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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기록한 하이난의 일상 풍경


2026-01-20      

판궈샤오(范國虓) 에디터


봉관(封關, 특수 관세 지역으로 완전 분리) 이후 하이난(海南) 거리에는 활기가 넘실거렸다. 이는 통계 수치나 정책 문서 속에 보이던 추상적인 변화가 아니라, 골목마다 스며들어 평범한 사람들의 눈빛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변화’의 기류였다. 필자는 최근 취재단과 동행해 봉관 운영 한 달을 맞은 하이난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정책 변화를 넘어, 관광과 산업, 일상의 풍경 속에 ‘변화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치러우 옛 거리에서 만난 ‘국제 교류의 장’

하이커우(海口) 치러우(騎樓) 옛 거리에서 ‘코코넛 언니’라 불리는 우쉐(吳雪) 씨를 만났다. 가녀린 체구를 가진 그이지만, 코코넛을 베는 칼 놀림은 깔끔하고 거침없었다. 코코넛 한 알이 그의 손안에서 새 생명을 얻은 듯 춤을 추더니, 어느새 껍데기를 깨고 달콤한 속살을 드러냈다. 우 씨는 봉관 이후 한 달 남짓한 사이, 옛 거리를 찾는 사람들의 얼굴이 훨씬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동남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까지 우 씨의 코코넛 가판대 앞에 모여 “코코넛이 춤을 춘다!”라며 연신 감탄을 터뜨리는 모습이었다. 그들 역시 코코넛이 흔한 나라에서 왔지만, 우아하면서도 힘 있는 우 씨의 손기술에 매료돼,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우 씨는 “자신의 작은 노점이 어느새 ‘국제 교류의 장’이 됐고, 코코넛은 번역이 필요 없는 ‘세계 공용어’가 됐다”라며 웃으며 말했다.


작은 노점에서 시작해 ‘국가 4A급 관광지’에 자리 잡기까지, 우 씨의 손은 상처와 굳은살투성이가 됐지만, 그가 가장 힘들었던 건 체력적 한계가 아닌 ‘앞날에 대한 막막함’이었다. 그러던 중 ‘우예단(舞椰蛋, 춤추는 코코넛)’이라는 퍼포먼스를 창안해 코코넛을 쪼개는 일을 공연으로 만들고, 고된 노동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그는 자신의 공연을 보고 하이난의 코코넛을 사랑하게 됐다는 관광객들을 마주할 때면,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짜릿한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 씨는 “지금은 치러우 옛 거리에 작은 가게를 마련해 안정적인 삶을 일구는 것이 목표”라며, 더 큰 꿈에 대해서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에 나가 ‘베이메이예예(杯美椰椰, 우 씨의 예명)’를 하이난 문화를 상징하는 작은 아이콘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대답에서 필자는 우 씨 안에 깊이 자리한 ‘뿌리 깊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봉관이 가져온 변화는 단순한 관광객 수의 증가가 아니라, 하이난의 본토 문화가 제빛을 발하고 그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준 데 있을 것이다.


싼야 국제 면세성,

일상 속으로 들어온 면세 쇼핑

하이커우 문화거리를 떠나 싼야(三亞)의 세련된 쇼핑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싼야 국제 면세성(城) 안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많은 이들이 봉관을 ‘모든 상품에 대한 면세’로 오해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핵심은 바로 ‘이도면세(離島免稅, 관광을 마치고 하이난을 떠나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면세 혜택을 주는 제도)’ 정책이다. 하지만 이 정책에서도 조용하지만 뚜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곳에서 필자는 보스턴에서 온 미국인 관광객 두 명을 만났다. 중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그들은 면세로 럼주를 구매했고, 하이난의 자연 경관과 인문적 매력에 연신 감탄을 표했다. 이들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봉관 시행 이후 하이난에는 동남아, 유럽, 미주 지역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 수가 눈에 띄게 늘었고, 관광을 마치고 하이난을 떠나는 여행객은 연간 10만 위안(2100만 원) 한도의 면세 혜택을 횟수 제한 없이 누릴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하이난에서의 쇼핑 경험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구매 후 즉시 수령’ 정책이 화장품, 가방 등 15개 품목으로 확대되어 마음에 드는 면도기를 발견하면 결제 후 바로 포장해 가져갈 수 있다. 예전처럼 물품 인도장에서 길게 줄을 서 기다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더 뜻밖인 것은 면세 품목의 ‘실용화’ 경향이었다. 일렉트릭 기타, 반려동물 사료, 키보드 등 새롭게 추가된 품목들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특히 반려동물 용품 코너는 한때 품절로 재입고를 해야 할 정도였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 확장되고 있고, ‘글로벌 인기 상품’이 일상생활과 점점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충후이(鄭聰輝) 싼야 상무국 국장은 “하이난 자유무역항 봉관 시행 한 달 만에 싼야의 면세 매출이 36억 위안에 달했고, 일평균 매출도 1억 위안을 넘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런 통계 수치 뒤에는 지속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는 정책 효과와 하이난으로 빠르게 몰려드는 해외 소비 자원,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장바구니’ 속에 담긴 실질적인 행복과 만족감이 자리하고 있다.


단저우 병원의 중한 협력,

‘뷰티’는 또 하나의 세계 공용어

싼야 면세성이 전 세계 상품을 소비하는 활력으로 가득했다면, 서쪽의 단저우(儋州)는 해외의 고급 기술과 인재를 끌어들이며 또 다른 가능성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단저우인민병원에서는 현재 중한 협력 프로젝트 하나가 추진 중이다. 이번 의학 미용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한국에서 온 의료미용 전문가이자 의사인 이은석 씨다. 서울 강남에서 20년 이상 임상 경험을 쌓은 그는, 현재 단저우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하이난 자유무역항의 우수한 정책과 봉관이 가져온 기회에 주목하여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중국 상주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또한 단저우의 아름다운 환경과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의료미용에 대한 높은 관심이 이곳에서 자신의 사업을 개척해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피부 건강 및 안티에이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중한 의료미용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더 확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필자는 봉관 시행 이후 국제적 수준의 고급 인재를 끌어들이는 ‘하이난의 힘’이 단순히 관광과 쇼핑을 넘어 의료 등 전문 서비스 분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실감했다. 이는 일방적 유입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선택이다. 하이난이 개방적인 무대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내어주자, 기술과 경험, 진정성을 가진 이은석 씨 같은 전문가들이 ‘아름다움’으로 보답하겠다는 결심을 품고 이 활력이 넘치는 땅에 찾아온 것이다.


‘멈추지 않는 도전’에서 피어나는 활력

봉관 정책은 하이난을 범접하기 어려운 ‘특별 구역’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과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더 넓은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코코넛 언니처럼 지역에 뿌리를 둔 청년 창업가부터, 이은석 씨처럼 바다를 건너온 전문 인력, 그리고 기회를 찾아 하이난으로 모여드는 새로운 개척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도약을 앞둔 하이난섬의 응축된 열기를 체감하고 있다.


봉관 이후 맞는 첫 춘절(春節, 중국 음력 설)을 앞두고 코코넛 언니는 코코넛 사업의 대박을 기원했고, 이은석 씨는 자신의 전문성이 환자들에게 인정받기를 바랐다. 필자 역시 햇살이 눈 부신 하이난섬이 지금처럼 뜨겁고 생기 넘치는 성장을 이어가길 기대해 본다. 


글 | 판궈샤오(范國虓)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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