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0

2024년 3월 9일, 아티스트 듀오 크랙 앤 칼(Craig & Karl)의 중국 초대형 개인전 <인사이드 아웃: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INSIDE OUT請勿見外)>가 베이징에서 개최됐다. 사진/VCG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각지 미술관은 끊임없이 전통적 운영 방식을 과감히 허물고 다원·혁신이라는 시대적 조류에 발맞춰 대중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미술관은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인 ‘예술의 섬’에 머물지 않고 독특한 매력을 앞세워 많은 도시에서 인기 명소로 떠오르며 지역 문화 관광 발전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고금의 조화로 피어나는 토속미
디지털 영상에서 흘러나온 빛이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기루(騎樓, 위층은 건물로 사용하고 1층은 기둥으로 떠받쳐 통로로 사용하는 구조)의 아치를 감싸고, 세련되고 현대적인 설치 예술은 꽃이 새겨진 100년 역사의 화려한 복도 기둥과 대화를 나눈다. 하이커우(海口) 기루미술관에서 관람객은 역사의 질감을 손끝으로 느끼는 동시에 예술의 가장 선구적인 표현 방식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허베이(河北)에서 온 사진 애호가 린둥(林棟)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우연히 마주친 기루미술관의 매혹적 사진에 이끌려 하이난 (海南) 하이커우를 직접 찾았다. 그는 “기루미술관에 들어서자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황홀경에 빠졌다. 고색창연한 벽돌 벽과 정교한 조각, 전위적인 예술 작품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됐다. 여기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사진 한 장 한 장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천루(陳茹) 기루미술관 관장은 “백 년 된 기루를 미술관으로 보수하기로 한 이유는 역사적인 건축의 무게감과 현대 예술의 생동감을 하나로 엮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예술을 매개로 관람객이 역사와 현실이 교차하는 시공간에 깊이 몰입하고 예술의 생명력과 하이난이 지닌 역사적 서사와 풍취를 더 깊이 느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테크놀로지, 예술에 활력을 더하다
베이징(北京) 시대(時代)미술관은 개관 때부터 줄곧 예술의 다원적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예술 창작과 전시에 접목해 관람객에게 특별한 예술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헬로키티 코스모스 빛과 그림자 특별전(Hello Kitty Cosmos 光影特展)’이 베이징 시대미술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최신 기술을 활용해 인터랙티브 경험을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연령대와 관계없이 모든 관람객이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공간 속에서 예술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 “키티의 영혼은 그대로 간직하되 과학기술이라는 새로운 외투를 입혀줬다.” 일본에서 특별히 찾아온 헬로키티 3세대 디자이너 야마구치 유코(山口裕子)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드로잉 패드에 빛나는 별 하나를 덧그렸다.
풍성한 전시 콘텐츠 외에도, AI 페인팅 설치 미술도 미술관의 대표적인 볼거리 중 하나다. 관람객이 스크린 가까이 다가서면 이 장치는 그들의 움직임과 표정, 옷 색깔 등 정보를 포착한 뒤 이 데이터를 시각적 요소로 변환해 작품 속에 반영한다. “AI가 만든 작품은 상상력이 넘치고 색채와 구도 모두 매우 독특하다. 아이가 정말 좋아하면서 계속 그림에 대한 자기 생각을 들려줬다. 이번 관람을 통해 예술과 과학기술 모두에 깊은 흥미를 갖게 됐다.” 관람을 마친 리(李) 씨는 “이곳에서 예술과 과학기술이 빚어낸 독특한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오길 잘했다”라고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몰입형 체험 속에서 느끼는 공동 창작의 묘미
상하이(上海) 엡손(EPSON) 팀랩 보더리스(teamLab Borderless)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경계 없는 환상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듯하다. 이곳에는 정해진 관람 동선도, 가이드맵도 없다. 관람객은 6600㎡ 규모의 공간을 자유롭게 탐색하며 50여 점의 예술 작품과 뜻밖의 만남을 즐기게 된다.
팀랩 보더리스에서는 모든 작품이 관람객과 상호작용을 한다. 관람객은 더 이상 수동적인 감상자에 머무르지 않고 예술 창작의 일부가 된다. 관람객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주변 카메라 화면에 실시간으로 반영되며 작품의 변화를 끌어낸다. 이러한 인터랙티브 체험은 매 순간을 유일무이한 장면으로 만든다.
가장 인기 있는 전시 중 하나는 ‘꽃과 사람의 숲’이다. 공간 전체를 가득 메운 프로젝션 속에서 꽃들이 벽면과 바닥을 따라 끊임없이 피고 지면서 변화한다. “여기서 사진과 영상을 100장 넘게 찍은 것 같다.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정말 황홀한 경험이었다.” 베이징에서 온 관람객 왕판(王凡)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감동을 공유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처음에는 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됐다. 그런데 가만히 서 있으면 주변의 꽃이 더 풍성하게 피어나고 반면에 꽃을 건드리거나 밟으면 이내 시들어버렸다. 이 작품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한 것 같다. 인간의 모든 행동이 자연에 영향을 미치고, 자연 또한 침묵 속에서 우리에게 응답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몰입형 체험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과거와 현대가 융합된 예술적 서사든, 혹은 기술이 더해진 상호작용 체험이든 점점 더 많은 미술관이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예술을 보다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대중의 일상에 스며들게 하고 있다. 이런 전시 공간은 그 자체로 빼어난 문화 경관이 돼 각지 관광객이 예술과 문화의 매력을 직접 경험하도록 이끌고 있다.
글 | 돤페이핑(段非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