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0

‘삼림서원(森林書苑)’이라고도 불리는 베이징 도시도서관은 은행잎을 형상화한 지붕 아래, 굽이치는 계단식 서가가 장엄하게 펼쳐지는 압도적인 건축미가 돋보인다. 이 때문에 베이징의 유명한 필수 인증샷 성지가 됐다. 사진/CNSPHOTO
세심하고 따뜻한 독서 서비스와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스마트 요소, 다채롭고 풍성한 문화 행사까지….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도서관이 스마트 첨단 지능과 문화적 온기를 고루 갖춘 도시 문화 랜드마크로 변모해 중국 전역에서 온 방문객을 ‘책 향기 가득한 세계’로 이끌고 있다.
AI 시대의 새로운 독서 경험
최근 중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화제가 된 곳이 있다. 바로 선전(深圳)도서관 북관(北館)이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해외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짧은 영상 하나가 중국의 ‘마법 도서관’을 세계에 알렸다. 영상에는 완전히 자동화된 스마트 분류 시스템이 무려 20여 m 높이의 입체형 서고를 위아래로 자유롭게 오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영화 속 호그와트 마법 세계와 견줄 만하다. 선전도서관 북관이 세계 최초로 도입한 ‘초심도(超深度) 스마트 입체 서고’는 자동화된 도서 분류와 장서 수직 조달 시스템을 구현해 관내 540만 권에 달하는 방대한 장서 중 어떤 책이든 독자의 손에 단 10분 만에 전달하는 혁신을 이뤘다.
또한 144그루의 ‘은행나무’ 기둥이 공간을 지탱하는 베이징(北京) 도시도서관 역시 독창적인 건축 디자인과 최첨단 스마트 서비스로 베이징 관광 필수 코스로 떠올랐다. “여길 보려고 청두(成都)에서 비행기 타고 왔어요!” 대학생 천위(陳宇)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온라인에서 베이징 도시도서관이 제 독서 습관에 따라 책을 추천해 주고 심지어 로봇으로 책도 빌릴 수 있다는 것을 봤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실제로 와보니까 정말 지식이 살아 움직이는 스마트 왕국 같아요.”
기존 도서관은 ‘사람이 책을 찾는 곳’이었다면, 베이징 도시도서관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입체적인 사용자 프로필을 생성한다. 그 결과 이용자 지식 구조에 더 적합한 도서를 추천하고 매칭해 ‘책이 사람을 찾아가는’ 방식을 구현했다. 이용자는 예전처럼 자리를 맡으려고 일찍부터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원클릭 예약’을 통해 좌석, 자료, 장비, 행사까지 한 번에 예약할 수 있어 훨씬 여유롭게 도서관 문화 투어를 계획할 수 있다. 도서관 곳곳을 순회하는 로봇 사서 ‘투웨웨(圖悅閱)’ 역시 정말 친절하다. 손을 흔들면 멈추고 질문에 모두 답해준다. 게다가 15분 안에 정확하게 책을 찾아 독자 책상으로 가져다주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이용자는 터치조차 없는 무인 스마트 대출을 경험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별도의 절차 없이 그냥 책을 들고 대출 구역을 지나가기만 해도 독자 카드에 자동으로 대출 절차가 완료된다. 마치 집 서재에서 책을 꺼내 읽는 것처럼 간편하게 책을 빌릴 수 있다.
베이징 도시도서관은 개관 이후 누적 방문객 500만 명 돌파라는 놀라운 기록도 세웠다. 더불어 미국 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2025년 세계 100대 여행지’에 이름을 올리며 베이징 문화 랜드마크 중 최초라는 영예를 안았다.
마음을 사로잡는 다채로운 체험
기본 서비스의 혁신 외에도 많은 도서관이 전시와 행사 분야에 주력하며 독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창사(長沙)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도서관의 기묘한 밤’ 행사는 특히 화제다. 전업주부 리원(李雯)은 “소셜미디어에서 보고 아이와 함께 텐트를 치고 동화책을 보며 독서의 여운을 안고 잠드는 특별한 낭만을 경험해 보고 싶어 일부러 방문했어요. 아이가 도서관이 정말 재미있다며 도서관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더군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행사 이튿날,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보낸 아이들은 특별한 아침 독서로 도서관 여행을 마무리했다. 직원의 낭독에 맞춰 아이들은 ‘하이브리드 쌀의 아버지’로 불리는 위안룽핑(袁隆平)이 쓴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我有一個夢)>를 함께 읽으며 그를 기억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나눴다.
쑤저우(蘇州) 제2도서관의 대표 프로그램인 ‘강남(江南)의 작은 책벌레’ 또한 부모와 아이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생동감 넘치고 재미있는 독서 모임과 가족 수공예 행사가 자주 열린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손을 움직여 직접 읽은 이야기의 요소들을 작품에 녹여내며 서로 간 친밀감을 쌓고 책의 내용도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쑤저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서관은 고서적과 옛 사진, 유물 복제품 등을 통해 쑤저우의 역사와 문화 맥락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쑤저우 관련 책도 읽고 전시를 통해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깊이 이해하며 강남 문화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쑤저우 평탄(評彈, 전통 현악기 연주와 함께 쑤저우 방언을 사용해 이야기를 구연하는 중국 전통 예술) 공연과 오(吳, 강남 문화의 발상지이자 핵심 지역으로 쑤저우를 중심으로 한 타이후·太湖 유역을 가리킴) 문화 강연 등은 방문객이 오 지역의 문화를 온전히 체험할 기회를 제공해 쑤저우 문화의 매력을 체험하는 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선전도서관의 ‘마법’ 같은 스마트 서고부터 베이징 도시도서관의 ‘책을 찾아주는’ 로봇 사서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창사도서관의 한밤 독서 캠핑부터 쑤저우 제2도서관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평탄 소리까지…. 오늘날 중국 각지 도서관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독서를 보다 스마트하고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도시 문화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는 도서관은 방문객이 책의 세계에서 도시의 정신을 음미하고 문화적 매력을 느끼게 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글 | 돤페이핑(段非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