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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설날의 신풍속도


2026-02-13      



매년 춘절(春節, 중국 음력 설)이 되면 나는 어린 시절 온몸으로 느꼈던 춘절 특유의 분위기를 떠올리곤 한다. 친가와 외가가 가까워서 제석(除夕, 춘절 전날) 날 밤이면 양쪽을 오가며 두 번의 가족 식사를 치르곤 했다. 온 가족이 함께 웃고 떠드는 소리는 제석 날부터 정월 보름날(음력 1월 15일)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춘절 분위기가 조금씩 옅어지더니, 온 가족이 함께 준비하던 녠예판(年夜飯, 제석 날 저녁에 온 식구가 모여 함께 먹는 음식)은 어느새 예약해 둔 식당에서 가족끼리 식사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한국에서 가정을 꾸린 몇몇 중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타국에서 살고 있는 그들도 나와 비슷하게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친구의 시댁은 전통적인 한국 가정인 데다, 그 집안 내에서도 큰집이었다. 큰집 맏며느리였던 그는 결혼 후 매년 설 차례가 돌아오면 모든 준비를 혼자 도맡아야 했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기에 외국인인 그는 처음부터 하나하나 직접 배우며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명절 이야기가 나오면 늘 ‘너무 힘들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보수적인 집안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차례 자체가 없어진 건 아니지만, 음식 준비나 상차림을 할 때 예전처럼 모든 부담이 며느리에게 쏠리지는 않는다. 여럿이 함께 거들기도 하고, 너무 바쁠 때는 기성품을 사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제사 준비를 며느리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전통 관념이 서서히 느슨해지고 있다.


또 다른 친구의 시댁은 큰집도 아니고, 이미 여러 세대에 걸쳐 도시에서 살아온 가정이라 일찍부터 설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 설날 오전에는 형제들 가족이 부모님 집에 모여 떡국을 먹으며 새해 인사를 나누고, 저녁에는 반드시 식탁에 생선이 올랐다. 여기에 시어머니가 미리 준비해 둔 각종 전이 끼니마다 곁들여졌다. 제사를 지내지는 않지만 이런 전형적인 제사 음식은 일상적인 메뉴가 되어, 또 다른 모습으로 전통을 조용히 이어가고 있다. 동그랑땡을 부친 프라이팬에 잡채를 볶아내는 것은 이 집안만의 설 풍경이다. 최근에는 긴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는 것도 새로운 선택지가 됐다. 그의 가족은 강릉과 속초를 여행하며 또 다른 형태의 느긋한 ‘설 분위기’를 느꼈다.


또, 한 선배는 한국인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로 형제 가족이 함께 모여 설을 보내는 일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는 중국의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간이 흐르고 생활 리듬이 빨라지면서 설도 대가족의 연례행사에서 각자 가족끼리 보내는 명절로 바뀌었다.


한과와 둥글고 탐스러운 황금빛 배 선물 세트를 들고 친지를 찾아뵙고,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정성껏 세배를 올린 뒤 세뱃돈을 받는 풍경은 여전히 한국의 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식이다. 그러나 시대 또한 조용히 변하고 있다. 카카오톡으로 ‘사이버 세배’를 하고, 계좌 이체로 세뱃돈을 받는 방식은 이미 한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명절 풍속으로 자리 잡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풍습도 조금씩 모습을 바꾸어 간다. 명절은 의무나 피로를 동반한 형식적 의례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모여 쉬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축복하며, 새로운 한 해의 희망을 다지는 시간이다. 만약 명절이 다시 이런 본래의 의미를 되찾는다면, 명절을 통해 얻은 여유와 따뜻함은 일상으로 스며들어, 바쁜 삶 속에서도 우리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될 것이다. 


글|쑹샤오첸(宋筱茜)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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