에 온 지 딱 25년이 되는 해다. 돌이켜보면, 중국에서의 도전을 선택한 것은 내 인생에서 잘한 결정 중 하나이다.


처음 왔을 때는 중국어를 한 마디도 할 줄 몰랐다. 매일 오전에는 중국어를 배우고, 오후에는 여기저기 방문해 시장 조사를 했다. 불과 두 달 후에, 중국에 머물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로 결심했다. 그 후 무역업에 뛰어들어 메탈 프린터를 시작으로 휴대전화 부품, LED, 석유 밸브, 빅데이터, 의료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역 경험을 쌓았다.


그동안 나의 사업은 전반적으로 순조로운 성과를 거뒀다. 한편으로는 중국 시장 변화에 빠르게 발맞춰 중국 발전의 선제적 기회를 누렸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이들의 따뜻한 배려와 도움을 받았다. 그 중에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어학연수 중에 만난 중국인 아내다. 한마디로, 중국에서의 ‘성공’ 비결은 바로 이곳의 ‘사람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그동안 받아온 호의를 사회에 환원하고, 한중 간 교류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


위 부주임: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 회장으로서 오랫동안 재중 한인 사회에 깊이 관여해 왔다. 현재 재중 한인 사회 현황을 소개해 달라.

고 회장: 현재 재중 한국인 수는 약 30만 명으로, 과거 절정기에 비해 인구수가 많이 감소했지만, 구조 면에서 ‘질적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중국을 찾은 한국인들은 투자자와 주재원으로, 진출 분야가 제조업과 무역업에 집중되어 있었던 반면, 지금은 양국 간 경제무역 협력 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화, 확대됨에 따라 갈수록 많은 기업과 창업가가 디지털 경제, 인공지능(AI), 바이오, 의료뷰티, 재생에너지 및 프리미엄 생활소비재 등 분야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는 인적 구성 역시 변하고 있는데, 특히 젊은 전문 인력과 창업가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들은 단순한 정착을 넘어, 현지 사회와의 협업과 공존을 적극 모색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중 커플도 나날이 늘면서, 교민사회의 요구도 세분화되고, 한중간 민간 차원의 유대 관계도 갈수록 긴밀해지고 있다.


위 부주임: 전통적인 경제무역 협력 외에 중한 민간 교류에서 저평가된 잠재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 회장: 사람을 중심에 둔 교류는 아직 충분하지 않고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한중 관계를 하나의 산에 비유한다면, 산을 더 높이 쌓으려면 그 기반이 더 넓고 견고해야 한다. 한중 관계란 산의 기반을 넓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민간 교류’다. 양국 사이에 여전히 일부 오해가 존재하는 것도, 민간 차원의 교류가 충분히 깊고 넓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종종 내 아이들에게 “언젠가 내가 이 세상을 떠난다면, 사람들 기억 속에 한중을 이은 하나의 ‘가교’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중국에 처음 와서 종사했던 무역업이든, 현재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 회장의 역할이든, 내가 해온 모든 일의 본질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고,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일이다.


위 부주임: 마지막으로 지난 25년 동안 바라본 중국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또한 한국인들이 중국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길 바라는가?

고 회장: 내가 경험한 중국은 단일한 이미지로 규정할 수 없는 매우 다양하고 역동적인 사회다. 변화의 속도만큼이나 사람들의 삶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차이는 배움의 기회이기도 하다. 한중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배울 점을 찾을 때 한중 관계의 미래도 더욱 밝아질 것이다.


나의 경험과 이야기가 중국을 보다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런 인식이 한중 관계의 미래를 더 안정적이고 성숙하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본 글은 왕윈웨·王雲月 에디터가 인터뷰 내용을 기초로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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