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31

“사방엔 푸른 수목이, 삼면에는 강과 호수가, 도시 전체에는 향장목이 가득하고, 도시 절반은 호수로 이뤄져 있다”라는 말은 난창의 자연환경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서쪽으로는 시산(西山)을 끼고 북쪽으로는 메이링(梅嶺)을 바라보며, 간장은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른다. 중국 최대 담수호인 포양후(鄱陽湖)는 비취처럼 도시 북쪽에 박혀 있고, 크고 작은 수백 개의 호수가 별처럼 흩어져 생명의 푸른 터전을 길러낸다.
매년 늦가을에서 초겨울이 되면 수십만 마리의 철새가 포양후로 날아와 겨울을 난다. 하늘을 다 가릴 듯한 새들의 날갯짓이 ‘파도’가 되어 하늘에서 호수로 흘러내린다. 여름이 되면 간장 연안의 ‘양탄칠만(兩灘七灣)’이라는 아홉 곳의 천연 수영장은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물놀이를 즐기는 낙원이 되고, 황금빛 모래사장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물은 도시의 심장을 잇는 대동맥처럼 이곳에 사는 생명들에게 끊임없이 활력을 불어넣는다.
간장을 따라 물 위에서 난창을 유람하는 것은 도시의 결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관광 방식이다. 긴 기적 소리와 함께 유람선 ‘등왕각호’가 추수이(秋水)광장 부두를 천천히 벗어난다. 서안(西岸)에는 반짝이는 네온사인과 고층빌딩이 빽빽한 훙구탄신청(紅谷灘新城)이 현대 도시의 활력을 물씬 풍기고, 동안(東岸)에는 고풍스럽고 웅장한 등왕각이 노을 속에 고요히 서 있다.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듯한 처마와 치켜 올라간 추녀가 하늘을 배경으로 실루엣을 그려내고, 누각 앞에는 한푸(漢服)를 입고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과 강변을 산책하는 시민들이 고금이 교차하는 이 화폭에 생동감을 더한다.
난창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쩌우스제(鄒世傑, 21)는 수업이 없는 저녁이면 습관처럼 강변을 산책하곤 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단순한 관광 명소였던 등왕각은 난창에서 공부하며 지낸 3년 사이 점차 익숙한 존재가 됐다. 낮의 등왕각은 웅장하고 장엄해 전형적인 ‘성당(盛唐)’의 기상을 보여주지만, 그를 진정으로 설레게 하는 것은 해가 진 뒤의 풍경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처음으로 불이 켜진 모습을 본 그날 밤이다.” 그는 붉은 기둥과 푸른 기와로 장식된 누각을 바라보며 이렇게 회상했다. “마치 누각 전체가 갑자기 생명을 얻은 듯했다. 그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전율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한참 동안 강가에 서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등왕각에는 청록과 주홍빛이 교차하는 조명이 켜지고, 화려한 시각적 향연이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양쪽 강변의 600여 동 고층빌딩 외벽이 연동돼 이뤄진 초대형 LED가 일제히 점등되며 거대한 빛의 장막을 펼쳐 보이고, 찬란하게 일렁이는 현대의 빛과 금빛으로 빛나는 고루(古樓)의 그림자가 강물에 비쳐 화려하게 어우러진다. ‘일강양안(一江兩岸)’ 라이트쇼는 이 유람 코스의 하이라이트로, 과거 ‘세계에서 가장 많은 건물이 참여한 상설 음향 조명쇼’로 기네스 세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빛과 그림자는 음악에 맞춰 끊임없이 형태와 색을 바꾸며 때로는 등왕각 처마의 실루엣을, 때로는 춤추듯 우아하게 나는 포양후 철새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고전적 선율과 현대적 전자음이 교차하는 가운데 건물 외벽은 살아 움직이는 수묵화가 되고, 자유롭게 흘려 쓴 세련된 필체의 시구가 흐르는 빛의 글자로 변해 빌딩 벽면 위를 유영한다. 배를 타고 푸른 물결을 가르며 나아가면, 마치 시공을 초월한 대화를 목격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