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7
“여보세요, 여보세요, 제 말 들리십니까?”
“잘 들립니다! 연결됐습니다!”
1987년 11월 18일, 양타이팡(楊泰芳) 당시 중국 우전부(郵電部) 부장(장관급)은 광저우(廣州) 이동통신망 1기 개통식에서 베이징(北京)에 있는 동료에게 중국 최초의 이동전화를 발신하는 데 성공했다. 수화기 너머로 또렷하게 들려온 이 한마디는 중국이 이동통신 시대에 공식적으로 진입했음을 알린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됐다.

그로부터 약 40년이 흐른 지금, 더 빨라진 네트워크 연결과 한층 강력해진 컴퓨팅 성능, 그리고 훨씬 거대해진 단말기 연결 규모가 맞물리며 디지털·지능형으로 전환된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6G(6세대 이동통신) 기술 개발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제15차 5개년 규획(2026~2030년) 요강’에서는 6G를 비롯한 미래 기술을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명시했다. 이제 6G는 국가 차원의 단순한 기술 비축 수준을 넘어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을 육성하고 미래 산업 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한 연결을 넘어 지능형 인프라로
중국 통신 발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1세대 이동통신(1G) 휴대전화인 ‘다거다(大哥大)’는 중국 시장에 등장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정보 격차 해소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1994년 광저우에서는 중국 최초의 디지털 이동통신 상용 시범망(2G)이 개통돼 문자 메시지(SMS), 멀티미디어 메시지(MMS), WAP 인터넷 서비스가 일상으로 들어왔다. 이어 2009년 3G 상용 라이선스 발급과 함께 스마트폰이 빠르게 대중화됐고, 2013년 4G 시대가 열리면서 라이브 스트리밍, 모바일 결제, 온라인 교육, 원격 의료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동통신 기술의 또 한 번의 도약은 2019년 5G 시대의 개막과 함께 찾아왔다. 중국은 이를 계기로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잇는 만물인터넷(IoE) 시대로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쑨사오후이(孫韶輝) 중신커이둥(中信科移動, CICT모바일) 수석과학자는 “1G에서 4G까지의 핵심 과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었다”며 “5G는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는 기반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면서 통신 기술의 활용 범위를 특정 산업 현장과 사물인터넷(IoT) 영역까지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6G 시대에는 서비스 대상이 더 이상 개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쑨 수석과학자는 “6G 시대에는 IoE에서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시대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며 “이동통신은 단순한 데이터 전송 채널을 넘어 감지·연산·지능 기능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통신의 활용 범위도 지상에서 우주로 확장된다. 공중·우주·지상을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해양과 사막, 저고도 공역 등 기존의 통신 사각지대에서도 끊김이 없는 연결이 가능해진다.
6G 시대에는 영상이 즉각적으로 로딩되고,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5G보다 빠른 속도’는 더 이상 6G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아니다. 6G는 단순한 기능 추가를 넘어 네트워크 역량 전반의 고도화를 의미한다.
동시에 6G는 ‘통신’에서 ‘감지(센싱)’로의 도약을 상징하기도 한다. 장핑(張平) 중국공정원 원사이자 베이징 우전(郵電)대학 교수는 이를 장미에 비유해 설명했다. “누군가에게 장미 한 송이를 선물할 때 우리는 꽃의 모습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향기까지 함께 느낀다. 이러한 몰입형 경험은 시각과 후각을 비롯한 모든 감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미래의 6G 기술은 바로 이런 각종 정보를 전방위적으로 포착하고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6G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쑨 수석과학자는 6G 네트워크가 단순한 ‘연결 도구’에서 ‘지능형 인프라’로 진화한 사실에 주목한다. 그는 이 과정에서 세 가지 주요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첫째, 위성과 지상을 통합한 네트워크를 통해 통신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전 영역 연결을 실현한다. 둘째, 통신·감지·지능·연산이 융합되면서 네트워크는 데이터를 단순히 전송하는 역할을 넘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사용자 중심의 유연한 네트워크가 구현되면서 ‘사람이 네트워크를 찾아가는 방식’에서 ‘네트워크가 사용자의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미래에는 ‘보이지 않는 안전망’이 우리 생활 곳곳에 촘촘히 자리하게 될 전망이다. 스마트 시티에서는 6G 네트워크가 도로 위 차량과 보행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별도의 대규모 센서 설치 없이도 교통 사고 위험을 사전에 경고하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스마트 홈에서는 노인의 낙상이나 이상 행동을 감지해 자동으로 긴급 조치를 취할 수 있다.
6G의 통신·감지·연산 통합 능력은 공장과 산업단지의 디지털 전환 수준 역시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제조 환경에서는 생산 설비 상태와 부품 위치, 작업자의 움직임을 밀리초(ms) 단위로 감지하고 즉각 반응함으로써 로봇과 무인운반차(AGV) 등 각종 설비의 협업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광산·항만과 같은 고위험 산업 현장에서는 6G 네트워크의 감지 기능이 인력 중심의 순찰·점검 업무를 대체해 설비와 작업 환경을 전 구역에 걸쳐 24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

중궈뎬신(中國電信, 차이나텔레콤) 2025 디지털 지능 과학기술 생태대
미래의 AI 에이전트, 네트워크에 힘을 더하다
통신 기술의 세대교체와 산업 응용 과정은 두 가지 경로를 따라 전개돼 왔다. 하나는 ‘응용이 통신을 기다리는 방식’이다. 과거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선보였을 당시 수많은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가 탄생했지만, 당시 3G 네트워크의 속도는 이를 뒷받침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는 4G 네트워크의 급속한 보급을 촉진했고, 모바일 인터넷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반면 5G는 상당 부분 ‘통신이 응용을 기다리는 양상’을 보인다. 네트워크 역량은 확보됐지만 이를 활용한 대규모 산업 응용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황위훙(黃宇紅) 중궈이둥(中國移動, 차이나모바일) 연구원 원장은 “6G를 다양한 산업과 현장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개척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신기술과 응용 분야의 발전 속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단말기 시장의 경쟁 구도 역시 전면 재편될 전망이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은 2040년 6G 관련 단말기 연결 수는 2022년 대비 30배 이상 증가하고, 월평균 데이터 트래픽은 130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황 원장은 여러 가지 형태의 단말기가 공존하는 미래상을 제시했다. 6G 시대에는 스마트 글래스가 사용자가 보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전송하고, 필요한 정보를 눈앞에 띄워줌으로써 ‘보는 즉시 이해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웨어러블 기기는 신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건강 상태를 예측하고, 서비스형 로봇은 인간의 동반자로서 가정에 들어와 요리나 돌봄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미래의 6G 단말기는 스마트폰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은 물리적 형태를 갖춘 다양한 AI 에이전트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표준·응용이 함께 여는 6G 시대
중국 산업정보화부에 따르면 6G 연구개발은 이미 1단계 기술 실험을 마무리하고 이 과정에서 300개 이상의 핵심 기술을 축적했다. 현재는 이를 기반으로 2단계 기술 실험이 진행 중이다. 6G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닌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현재 진행형 기술’로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와 더불어 6G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도 치열하다. 엔비디아, 인텔, 스페이스X 등은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위성통신 등 분야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6G 기술 개발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6G와 AI 네트워크 구축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말 ‘하이퍼 AI 네트워크 전략’을 발표하고, AI 시대의 데이터 트래픽 증가와 초저지연 통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국가 네트워크 체계를 전면 고도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는 ‘AI 네이티브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28년까지 AI 기반 무선 접속망(AI-RAN) 시범망을 구축하고 2030년까지 6G 표준화 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쑨 수석과학자는 “중국은 6G 기술 개발과 특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글로벌 선두 그룹에 속하며, 일부 핵심 분야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선제적 우위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성능 반도체와 핵심 부품, 기초 소재 등 분야에서는 여전히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응용 생태계와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만큼 대규모 상용화를 견인할 대표적 활용 사례는 산업계가 함께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터넷 발전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6G 특허 출원 건수의 40.3%를 차지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표준 제정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황 원장은 “중국은 이미 3GPP(글로벌 이동통신 표준단체) 최초의 6G 표준 보고서인 <6G 활용 사례 및 서비스 요구사항> 작성을 주도적으로 완료했으며, 현재는 6G 무선 기술과 네트워크 기술 표준 제정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원사는 중국의 6G 분야 최대 강점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5G 단계에서 구축한 완전한 산업망과 탄탄한 엔지니어링 역량, 그리고 풍부한 응용 시장이다. 둘째는 조기 전략 수립과 강력한 실행력, 산학연 및 응용 분야에서의 협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6G 미래 전략은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쑨 수석과학자는 향후 발전 경로가 명확하다고 진단했다. 첫째, 지속적인 핵심 기술 개발을 통해 독자적이고 통제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 둘째, 표준 선도와 개방형 협력을 견지하며 글로벌 통합 표준 제정에 적극 참여하고 기여해야 한다. 셋째, 저공 경제, 지상-위성 통합, 산업 인터넷 등 분야에서 실제 수요 기반의 실증 연구와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다른 분야로 복제와 확장을 할 수 있는 응용 모델을 신속히 정착시켜야 한다.
중국 6G의 미래 전망에 대해 쑨 수석과학자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중국이 6G 핵심 기술에서 꾸준한 혁신을 이어갈 뿐만 아니라 표준 제정과 산업 육성, 응용 확대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해 6G가 연구실을 넘어 다양한 산업 현장으로 뻗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글 | 류쉐윈(劉雪雲)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