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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 이야기

밀전


2026-09-29      

밀전(蜜餞)은 매실과 복숭아, 살구, 자두, 대추, 귤, 동과, 생강 등 과일과 채소를 주원료로 삼아, 설탕이나 꿀, 소금에 절여 만든 간식이다. 밀전의 ‘전(餞)’은 본래 ‘달이다’라는 뜻의 ‘전(煎)’으로 표기했었다. 이는 신선한 과일을 꿀에 넣고 조려 수분을 충분히 제거하고 풍미를 더함으로써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든 데서 유래했다.



중국인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간식은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동한(東漢) 시대 조화(趙華)가 지은 <오월춘추(吳越春秋)>에는 “월나라가 달콤한 꿀로 빚은 환을 오나라에 보내 봉토를 늘려준 데 대한 예에 보답했다(越以甘蜜丸報吳增封之禮)”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중국에서 확인되는 밀전 기록 중 비교적 초기의 문헌으로 꼽힌다. 당(唐)나라 때는 조정에 진상하는 과일을 꿀에 재어 보관했고, 송(宋)나라에 이르러 농업 생산이 발전하고 특히 과수 재배와 양봉·제당업이 발달하면서 밀전의 제조법도 한층 정교해지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송나라의 밀전은 맛뿐만 아니라 모양도 아름다웠다. 남송 시대 궁정에서는 동과를 물고기 모양으로 만든 꿀 절임, 매화 모양으로 조각한 과자, 연잎 모양의 청매실, 꽃무늬를 새긴 금귤, 꽃 모양의 꿀 절임 죽순, 무늬를 조각한 생강 등 갖가지 ‘조각 밀전’이 유행했다. 조각 밀전은 앙증맞고 정교한 데다 윤기까지 흘러 궁중 연회 상을 화려하게 장식하곤 했다.


후난성 징저우 먀오족·둥족 자치현에서 한 노부인(가운데)이 소수민족 젊은 여성에게 조각 밀전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IC

 

오늘날 조각 밀전의 제조 기술은 대체로 후난(湖南)성 남서부, 화이화(懷化)시 남부, 후난·구이저우(貴州)·광시(廣西)가 맞닿은 징저우(靖州) 먀오(苗)족·둥(侗)족 자치현의 취양(渠陽)진 일대를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다. 조각 밀전은 재료 선택부터 조각과 가공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제조 공정을 갖추고 있다. 주로 덜 익은 풋 유자를 원료로 사용하는데, 먼저 유자를 둥글거나 부채꼴 모양의 일정한 두께로 얇게 썬다. 그런 다음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유자 조각 위에 각종 꽃과 풀, 날짐승과 들짐승, 용과 봉황, 물고기와 새우, 인물과 그릇, 상서로운 문자와 그림 등 생동감 넘치는 문양을 새겨 넣는다. 조각한 유자는 깨끗한 물로 여러 번 헹군 뒤 구리 솥에 넣어 끓인다. 이어 설탕에 절여 발효·숙성한 다음, 뒤집어가며 햇볕에 말리고 구워내는 과정을 거쳐 정성스럽게 만들어진다. 이렇게 완성된 밀전은 생동감 있는 형태와 독특한 제작 기법이 돋보이는 정교한 예술품이나 다름없다. 보기만 해도 눈이 즐겁고, 맛보면 입안은 물론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다양한 종류의 매실


매실을 예로 들어 보자. 매실은 생과일일 때 약간 시고 떫은맛이 있어 보통은 그대로 먹지 않지만, 이를 활용하면 수십 가지 밀전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새콤한 매실 밀전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매실이 익는 시기인 4~5월에는 익은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식감의 간식을 만들 수 있으며, 대략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중 50% 정도 익은 청매실은 아삭하고 산뜻한 맛의 매실 절임을 만들기에 적합하다. 매실을 깨끗이 씻은 뒤 살살 두드려 표면에 살짝 금이 가게 하고, 소금을 약간 넣어 골고루 버무린 다음 중간중간 뒤집어가며 하루 동안 재워둔다. 이후 맑은 물에 담가 수시로 물을 갈아주고 맛을 보아 쓴맛이나 신맛이 빠지면 건져 물기를 뺀다. 여기에 백설탕을 넣어 골고루 버무린 뒤, 우러나온 국물은 따라내고 계속 달인다. 매실의 수분이 약간 마를 때까지 약불로 조려내면 완성된다.


70% 정도 익은 청매실은 짭짤한 매실 절임을 담그기에 적합하다. 소금을 넣어 골고루 버무린 뒤에는 더 이상 뒤적이지 않고 이틀 동안 그대로 두어 간이 충분히 배게 한다. 그런 다음 매실에서 나온 물을 따라내고, 햇볕에 말려 수분을 서서히 날린다. 매실 표면에 주름이 생기면 설탕을 넣고 끓여 설탕물이 우러나올 때까지 졸이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든 매실 절임은 속이 불편할 때 먹으면 도움이 된다고 전해진다.


80% 정도 익은 청매실로는 쫄깃한 식감의 매실 절임을 만들 수 있다. 만드는 방법은 70% 정도 익은 청매실과 같지만, 햇볕에 말리지 않고 바로 설탕을 넣는다는 점이 다르다. 이때 설탕을 한꺼번에 넣지 않고 여러 차례에 걸쳐 조금씩 넣어가며 버무려야 매실 과육이 쪼그라들지 않는다. 단맛이 알맞게 배면 찻잎을 넣어 차 매실을 만들 수 있으며, 차조기나 커피, 그 밖의 과일을 넣으면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다.


90% 정도 익은 매실은 매실주를 담그기에 적합하다. 매실을 깨끗이 씻어 그늘에서 말린 뒤 빙탕(冰糖)과 쌀술을 1:1 비율로 넣고 약 4개월간 숙성한다. 이후 빙탕을 한 번 더 넣으면 매실주가 완성된다. 민간에서는 매실주가 높은 요산 수치를 다스리는 데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조각 밀전에는 중국 전통 식품 조각의 미학이 담겨 있다. 사진은 정교한 문양을 새겨 완성한 조각 밀전이다.


이밖에 생으로 먹거나 밀전, 식초, 술 등으로 만들어 먹는 양매(楊梅)도 있다. 양매는 주홍(珠紅), 수매(樹莓)라고도 하며 해발 300~1500m의 산기슭에서 자란다. 익는 시기는 5~7월경이고 장쑤(江蘇)성과 저장(浙江)성 일대에서 많이 난다. 양매는 표면에 붉은 주머니 모양의 돌기가 촘촘하게 돋아 있다. 씨는 없고 달콤하며 과즙도 풍부하다. 나무에서 열리는 목본식물이지만 블루베리나 딸기처럼 무르고 상하기 쉬우므로 열매를 신속하게 수확하되 눌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매실처럼 수확한 뒤 하루이틀 두는 것도 안 된다. 그대로 두면 금세 수분이 빠져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수확한 양매는 씻지 않은 채 바로 위생 비닐 팩에 넣어 냉동했다가 먹기 직전에 해동해 씻는 것이 좋다. 필자는 수확한 양매를 곧바로 쌀술에 씻어 유리 용기에 넣고 식초나 술을 담근다. 투명한 유리병을 창가에 두면 양매는 하루하루 쪼그라들며 녹아내리지만, 병 안에는 어느새 붉은 과즙이 풍성해진다. 매일 창가의 유리병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마음도 병 속의 선홍빛처럼 설렘으로 물든다. 단, 이처럼 절임 식품을 만들 때는 물이 닿지 않도록 해야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사로잡는 밀전은 입안의 즐거움을 주는 디저트인 동시에 다도 상과 연회 상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훌륭한 곁들임이기도 하다.


매실 외에 과일 껍질로도 밀전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을철 백유자가 노랗게 익어갈 무렵, 두꺼운 껍질을 벗겨 작은 조각으로 자른 뒤 흑설탕과 함께 전기찜솥 내솥에 넣는다. 외솥에는 물을 넉넉히 붓고 찌는 동안 여러 차례 저어준다. 이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한 뒤 마지막으로 이를 바짝 말려내면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이 일품인 밀전이 완성된다.



<전가> 소개  

타이완(臺灣) 작가 야오런샹이 7년 만에 탈고한 역작으로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권으로 이뤄져 있다. 각 권마다 6개의 주제로 나뉘며, 유려한 글과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중국인들의 계절별 생활 방식과 전통문화를 기록했다. 저자는 자신의 ‘전가’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저마다의 ‘전가’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소장해야 할 ‘전통문화 백과사전’이자,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인의 생활 속 지혜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입문서’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야오런샹(姚任祥), 중국의 유명 경극 배우 구정추(顧正秋)의 막내딸이자 국학(國學) 대가 난화이진(南懷瑾)의 제자. 16세에 데뷔한 ‘1세대 캠퍼스 민요 가수’ 중 한 명이다. 타이완의 유명 건축가 야오런시(姚仁喜)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주얼리 디자이너로 20년 넘게 아름다운 작품을 디자인했으며, 작가로서 해외에서 유학 중인 중국 청년들이 전통문화를 잊지 않도록 가르침을 전수하기 위해 <전가>를 직접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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