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
여유로운 시간과 날로 윤택해지는 생활 속에서 ‘더 넓은 세상을 둘러보는 것’은 어느덧 중국 노년층의 대표적인 노후 일상이 됐다. 내 일상과 동떨어진 곳을 향한 동경은 오늘날 중국 실버 관광 시장을 전방위적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시니어 관광객 500여 명이 ‘봄나들이 실버 전용 열차 Y554호’에 탑승해 편안하고 여유로운 관광을 즐기고 있다.
실버 관광의 새로운 풍경
마지막 한 줄기 석양이 파미르고원으로 저물자, 은은한 구리 등불이 하나둘 켜지며 카스(喀什) 고성에 밤이 내려앉는다. 고성 깊숙한 곳에 있는 마이마이티(買買提) 대원(大院) 입구에서 붉은 여행 모자를 쓴 여성이 갓 구운 양꼬치를 크게 한입 베어 무는 포즈를 취하자, 옆에 있던 동행이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 이 순간을 담아낸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선전(深圳)에서 출발한 ‘실버 관광 전용 열차’를 타고 신장(新疆) 웨이우얼(維吾爾) 자치구를 여행 중인 스(史) 씨(68)다. 스 씨에게는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 실버 관광 열차 여행이다. “일정이 빠듯하지 않아 정말 편하게 여행할 수 있고,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 풍경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딱 알맞춤인 여행이다.” 스 씨는 최근 며칠 동안 관광 열차를 타고 톈산 톈츠(天山天池), 싸이리무후(賽里木湖), 훠옌산(火焰山)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봤다. 카스 일정을 마친 뒤에는 일행과 함께 야단 지형의 풍식 바위숲을 보러 하미(哈密) 마귀성(魔鬼城)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과거 노년층의 단체 관광은 ‘빠듯한 일정’, ‘과도한 쇼핑 권유’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곤 했다. 그러나 최근 노년층의 여행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실버 관광 시장도 세분화·전문화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전역으로 뻗어 있는 촘촘한 철도망을 기반으로 노년층 관광객을 위한 실버 관광 열차가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기존 단체 관광은 일정이 너무 빡빡해 쉽게 지쳤다. 하지만 관광 열차는 일정에 여유가 있고 명소마다 머무는 시간도 넉넉해, 충분히 둘러보고 잘 쉬다 갈 수 있었다.” 스 씨의 말이다. 비용 측면에서도 실버 관광 열차는 대부분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주요 관광지 입장료 등을 모두 포함한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패키지다. 노년층이 직접 여행 동선을 짜고 예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라는 말처럼 최근에는 체험 학습형 여행(研學遊)도 실버 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베이징(北京)에 거주하는 왕샤오잉(王小英) 씨는 지난 5월 은퇴하자마자 ‘징더전(景德鎭) 4박 5일 시니어 체험 학습 여행’에 참가했다. 그는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고요(古窯) 민속 박람구였다. 그곳에서 도자기 제작 전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흙 한 덩이가 손끝에서 조금씩 도자기로 완성되는 모습을 보면서 직접 만드는 희열을 맛봤고, 도자기 문화에 대해서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실버 체험 학습 여행 상품은 일반적으로 무형문화유산 만들기 체험이나 사진 촬영·영상 편집 교실, 역사·지리 강좌 등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어, 여행의 즐거움과 배움의 보람을 동시에 누리는 일석이조의 경험을 선사한다.
왕 씨는 다양한 체험과 성취감 외에도 ‘동년배와의 소통’을 체험 학습 여행의 매력으로 꼽는다. “관심사가 비슷한 은퇴자들이 모이다 보니, 이동하는 내내 서로 느낀 점을 나누고 경험담을 풀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다.”
단체 여행 외에 자유여행을 즐기는 노인들도 부쩍 늘었다. 그중에서도 카라반을 몰고 떠나는 ‘캠핑카 라이프’는 시니어들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캠핑카는 이동 수단인 동시에 숙식과 휴식을 해결할 수 있는 생활 공간이기도 하다. 항공권이나 숙박시설을 예약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줄 뿐 아니라 비교적 쾌적한 환경 안에서 편안한 잠자리와 휴식을 제공해 준다.
관련 연구 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은 이미 모터홈 캠핑카 판매량을 견인하는 핵심 소비층 중 하나로 떠올랐다. 캠핑카 판매량 상위권인 상치다퉁(上汽大通)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캠핑카 구매자의 약 70%가 중장년층, 그중 최고령 구매자는 80세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우한(武漢)철도국이 처음으로 선보인 ‘실버 맞춤형 편의 열차’ 내부에서 어르신들이 수공예 체험 활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요와 공급’ 양날개로 고도화 촉진
실버 관광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중국의 고령화라는 사회 현실이 있다.
중국 민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3억 2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3%에 달했다. 특히 60~69세 사이의 ‘초기 노년층’이 전체 노인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건강 상태가 비교적 양호할 뿐 아니라 시간적·경제적 여유는 물론 높은 소비 의지까지 갖추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실버 관광은 중국 관광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전국노령사업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현재 실버 관광객은 중국 전체 관광객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오는 2040년에는 실버 관광 시장 규모가 중국 국내 관광 시장의 5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시장과 더불어 노년층의 관광 눈높이도 높아짐에 따라, 주요 관광지의 공공서비스도 시니어 친화형으로 고도화하는 추세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에서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아얼산(阿爾山)으로 향하는 실버 관광 전용 열차 ‘선수이즈양(沈水之陽)호’에 오르면, 노년층을 배려한 세심한 설계가 눈에 띈다. 열차 침대칸은 기존 열차보다 넓고 두껍게 제작해 편안함을 더했고, 욕실 출입구 문턱은 완만한 경사로로 바꾸고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타일을 깔았다. 여기에 동작 센서등과 낙상 방지 알람, 세면대 안전 손잡이까지 추가했다. 또, 응급 상황에 대비한 의료실을 갖춰 노년층 승객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당칸에서는 노년층의 건강을 고려해 저염, 저유, 저당의 ‘3저 건강식’을 운영한다.
실버 관광 열차뿐 아니라 중국 각지 관광지도 시니어 친화형·장애물 없는 시설을 확충하며 노년층의 여행 편의를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중국 최초의 장애물 없는 산악형 관광지’인 후난(湖南)성 망산(莽山) 우즈(五指)봉은 8㎞에 달하는 무장애 절벽 잔도를 조성했다. 또한 수직 엘리베이터와 휠체어 리프트 등을 설치해 산 정상과 평탄한 보행로를 자연스럽게 연결함으로써 거동이 불편한 노년층도 쉽게 정상에 올라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시안(西安) 성곽 관광지는 웨어러블 보행 보조기기인 ‘외골격’ 장비를 도입해 상시 대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로써 노년층 관광객도 체력 부담 없이 역사적인 성곽 위를 여유롭게 거닐 수 있게 됐다.
우리윈(吳麗雲) 베이징 제2외국어대학 중국문화관광산업연구원 교수는 “실버 관광이 일으킨 변화는 관광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라며, “식사와 숙박, 교통, 관광, 쇼핑, 즐길 거리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시니어 친화형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산업망의 모든 단계가 하나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바로 ‘어떻게 해야 노년층이 한결 안심하고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 서비스’로 여정에 온기를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개선뿐 아니라 디지털 기술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꾸준히 최적화되는 스마트 관광 서비스는 노년층에게 한층 편리하고 따뜻한 여행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아들이 여행 일정을 자세하게 짜줬는데도 관광지 입구에 도착하니 막막하더라고요” 산둥(山東)성 짜오좡(棗莊)시 타이얼좡(臺兒莊)고성 동문 앞, 난징(南京)에서 온 자오펑란(趙鳳蘭, 72) 씨는 다소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를 본 관광지 자원봉사자가 재빨리 다가와 “어르신, 60세 이상은 입장료가 무료예요. 단말기에 신분증만 대면 바로 입장할 수 있어요”라고 안내했다. 자오 씨가 신분증을 꺼내 스마트 검표기에 갖다 대자 ‘삑’ 하는 소리와 함께 게이트 차단기가 열렸다.
고성 안으로 들어서자, 글씨가 큼직하고 대비가 선명한 안내도와 이정표가 한눈에 들어왔다. 주요 명소와 화장실 위치가 명확히 적혀 있었다.
타이얼좡 고성은 노년층 관광객의 ‘길 찾기 불안’을 줄이기 위해 관광지 곳곳에 안내도와 이정표 100여 개를 설치했다. 또한 멀티미디어 전광판과 음성 안내 방송을 통해 관광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온라인에서는 실사형 지도를 제공해 관광객이 화면을 누르면 자신의 현재 위치와 주변 편의시설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우빈(吳斌) 타이얼좡 고성 관광그룹 총경리는 “관광지의 음식, 숙박, 교통, 관광, 쇼핑, 즐길 거리 등 각종 정보를 ‘고성 스마트 관광 플랫폼’에 통합했다”라며, “노년층 관광객도 필요한 정보를 클릭 한 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오 무렵, 자오 씨가 ‘고성 스마트 관광 플랫폼’의 길 안내로 찾은 국숫집에서 막 식사를 마쳤을 때였다. 그는 그제야 손에 들려 있던 여행 가방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혹시 어디에 두고 오신 것 아닐까요? 저 기둥 아래에 있는 빨간색 버튼을 눌러보세요.” 국숫집 주인이 멀지 않은 곳에 설치된 파란색 기둥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오 씨가 ‘긴급 호출’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통합관제센터의 응답이 들려왔다. 10여 분 뒤 직원이 자오 씨가 두고 온 여행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우 총경리는 “관광객이 분실물을 신속하게 찾을 수 있는 것은 관광지 전역에 구축된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 관광객이 일행을 놓쳐도 옷차림 등의 특징으로 신속히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분실물도 지능형 시스템이 최근 20일간의 CCTV를 확인해 동선을 빠르게 추적할 수 있다. 또한 비상 호출 벨과 자동심장충격기(AED)까지 갖추고 있어 노년층이 더 안심하고 여행을 즐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실버 관광은 중국 문화 관광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동시에 더 나은 노후를 갈망하는 수억 노년층의 마음과도 맞닿아 있다. 그들은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 속에서 저마다 삶의 여유를 찾고, 노년의 행복을 채워간다.
글 | 리자치(李家祺) 기자
사진 | VC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