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
팔선과해(八仙過海)는 중국에서 전해지는 고대 신화다. 여덟 신선이 끝없이 펼쳐진 동해를 건널 때, 저마다의 비기를 풀어 망망대해를 건넌다는 이야기로, 여기에서 ‘팔선과해, 각현신통(各顯神通)’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팔선’이란, 한종리(漢鍾離), 장과로(張果老), 철괴리(鐵拐李), 한상자(韓湘子), 조국구(曹國舅), 여동빈(呂洞賓), 남채화(藍采和), 하선고(何仙姑)를 이른다. 이 여덟 신선은 각자 도술을 익혀 무한한 법력을 가졌는데, 인간 세상에서 악을 징벌하고 선을 장려하며 백성을 위해 선한 일을 많이 행했다고 한다. 전통문화에서 팔선과해는 사람은 모두 각자의 능력이 있어 각자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일을 완수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팔선은 신화 속 인물이라는 범주를 넘어, 용감하고 호탕하며 서로 돕고 함께 나아가며 행운과 복을 기원하는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아 민속과 고사 그리고 중국인의 정신에 깊이 새겨져 있다.

성어 유래와 출처
팔선과해의 신화 이야기는 원(元)나라 잡극(雜劇) <쟁옥판팔선과창해(爭玉板八仙過滄海)>에서 처음 등장했다. 작품은 여덟 신선이 각자 법보(法寶)를 지니고 바다를 건너다 동해 용왕과 맞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후 원나라 잡극 <팔선과해>가 기존의 내용을 한층 다듬고 윤색하면서 오늘날 전해지는 ‘팔선과해’ 이야기의 기본 틀이 갖춰졌고, 후세에 전해지는 성어로도 자리 잡았다. 명(明)나라에 이르러 오원태(吳元泰)는 소설 <동유기(東遊記)>에서 팔선의 출생과 내력, 기이한 만남과 바다를 건너는 여정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 생동감 넘치고 흥미로운 내용에 쉬운 문체까지 더해져 누구나 읽기 쉬웠던 이 소설은 널리 간행돼 퍼져 나갔다. 이를 계기로 팔선과해 이야기는 일반 백성의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팔선 전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렸고, ‘팔선과해, 각현신통’이라는 말도 널리 쓰이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성어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팔선이 서왕모의 반도회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동해를 지나게 됐다. 바다에 거센 풍랑이 일자 여동빈이 배를 타지 말고 각자 법보를 이용해 바다를 건너자고 제안했다. 철괴리는 쇠지팡이를 바다에 던져 그 위에 올라타 물결을 가르고, 한종리는 파초선을 밟고 바다는 건넜다. 장과로는 종이 나귀를 탔고, 여동빈은 보검을 딛고 물살을 헤쳤다. 하선고는 연꽃 위에 올라섰고, 남채화는 꽃바구니에 탔으며, 한상자는 퉁소 위에 올라섰고, 조국구는 옥판을 밟고 바다를 건넜다. 그런데 남채화의 꽃바구니가 바다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자 이를 발견한 동해 용왕이 깜짝 놀랐다. 용왕은 곧바로 심복을 보내 꽃바구니를 빼앗고 남채화마저 붙잡아 갔다. 이에 나머지 일곱 신선은 크게 노해 용왕의 수족(水族)과 맞붙었다. 양측의 싸움은 바다와 하늘이 뒤집힐 듯 격렬하게 이어졌지만, 결국 다른 신선들의 중재로 용왕이 법보를 돌려주고 남채화를 풀어주면서 여덟 신선은 무사히 동해를 건널 수 있었다. 이 한바탕 소동에서 ‘각현신통’, 곧 각자의 재주를 발휘한다는 말의 의미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팔선은 저마다 서로 다른 법보와 재주를 지녔지만,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했다.
‘팔선과해’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재주와 방법이 있음을 이르는 성어다. 어떤 일과 부닥뜨릴 때 각자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해 소임을 다하고, 힘을 모아 일을 잘 해낸다는 뜻으로 쓰인다. 오늘날에는 특히 공동의 일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각자가 능력을 발휘해 제 몫을 다하는 모습을 칭찬할 때 주로 사용된다.
정신 문화와 현실적 의미의 결합
팔선과해 신화 전설은 무형문화유산 중 민간 문학을 대표하는 고전으로, 그 안에 담긴 정신문화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여덟 신선은 저마다 재주가 달랐고, 누구도 같은 ‘난관 돌파의 법보’를 지니지 않았다. 각자의 능력을 살려 동해를 건넌 이야기는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서로 협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다.
오늘날 팔선과해는 성어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인문 경관과 관광 명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시에 위치한 팔선도(八仙渡) 관광지는 신화와 전설에서 팔선이 바다를 건넌 곳이다. 이곳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호리병처럼 생긴 지형이 바다에 누워 있는 듯한 모습이다. 아름다운 산과 바다의 풍광을 즐기려는 수많은 중국 국내외 관광객이 신선의 흔적을 찾아 이곳을 찾고, 복을 기원한다. 중국 4대 명루 가운데 하나인 봉래각(蓬萊閣)에는 팔선이 모여 술을 마시던 곳이라는 전설이 흐른다. 누각 안에 있는 여조전(呂祖殿)에는 팔선과 관련된 석각과 조각상이 다수 남아 있다. 산시(山西)성 루이청(芮城)현에는 원나라의 유명한 도교 사원인 영락궁(永樂宮)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은 여동빈의 고향으로 원나라 때 건설을 시작해 100여 년에 걸쳐 완공됐다. 궁 내부에 보존된 다수의 정교한 원나라 벽화에는 여동빈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으며, 뛰어난 예술적 가치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신선들에 비해 팔선 가운데서도 여동빈은 유독 민간에서 사랑받았다. 도교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뿐 아니라, 백성들의 삶 가까이에서 함께한 친근한 신선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천하의 백성을 구하겠다는 뜻을 세우고 인간 세상에 자주 내려와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돕고 요괴를 물리치며 재난을 막아주었다. 그를 둘러싼 이야기도 수없이 생겨났다. 예를 들어 황량일몽(黃粱一夢), 개가 여동빈을 물다(狗咬呂洞賓), 팔선과해 같은 이야기가 희곡과 소설을 통해 널리 전해졌다. 또한 선비와 의원, 수공업자 등 여러 분야 사람이 여동빈을 수호신으로 받들었다. 또, 공명을 얻거나 평안을 기원하고 재앙을 물리치기 바랄 때 백성들은 그에게 기도를 올렸다. 이 때문에 중국 각지의 크고 작은 도교 사원 대부분에는 여동빈의 조각상이 모셔져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여동빈이 보여준 ‘각현신통’은 법보나 신통력에만 있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 방식은 세상을 구하고 사람을 돕는 데 있었다. 이는 ‘각현신통’의 의미를 한층 넓혀준다. 그것은 단순히 각자의 재주를 발휘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능력으로 세상에 이로움을 보태는 덕행까지 아우르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팔선과해, 각현신통’은 누구나 익히 들어본 속담으로 남아 있다. 이 말은 고대 신화의 외피를 벗고 신선들의 환상적인 색채를 걷어내, 실천하며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정신으로 거듭났다.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동시에 집단의 협력을 강조하는 이 지혜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과감하게 도전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갈 용기를 북돋운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자신의 역량을 펼치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도록 이끌고 있다.
글|장샤오솨이(張曉帥) 중국사회과학원대학 문예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