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

최근 중국과 한국을 오가던 중 한 친구에게 한국산 반려동물용 바디 워시를 사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처음에는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반려동물용품이야 브랜드와 관계없이 아무거나 써도 그만일 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번거로울 일인가 싶었다. 하지만 친구는 “아이가 이미 그 제품에 익숙해졌다”라며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 요즘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예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몇 해 전 한국어를 처음 배울 때만 해도, 중국어 ‘충우(寵物)’에 해당하는 한국어는 ‘애완동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훨씬 더 많이 쓴다. 단어 하나의 변화만으로도 동물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적적함을 달래려 기르는 대상이 아니라, 늘 일상을 함께하는 가족이 됐다.
올해 한국은 이례적인 여름철 폭염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반려동물과 함께 휴가를 보내려는 수요가 늘면서, 한국 호텔업계는 ‘펫캉스’나 ‘멍캉스’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과거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호텔과 리조트라 해도 입장 제한 구역이 많아 사람과 동물 모두 불편을 겪거나 동물 역시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려동물 전용 객실에 배변 패드와 식기 등 용품을 갖추고 반려견 전용 놀이터와 야외 운동장까지 마련한 숙박 시설이 늘고 있다.
충북에 있는 켄싱턴리조트 충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7~8월 이곳의 반려동물 동반 객실 예약 건수는 작년 동기 대비 55%나 증가했다. 투숙객은 반려동물을 동반해 실내 카페와 실외 공원을 이용할 수 있고, 리조트 내에는 반려견 전용 물놀이장까지 갖춰져 있다. 굳이 멀리 이동하지 않더라도 서울이나 인천 등 도심 속에서 반려동물 동반 전용층을 운영하는 호텔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 호텔은 반려동물 스킨케어 제품과 완구 등을 제공하는가 하면, 포토 존까지 마련해 반려동물과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게 했다.
휴양 업계뿐 아니라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한 ‘펫 프렌들리’ 공공장소와 쇼핑몰, 식당도 늘어나는 추세다. ‘2026 화랑미술제 인(in) 수원’에서는 관람객에게 반려동물용 유모차를 대여하기도 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의아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귀한 예술 작품이 가득한 전시 공간에서, 혹시라도 동물이 작품을 훼손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 해보니 주최 측과 반려인이 철저히 준비하고 관람객이 서로 조금씩 배려한다면, 인간과 동물이 함께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지 못할 이유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동물의 안전과 권리를 중시하는 것은, 결국 그 사회가 다양한 삶의 방식을 품어낼 수 있는 포용력과 여유를 지녔음을 보여준다. 물론 반려동물의 가장 가까운 보호자인 반려인 역시, 자기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타인의 안전과 건강까지 세심히 배려해야 할 책임이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 이러한 이해와 포용이 더욱 깊어져, 인간과 동물이 함께 더 편리하고 따뜻한 일상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쑹샤오첸(宋筱茜)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