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9

지난 4월의 화창한 봄날, 중국 베이징(北京) 외곽 핑구(平谷) 지역에 있는 진하이후(金海湖)를 찾았다. 마침, 꽃이 만개한 계절이라 상춘객과 등산객들로 일대는 활기가 넘쳤다. 이날 산행은 주중 대한민국 대사관과 한국 언론사 베이징 특파원단이 함께한 행사이기도 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함께 산길을 걷다 보니 평소보다 더 친밀감이 느껴졌다.
사실 필자는 평소 등산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다만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거나 가을 단풍이 절정에 이를 때면 풍경을 즐기기 위해 가끔 산을 찾곤 한다. 약 20년 전 베이징 유학 시절에는 단풍 명소로 유명한 샹산(香山)을 찾은 적이 있다.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는 시기에 갔지만, 인파가 얼마나 몰렸는지 정작 단풍보다 사람 뒤통수만 보고 내려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022년 여름에는 베이징 한인 교민 모임인 ‘맑은 산악회’를 통해 롄취안샹구(廉泉響谷)라는 산골짜기 코스를 찾았는데, 교민들뿐 아니라 산을 좋아하는 중국인들도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등산이라는 공동 관심사 앞에서는 국적도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중국은 예로부터 다섯 개의 명산, 즉 오악(五岳)으로 유명한 나라다. 타이산(泰山), 화산(華山), 헝산(衡山), 헝산(恒山), 쑹산(嵩山)을 일컫는다. 이 중에서도 타이산은 ‘태산이 높다고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라는 시조로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산이며, 예부터 오악의 으뜸으로 꼽혀왔다. 이처럼 등산 애호가들에게 중국은 그야말로 명산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필자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산은 황산(黃山)이었다. 중국 안후이성에 있는 황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국 최고의 명산 가운데 하나다. 기암괴석과 오래된 소나무, 운해가 어우러진 절경으로 유명하며 영화 ‘와호장룡’의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다섯 시간을 힘겹게 올라야 했지만, 정상에서 바라본 일출과 일몰은 그 피로마저 잊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중국의 오악을 모두 가본 것은 아니지만, ‘오악을 돌아보면 다른 산이 눈에 차지 않고, 황산을 보고 나면 오악도 눈에 차지 않는다(五嶽歸來不看山, 黃山歸來不看嶽)’라는 말이 괜한 표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인 역시 한국인 못지않게 등산을 좋아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대표적인 등산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과거 푸젠(福建)성 근무 시절 주말이면 자주 산을 찾았고, 1999년 푸젠성 산악협회 설립 당시에는 명예회장을 맡기도 했다. 당시 시 주석은 등산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산행 문화를 적극 장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중 양국 국민 모두 산을 좋아하는 만큼, 민간 차원에서도 한중 등산대회 등 다양한 교류 행사도 이어지고 있다. 산길을 함께 걷다 보면 어느새 사람 사이의 거리도 조금씩 좁혀지듯, 한중 교류 역시 함께 걸으며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배인선 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