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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제 그 이상, 후난의 재발견... 소비 열기와 스마트 제조


2026-09-29      

한국 독자에게 후난(湖南)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아마 장자제(張家界, 장가계)일 것이다. 기암괴석이 아찔하게 솟아 있고 운해가 넘실대는 ‘인간 세상의 선경’인 장자제는 한국인이 손꼽는 여행지로,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그러나 중국 중부에 있는 후난의 매력은 빼어난 산수풍경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8월 10일부터 15일까지 본지는 창사(長沙), 주저우(株洲), 샹탄(湘潭), 러우디(婁底), 화이화(懷化) 등 5개 지역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목격한 것은 제조업의 고도화와 구조 전환 그리고 새로운 소비 풍경이 만들어낸 활기찬 모습이었다.


지난 8월 10일, 관광객들이 스낵왕국에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왕윈웨


‘불야성’은 어떻게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견인했나

“중국의 대다수 도시는 밤 10시만 돼도 거리가 한산해지지만, 후난은 다르다. 밤 10시가 오히려 소비의 황금 시간대다. 새벽까지 거리가 인파로 북적인다.” 취재 첫날, 선위머우(沈裕謀) 후난성 상무청 청장은 취재진에게 이렇게 운을 뗐다. “후난 사람의 과감한 소비 성향과 유연한 구매력은 뼛속까지 새겨진 삶의 방식 그 자체”라며, “후난의 소비 열기는 시끌벅적한 골목 상권에서 시작하지만, 그 뒤를 든든하게 받치는 건 탄탄한 산업과 상업”이라고 소개했다.


창사의 첫 방문지에 도착했을 때부터 왕성한 소비 열기가 즉각 피부로 와닿았다. 푸룽(芙蓉)광장에 위치한 ‘스낵왕국(零食王國)’에 들어서자, 마치 거대한 환상의 세계에 들어온 듯했다. 중국의 유명 간식 프랜차이즈 밍밍헌망(鸣鸣很忙)그룹이 개장한 이곳은 1만 3000㎡가 넘는 규모에 기네스 세계기록이 인증한 ‘세계 최대 스낵 판매장’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매장에는 전 세계 70여 개 국가 및 지역에서 온 6500여 개 브랜드의 상품 3만 5000여 종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 가운데 삼양 불닭볶음면, FINUTE 마늘맛 새우칩, 해표 김 등 한국 브랜드 스낵이 중국 젊은 소비자층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스낵왕국은 우리가 새롭게 시도한 공간이다. 간식과 즐거운 경험을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밍밍헌망 홍보부 직원 량샤오(梁笑)는 인터뷰에서 “이곳에서 즐거움은 간식 자체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고객이 둘러보고, 즐기고, 발견하는 경험에서 더 큰 즐거움이 나온다. 명절이나 기념일, 친구 모임, 캠핑 등 우리 삶에서 행복한 순간에는 늘 간식이 함께한다. 소비자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히 살 수 있는 상품을 넘어선, 조금 더 특별한 정서적 가치다.”


취재 당일은 마침 여름 성수기여서 하루 평균 방문객이 4만 명에 달했다. 매장에 들어서려는 줄은 길게 늘어서 길모퉁이까지 이어졌다. 량 씨는 중국 내 소비자뿐 아니라 미국과 스페인, 브라질, 한국 등 해외 관광객도 들르는 인증샷 명소가 됐다고 소개했다.


체험형 매장이 후난의 낮 시간대 소비 풍경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면, ‘밤이 깊어질수록 더 뜨거워지는’ 야간 경제는 후난의 내수 잠재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다.


스낵왕국을 뒤로하고 취재진은 ‘창사판 와이탄(外灘)’이라고 불리는 어부의 부두(漁人碼頭)로 향했다. 900m에 달하는 강변을 따라 유럽풍 건물 23채가 늘어선 이곳은, 해가 지고 강바람이 불어오는 저녁이면 노천 좌석과 강변 테라스에 손님들로 가득 찬다. 라이브 카페에서 울려 퍼지는 가수의 노랫소리와 샤오룽샤(小龍蝦, 민물 가재 요리)의 향이 어우러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현지인의 ‘야간 소비 생활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연간 500만 명이 찾고 연 매출 5억 위안(약 1050억 원)을 웃도는 야간 소비의 랜드마크 상권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6월 26일 샹탄시 완러우·망궈 청년부두에서 열린 음식 문화 시장에 시민과 관광객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사진/후난성위원회 홍보부 제공


이런 야간 소비의 활력은 취재진이 방문한 후난의 다른 도시에서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었다. 샹탄은 명(明)나라 때 건설된 완러우(萬樓) 고건축군을 활용해 ‘완러우·망궈(芒果) 청년부두’를 조성했다. 상설 마켓, 테마 전시 공연, 점등식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면서, 이곳은 문화 관광과 상업, 야간 경제가 융합된 젊은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화이화에서는 오랫동안 방치됐던 우수이(潕水) 강변의 폐공장을 새롭게 단장해 위수완(榆樹灣)·청춘광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둥(侗)족 고루 건축 양식과 무형문화유산 체험을 더한 이 공간은 명절과 휴일이면 하루 방문객이 5만 명을 넘어선다.


이처럼 풍부하고 구체적인 소비 혁신의 현장은 후난이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비의 질적 향상과 고도화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황쥔치(黃軍其) 후난성 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은 “후난은 체감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으며, 함께 누리고, 지속 가능한 고품질 소비 공급을 통해 지역 소비 발전 구도를 재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란쓰즈넝은 정교한 로봇 손부터 고정밀 관절 모듈, 본체 경량화 구조 부품에서 완제품 조립까지 제조 전 과정에 걸친 기술력을 확보했다. 사진은 란쓰즈넝 전시관에 진열된 로봇의 관절 모듈이다. 사진/후난성위원회 홍보부 제공


제조업, 고정밀·첨단화에 매진

후난의 소비 현장에서 느낀 활력만큼이나 이번 취재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기술 혁신과 구조 전환·고도화를 거듭하고 있는 후난 제조업의 모습이었다.


후난성은 중국의 대표적인 제조업 지역으로, 건설 장비와 궤도 교통, 항공 동력 등 분야에서 비교적 탄탄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제조업을 어떻게 스마트화, 고부가가치화 산업으로 전환할 것인가는 줄곧 지역 산업 고도화의 핵심 과제였다. 이번 탐방을 통해 취재진은 후난성이 신흥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며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중국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제조 분야의 선두기업인 란쓰커지(藍思科技)는 후난성 창사시 류양(瀏陽) 경제기술개발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기업은 유리, 금속, 세라믹 등 소재의 정밀 제조로 시작해 스마트폰,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 태블릿 PC, 신에너지차 등 분야로 제품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란쓰커지는 AI 글라스,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 AI 서버 등 신흥 분야로 사업 영역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장난(江南) 란쓰커지 중국지역 총재 겸 이사회 비서(공시 책임자)는 취재진에게 세계 최초의 전자동 로봇 관절 모듈 생산라인이 자회사인 ‘란쓰즈넝(藍思智能)’에 구축됐다고 밝혔다.


한편 주저우 베이더우(北斗)산업단지에 위치한 산허싱항(山河星航)실업 주식유한회사는 후난성이 범용 항공과 드론 분야에서 축적한 연구개발 역량을 선보였다. 기업 전시관에 들어서자 제품 라인업이 한눈에 들어왔다. 중국 국내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아뤄라(阿若拉)’ 경량 스포츠 항공기, 초고층 건물 화재 진압이라는 세계적인 난제를 해결한 계류형 드론 소방차, 적재량 3t 이상의 대형 무인 수송기 SA750U 등이었다. 제품 하나하나에는 독자적인 연구개발 체계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허칭화(何淸華) 중남(中南)대학 교수가 2002년 설립한 이 민간기업은 그해부터 범용 항공 분야에 진출했다. 현재 중국에서도 드물게 중국민용항공국(CAAC)의 항공기 형식증명(TC)과 생산허가증을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호주 민간항공안전청(CASA)의 감항 인증까지 획득한 첨단기술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8월 12일, 취재진이 산허싱항실업 주식유한회사 전시관을 찾아 기업의 핵심 제품과 기술 성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왕윈웨


허 교수는 “우리가 제시한 ‘선도형 혁신’의 핵심은 모방에 의존하지 않고, 기본적인 수요에서 출발해 독자적으로 기술 노선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산허싱항의 모든 제품을 관통하고 있는 철학이다. 공중과 지상의 협업을 전제로 한 소방 항공기는 공중 플랫폼과 통합 배관·케이블 설비, 지상 유닛을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설계했다. 현장서 설치·가동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분에 불과하다. SA750U 대형 무인 수송기는 처음부터 완전한 독자 설계 방식으로 개발됐다. 개념 설계에 착수한 지 2년 8개월 만에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이 기체는 현재까지 누적 3만 ㎞를 비행했으며 내년부터 정식으로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주요 활용 분야는 물류 운송과 긴급 구조다. 현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틸트로터와 복합 날개 방식은 독일 파트너사가 직접 자금을 투자해 개발을 위탁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외국 기업이 중국 국산 항공 기술에 비용을 지급하고 개발을 맡긴 중국 유일의 사례다.


후난성 제조업의 역동성은 첨단 과학기술의 돌파에서뿐 아니라 전통적 우위 산업의 자발적인 진화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샹탄에서 취재진은 중국 전자기선 업계의 선도기업인 진베이뎬궁(金杯電工) 전자기선유한회사를 방문했다. 진베이뎬궁이 자체 개발한 평면 형태의 전자기용 와이어 신에너지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우디에서는 후난 훙왕(宏旺) 신소재과학기술유한회사가 고급 규소강판과 티타늄 합금 복합 소재를 우주항공, 저고도 비행체, 로봇 등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이 두 전통 제조기업은 공교롭게도 모두 신에너지와 저공경제, 첨단 장비 산업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기술 개조와 제품 고도화를 통해 전통적인 기초 제조업에서 고부가가치 공급망으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냈다.


북적이는 밤거리의 야시장부터 고도로 자동화된 산업 현장에 이르기까지, 후난은 다채롭고 입체적인 도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곳은 시대의 흐름을 민감하게 포착하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소비의 활력이 있는가 하면, 기술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차근차근 산업 고도화를 착실히 추진하는 제조업의 저력이 공존한다. ‘소비와 제조’라는 쌍두마차 같은 양대 축이 후난에 끊임없는 내적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글 | 왕윈웨(王雲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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