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7

필자는 최근 건강과 체중 관리를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 동네를 서너 바퀴씩 달린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땀을 흘리고 나면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러닝 데이터를 중국 국민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에 연동하면, 친구들과 기록을 공유하고 순위 경쟁을 벌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필자처럼 최근 중국에서는 아침저녁으로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이러한 러닝 열풍은 중국 정부의 스포츠 육성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은 2016년 <‘건강 중국 2030’ 규획 요강(‘健康中國2030’ 規劃綱要)>을 발표해 국민 건강제고를 국가 발전 전략으로 삼았다. 특히 마라톤은 대표적인 ‘저비용·대중 참여형’ 스포츠로서 이러한 정책 지원과 맞물려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각 도시는 앞다퉈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며 달리기 붐을 일으켰다. 지난해 중국 전역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만 749차례에 달했다.
실제 지난 11월 3일 베이징(北京)의 선선한 날씨 속에 열린 베이징 마라톤대회는 중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 중 하나로, 1981년 처음 개최된 이래 올해로 벌써 43회째를 맞이했다. 참가 인원 수만 3만 2000명이 넘는다.
대회 코스는 베이징의 심장부인 톈안먼(天安門, 천안문) 광장에서 출발해 국가대극원(國家大劇院), 군사박물관,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타워, 이화원(頤和園) 등 베이징의 역사적 랜드마크와 현대 건축물을 거쳐 중국 국가체육장인 냐오차오(鳥巢)까지 달리는 코스인데, 중국인들 사이에서 ‘국민 마라톤 대회’라 불린다.
참가 신청 자격도 엄격하다. 최근 2년 내 공인된 풀코스 마라톤 또는 하프마라톤 대회 완주 기록을 제출해야 한다.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되는데, 당첨률이 20% 내외다. 5명 중 1명만 선발되는 만큼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야만 참가할 수 있다.
유명한 마라톤 대회다 보니 후원사의 면모도 화려하다. 올해는 중국은행(BOC)이 타이틀 스폰서였고, 이외에도 아디다스, 둥펑(東風) 자동차, 전자상거래 징둥(京東), 차이나모바일(中國移動), 멍뉴(蒙牛), 순펑(順豐) 등 다양한 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했다.
이는 마라톤 경제가 중국에서 지난 10여 년간 빠르게 성장해 온 스포츠 산업의 새로운 동력이기 때문이다. 마라톤은 단순한 달리기 대회가 아니라, 도시 이미지·소비 진작·관광·스폰서 산업을 결합한 경제 생태계로 자리 잡아 광고효과도 크다는 분석이다.
사실 필자도 베이징에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적은 없지만 ‘참관’한 적은 있다. 지난 4월 베이징 이좡(亦莊)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 뛰는 하프마라톤 대회다.
인간의 보폭과 자세를 그대로 흉내 내서 달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당시 로봇 중 가장 빨리 결승선에 도착한 ‘톈궁(天工) 울트라’ 로봇은 21.0975㎞ 길이의 마라톤 하프 코스를 2시간 40분 42초 만에 완주했다. 평균 시속 10㎞의 주행 속도다. 필자의 평소 달리기 속도(8km)보다도 빨라서 내심 놀랐다.
언젠가는 마라톤대회 결승선에서 인간 대신 로봇이 먼저 도착해 메달을 거머쥐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땐 필자도 지금보단 조금 더 빨리 달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