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8

차두원 한국 자율주행 전문 모빌리티 기업 퓨처링크 대표이사
최근 몇 년간 중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판매량이나 가격 경쟁력 때문만이 아니다. 핵심은 빠른 개발 주기와 공급망 결합 속도가 실제 제품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매년 번갈아 개최되는 상하이 국제 자동차 산업 전시회(上海國際汽車工業展覽會, 오토상하이)와 베이징 국제 자동차 전시회(北京國際汽車展覽會, 이하 베이징 모터쇼)를 참관해 왔다. 그중에서도 올해 2026 베이징 모터쇼(Auto China 2026)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변화 방향과 핵심 축을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준 행사였다. 전시장 규모나 참가 브랜드 수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완성차, 배터리, 반도체, AI 콕핏, 운전자보조시스템 솔루션과 자율주행 기업이 이전보다 촘촘히 연결되며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이 더 이상 개별 차종의 상품성에 머물지 않고, 성능, 소프트웨어, 공급망, 서비스의 결합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가 이번 베이징 모터쇼 현장에서 정리한 키워드는 세 가지다. 첫째는 성능의 상향 평준화, 둘째는 인공지능(AI)이 재정의하는 자동차, 셋째는 생태계 주도권 경쟁의 심화다. 이것들은 서로 맞물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하드웨어 성능과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공급망 조직 방식의 변화를 함께 이끌고 있다.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띈 변화는 ‘성능의 상향 평준화’다.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배터리 충전 속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차량용 반도체, 센서 구성 등에서 과거보다 높은 사양이 빠르게 대중화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특히 모터쇼 전후 업계 발표에서는 충전 시간 단축과 저온 환경 성능 개선이 함께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야디(比亞迪, BYD)는 2025년 3월 ‘슈퍼 e-플랫폼’을 공개하며 5분 충전으로 40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닝더스다이(寧德時代, CATL)도 초고속 충전 성능을 끌어올린 배터리 기술을 제시했고, 웨이라이(蔚來, NIO)가 고도화해 온 배터리 교환 체계도 주목받았다. 공식적으로는 3분 수준의 자동 배터리 교환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과거 중고가 차량에 주로 탑재되던 라이다(LiDAR)가 비야디 시걸(Seagull) 같은 엔트리급 대중형 모델로 확산하는 흐름은 초고속 충전, 배터리 교환, 첨단 센서 탑재가 더 이상 일부 프리미엄 모델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또 다른 핵심 축은 ‘AI가 자동차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라는 점이다. 이제 자동차는 단순히 기계적 성능으로만 평가되는 제품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콕핏 경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단말기와 가전의 연결성까지 포함하는 복합 플랫폼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기업이 화웨이(華為)와 샤오미(小米)다. 화웨이는 차량을 AI 중심의 이동 단말기로 재구성하는 방향을 전면에 내세우며, 운영체제, 스마트 주행 시스템, AI 콕핏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HIMA(Harmony Intelligent Mobility Alliance) 생태계를 집중적으로 전시했다. 샤오미도 Hyper OS를 기반으로 ‘Human x Car x Home’ 구상을 제시하며 사람·자동차·가전을 하나의 연결된 경험으로 통합하는 방향을 보여줬다. 이는 자동차를 독립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디지털 생활권의 일부로 재배치하는 변화이며, 모바일과 가전에서 축적된 사용자 경험이 자동차 아키텍처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흐름은 단연 ‘생태계 주도권 경쟁의 심화’다. 이번 모터쇼에서 특히 두드러진 시사점은 개별 완성차 브랜드의 성능 비교만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공급망과 플랫폼 구조의 경쟁이었다는 점이다. 배터리 기업, 소프트웨어 기업, 반도체, 센서 기업, 콕핏 솔루션 기업이 완성차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누가 더 좋은 차를 만들었는가’보다 ‘누가 더 빠르고 유연하게 생태계를 조직했는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었다. 중국 완성차의 기술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는 흐름 속에서 독자적인 아키텍처와 서비스 연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브랜드는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같은 칩셋(AP)이나 운영 기반을 일부 공유하더라도 최종 사용자 경험이 브랜드마다 달라지는 것처럼 미래 자동차 산업 역시 기본 기술의 공유를 넘어 그 위에서 가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어떤 서비스 생태계와 연결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중요한 캐치 포인트다.
한국 산업계의 처지에서 보면 이제 중국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더 이상 멀리서 지켜볼 일이 아니다. 중국 시장에서 벌어지는 기술 혁신과 산업 재편은 미래 차 핵심 영역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변화의 속도도 매우 빠르다. 한국 기업은 중국을 단순한 경쟁 상대로만 보기보다 경쟁과 협력을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어떤 분야에서 기술적 접점이 생기고 있는지, 어떤 영역에서 협력의 실익이 존재하는지를 보다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지점에서 한중 협력의 방향도 더욱 실용적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협력은 단순한 의존이나 일방적 조달이 아니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품질 검증, 안전 기준, 현지 시장 적합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6 베이징 모터쇼에서 나타난 현대자동차의 전략적 행보는 한중 산업 협력의 한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 전략을 제시하며 중국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V(艾尼氪金星, IONIQ V)를 공개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CATL,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분야에서는 모멘타(初速度, Momenta)와의 협력 확대를 공식화했다. 이는 중국 시장을 판매를 넘어 기술 협력과 공동 검증의 공간으로도 바라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한국 기업이 가진 시스템 설계 역량과 글로벌 상용화 경험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라는 과제도 던져준다.
여기에 더해 주목할 부분은 스타트업 협력의 가능성이다. 미래 차 산업에서는 완성차 기업과 대형 부품사만으로 모든 혁신을 감당하기 어렵다. 오히려 자율주행 및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AI, 센서 융합, 실증 데이터 분석, 차량용 소프트웨어,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는 민첩한 스타트업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한중 협력이 보다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완성차 중심의 대기업 간 협력뿐 아니라 양국의 기술 스타트업이 공동 실증 과제를 발굴하고, 특정 지역이나 서비스 영역에서 함께 시험하고 검증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다층적 협력이 한중 모빌리티 산업의 새로운 협력 기반을 만드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결국 한중 양국이 지향해야 할 모빌리티 협력의 방향은 어느 한쪽의 우위를 강조하는 데 있지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각자의 강점을 현실적으로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내는 일이다. 중국은 대규모 내수 시장, 빠른 실증 환경, 폭넓은 디지털 생태계를 강점으로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정밀한 시스템 통합, 품질 관리, 안정적인 글로벌 상용화 경험에서 강점이 있다. 이러한 상호 보완성을 바탕으로 협력의 원칙과 검증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한다면, 한중 모빌리티 협력은 경쟁을 넘어 새로운 산업적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공식 주제가를 불러 중국인에게도 친숙한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