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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요, 한국의 등산 문화


2026-06-09      



한국은 산지가 많다. 일상에서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가는 것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한국인은 틈만 나면 기꺼이 시간을 내 산에 올라 경치를 즐기곤 한다. 이들에게 등산은 소수만 즐기는 마니아적 아웃도어 스포츠가 아니다. 건강과 사교, 마음 치유까지 한 번에 챙기는 대중적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다.


서울만 보더라도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번화한 도시 속에 등산 명소가 수두룩하다. 시내 한복판인 경복궁 뒤편에는 기세가 당당한 북악산이 버티고 있다. 주말에 광화문역에 가보면 아웃도어 바람막이를 입고 등산 스틱을 든 등산객들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채 모여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만약 북악산에 인파가 너무 몰린다 싶으면, 서쪽에 있는 인왕산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서촌 방향에서 산을 오르다 보면 유명 명사들의 옛 집터와 아기자기한 책방, 화랑 등이 곳곳에 있는데, 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은 고즈넉해진다.


한국 전통문화에는 뿌리 깊은 산신 신앙이 있다. 조선반도(한반도)에 불교가 전해진 뒤, 산은 고승·명사 수행의 정토(淨土)가 되어 수많은 유명 사찰과 고찰이 깊은 산세 속에 자리 잡았다. 20세기 후반, 한국이 빠르게 산업화하면서 전 국민 등산 열풍이 불었다. 지척에 있는 숲은 수행자의 은둔처가 아니라 대중이 스트레스를 푸는 치유의 공간이 됐다. 여럿이 함께 오르면 끈끈한 유대감이 생기고, 가족과 함께하면 정이 돈독해지며, 홀로 산을 탈 때는 오롯이 자연과 호흡하며 평온함을 얻을 수 있다. 정상에 올라가서는 김밥을 나눠 먹고 하산 뒤에는 파전에 막걸리 한 잔 걸치는 것이 한국 등산 문화의 상징적인 풍경이 됐다. 산자락 아래 식당이 맛집이냐 아니냐가 등산 코스를 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정도였다. 과거 등산 인구는 건강을 중요시하는 중장년층 위주였다. 산행 중 어르신이 젊은이를 가뿐하게 앞지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등산 연령층이 눈에 띄게 젊어지면서 아웃도어 장비는 더욱 유행에 맞아졌고, 산속의 감성 넘치는 ‘인스타 핫플’ 카페들이 기존 산 아래 식당들을 제치고 등산의 새로운 인기 지표로 떠올랐다. 재작년 비가 오던 어느 날, 나는 계곡을 따라 서울 북부에 있는 북한산에 올랐다. 삼각산(북한산의 옛 명칭)의 금선사에서 반나절 동안 템플 스테이에 참여했다. 사찰에서 진행된 치유 프로그램은 싱잉 볼과 기타 연주였다. 그야말로 동서양의 조화였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요즘 산행이 주는 묘미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오묘하고 다채롭다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몇 년 전 어느 봄날, 경상남도 가야산 해인사를 방문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사찰의 규모는 작았지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고려대장경>이 보관돼 있었다. 산에서 우연히 만난 작은 사찰이 무려 천 년 전에 만든 수천만 자에 달하는 경판을 지금까지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었다는 그 자체가 경이로웠다. 산으로 향하는 길에서 보고 마주치고 느낀 모든 것이 생명 그 자체였으며 단순한 등반과 정복을 뛰어넘는 의미가 있었다. 산행은 신체를 단련하는 동시에 정신을 수양할 수 있는 풍요로운 길이다. 


글|쑹샤오첸(宋筱茜)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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