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

최근 애니메이션 영화 <삼국: 낙양을 다투다>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동한(東漢, 후한) 말기로 시간을 거슬러, 황건의 난부터 십상시의 난, 동탁(董卓)의 낙양 입성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대를 그려낸다. 낙양성을 무대로 한나라 왕실의 쇠락과 천하가 혼란에 빠지기 직전의 역사적 변곡점을 펼쳐 보이며, 삼국시대가 막을 열기 직전 권력과 민심, 시대적 선택을 둘러싼 거대한 격변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삼국시대를 다룬 영화·드라마 작품 대부분은 군웅할거(群雄割据, 여러 세력이 난립해 패권을 겨루는 상황)와 삼국정립 이후의 다툼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반면 ‘난세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작품은 드물었다. <삼국: 낙양을 다투다>는 후한 왕조가 몰락해 가던 결정적 시기로 카메라를 돌려, 강성했던 왕조가 내부 모순의 축적 속에서 어떻게 서서히 쇠망해 갔는지 그 과정을 되묻는다. 또 조정 내부의 권력 투쟁과 사회 혼란, 민심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차근차근 쌓아 올린다. 이를 통해 영웅들이 왜 시대적 격변 속에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삼국: 낙양을 다투다>는 웅장한 역사 서사뿐 아니라 인물 묘사에서도 돋보인다. 작품은 조조(曹操)와 원소(袁绍)에 대한 고정적 이미지를 깨고, 두 인물을 시대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이상을 품은 채 혼란과 방황을 겪는 청년의 모습으로 재조명한다. 영화 속 젊은 조조는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결단력 있게 행동하며, 오로지 한나라 왕조를 바로 세우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반면 사세삼공(四世三公) 명문가 출신인 원소는 가문의 명성과 신분이라는 속박에 얽매여 살아간다. 두 사람 모두 처음에는 천하를 안정시키겠다는 포부를 품지만, 환관 세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서로 다른 길을 택한다. 낙양의 권력 다툼이 격화되면서 각기 다른 가문의 굴레를 짊어진 두 사람은 시대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점점 엇갈린 길로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난세를 살아가는 개인이 겪는 인간적 갈등과 시대의 압박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 그리고 결국 시대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중국풍 애니메이션인 <삼국: 낙양을 다투다>는 시각적으로도 동양적 미학의 매력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영화는 후한 시대 낙양의 도시 구조를 세밀하게 고증해, 질서정연한 이방제(里坊制) 속 옛 도읍의 모습을 실감 나게 재현했다. 등장인물 묘사에서도 한나라의 예법과 복식을 반영했다. 초선(貂蝉)의 머리 모양은 한나라의 ‘추환분초계(垂鬟分肖髻)’를 참고해 역사적 고증의 완성도를 높였고, 반고무(盘鼓舞) 등 한나라의 전통문화 요소를 삽입해 작품의 시대적 분위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문화적 요소들은 단순한 시각적 장식에 그치지 않고 서사를 이끄는 장치로도 기능한다. 거대한 화염이 낙양을 집어삼키고 궁궐이 불길 속에 무너져 내리는 장면에 이르면, 왕조의 쇠락이 지닌 비장함이 굳이 많은 대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불타고 허물어지는 도성의 모습만으로도 그 비극은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해진다.
<삼국: 낙양을 다투다>는 삼국시대의 기원을 다룬 애니메이션을 넘어 역사와 인간 본성, 시대의 운명을 새로운 시각에서 되짚어 보는 작품이다. 영화는 중국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국의 역사를 풀어내고, 섬세한 인물 묘사와 독창적인 영상미를 통해 종말을 앞둔 왕조의 몸부림과 시대의 격랑 속에서 영웅들이 마주한 선택을 담담히 비춘다.
글ㅣ훠쯔이(霍子怡) 난카이(南開)대학 출판전공 석사 과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