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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경제의 시선으로 본 중국의 고품질발전과 거버넌스: 한중 협력의 새 지평


2026-07-02      

  김동영 한중연합회 부회장·한국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중국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중국공산당(中国共产党)을 알아야 한다. 이 명제는 오늘날 실물 경제의 최전선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복하고 기업의 생존 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절박한 화두다. 올해 창당 105주년을 맞이하는 중국공산당은 거대한 산업적 전환의 한가운데 서 있다. 과거 중국이 값싼 노동력과 비용 효율성을 무기로 삼던 세계의 공장이었다면, 현재의 중국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경제, 첨단 과학기술을 융합한 고품질발전(高質量發展)의 무대로 완전히 탈바꿈하고 있다. 과거의 통치 정당성이 빠른 양적 성장에 있었다면, 이제 중국공산당의 거버넌스는 첨단 기술 생태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데 집중고 있다.

   

이러한 질적 도약의 핵심 동력은 국가 주도의 강력한 기술 자립 의지 있다. 지난 3월 열린 전국양회(全國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회의)에서 중국 정부는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 경제 성장률 수치 자체에 연연하기보다 질적 성장 핵심으로 전환하는 한편, 그중 지능형 경제(智能型经济) 중요한 돌파구로 삼았다. 새롭게 채택된 제15차 5개년 규획(十五五规划, 2026~2030년) 요강에 따르면, 중국은 인공지능이 과학연구 패러다임의 변혁을 선도하고, 인공지능 산업 응용의 고지를 선점해야 한다”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정부와 민간 기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신형 거국 체제를 통해 국가 주도형 기술 발전을 이룩하겠다는 확고한 거버넌스의 결과물이다. 중국은 연평균 7% 이상의 국가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국가 주도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설립, 해외 인재 유턴을 포함한 AI 인력 100만 명 양성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가동하고 있다. 2026년 과학기술 예산 역시 전년 대비 10% 늘어난 4264억 위안(약 97조 5400억 원)으로 대폭 편성되었다.

   

특히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한 반도체 등 전략적 공급 부족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중국은 구형 칩을 결합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칩렛(Chiplet) 설계와 첨단 패키징 분야를 국가 전략 과제로 격상시켰다. 쑤저우(州)와 우시(無錫) 등 이미 잘 갖춰진 패키 거점을 기반으로 국가 반도체 기금을 집중 투입하는 등 외부의 압박을 오히려 새 트랙으로 전환해 선도하는 기회로 삼아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국가 차원의 큰 그림은 산업 현장의 실질적인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가 일상화되면서, 중국의 거대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의존해 온 서방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가진 한계를 뼈저리게 절감했다. 주문이 시시각각 바뀌고 수많은 변수가 거미줄처럼 얽히는 복잡한 생산 환경을, 정해진 순서대로만 움직이는 과거의 표준 매뉴얼(SOP) 방식으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중국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을 들여 도입했던 서구권 시스템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있다. 대신 방대한 현장 데이터와 자체 알고리즘을 결합한 독자적인 지능형 계획 및 제어(IPC, Intelligent Planning & Control) 체계를 구축해 디지털 주권을 되찾는 중이다. 수백만 개의 부품과 제품을 처리하는 복잡한 연산 과정을 혁신적으로 단순화함으로써, 과거 8시간이나 걸리던 생산 계획 수립을 단 몇 분 만에 끝내는 놀라운 효율성을 증명해 냈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IT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무리하게 공장을 통제하지 않고도 악성 재고를 털어내 기업의 투하자본이익률(ROIC)을 크게 높이고, 나아가 막대한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하는 강력한 재무적 무기로 작동하고 있다. 척박한 실전 환경에서 외부 기술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체질을 개선해 낸 이 과정은, 위기 속에서도 압도적인 효율을 만들어내는 중국 실물 경제의 끈질긴 생명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고도화되는 중국의 산업 생태계와 자립형 발전 모델은, 복잡한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한국의 중소·중견 기업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한중 FTA 지방경제협력 시범도시로 지정된  꾸준히 교류해 온 인천광역시와 산둥(山) 웨이하이(威海)의 사례는 이러한 실리적 협력의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과거 한국 기업들에게 비용 절감을 위한 가공 무역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웨이하이시는, 현재 첨단 기술 산업 생산 비중이 전체의 70%를 넘어서는 혁신 도시로 변모했다. 특히 인쇄 장비 생산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약 5분의 1을 점유하는 탄탄한 제조 기반을 다졌으며, 나아가 첨단 전기 제조 의료기기, 전자정보, 헬스케어 등을 주력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웨이하이의 눈부신 변화는 중국 지방정부들이 중앙의 고품질발전 기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지역 산업 이식하고 비즈니스 환경  최적화하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이제 한중 양국의 경제 협력은 단순한 조립 생산이나 일방적인 진출을 넘어 지식재산권 보호와 첨단 하이테크(High-tech) 인재, 글로벌 자본이 교차하는 혁신 생태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양국이 산업·물류·전자상거래·문화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파트너십을 확장할 때, 예측 불가능한 거시 환경 속에서도 굳건히 상생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중국은 더 이상 과거의 프레임으로 묘사할 수 없는 복합적인 거대 경제권이다. 중국공산당의 105년 역사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거버넌스의 진화 과정이었으며, 오늘날 그 통치의 정당성은 고품질발전을 통한 경제적 효율성 입증에서 나오고 있다. 감정적 대응이나 단편적인 위기론에서 벗어나, 그들이 그려가고 있는 기술 자립의 실체와 강력한 산업적 실행력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


지정학적 파고가 높을수록 닻을 깊이 내려야 하듯, 한중 양국은 상호 존중과 철저한 실용주의에 입각하여 새로운 연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의 거버넌스 역량과 혁신 생태계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곧 양국의 현실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나아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견인하는 지혜로운 전략이 될 것이다.

   

  김동영 한중연합회 부회장·한국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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