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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륙, 조용한 기술 혁명...혁신을 꽃피우는 ‘안후이’

혁신을 꽃피우는 ‘안후이’


2025-12-11      

허페이 뤄강 공원 상공에 EH216-S ‘플라잉 택시’가 서서히 하늘로 솟아오르자, 현장에 있던 관광객들이 잇따라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촬영하고 있다. 사진/판궈샤오


중국 과학기술을 이야기하면 많은 국제 문제 전문가들은 보통 베이징(北京), 광둥(廣東), 상하이(上海), 장쑤(江蘇) 등 지역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상하이·장쑤·저장(浙江)·안후이(安徽) 4개 지역을 아우르는 경제권, 창장삼각주(長江三角洲)에 있는 안후이성에서는 지금 외부의 인식을 뒤엎는 ‘조용하지만 거대한’ 기술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한때 농업과 전통 제조업으로 대표되던 이 내륙 지역이 이제 양자 과학기술·저공 경제·스마트 자동차·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뚜렷한 발전을 바탕으로 중국 지역 기술 부상의 새로운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1월, 월간 <중국>은 직접 안후이를 찾아 현지 기술 생태계의 약동하는 성장과 생동감 넘치는 발전상을 취재했다.


옛 공항에서 ‘항공교통 테스트베드’로

플라잉 택시 상용화의 첫걸음

안후이 허페이(合肥) 뤄강(駱崗)공원 상공. 블랙과 화이트 색상이 조화를 이룬 한 무인항공기가 천천히 고도를 높인다. 회전 날개가 가볍게 돌며 기체가 안정적으로 상승하자,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사이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모습에 관광객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어 순간을 기록했다. 상공을 선회하는 이 EH216-S ‘플라잉 택시’는 허페이 허이(合翼)항공이 운영하는 항공기다. 중국 민용항공총국(CAAC)의 세 가지 핵심 인증인 형식증명(TC), 감항인증(AC), 제작증명(PC)을 모두 획득한 세계 최초의 자율비행 유인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다. 여기에 올해 3월 유인 민간 무인항공기 운영합격증(OC)까지 취득하면서, 안후이에서 대규모 저고도 유인 비행 시대가 열렸다.


“조종석에는 전통적인 조종간이 따로 없어요. 모든 명령은 지상관제 센터에서 원클릭으로 하달됩니다.” 펑쓰쉬안(彭思璇) 허이항공 부총경리는 EH216-S가 핵심 부품의 98%를 국산화했고, 지금까지 전 세계 21개국에서 7만3000회가 넘는 안전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이 항공기의 활용을 일상 통근, 공중 관광, 응급 의료 지원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항공 모빌리티’라는 개념을 현실로 구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허페이의 이러한 시도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 9월 허페이는 <허페이 신규 시나리오 대규모 응용 시범 행동방안·合肥市新場景規模化應用示範行動方案(2025~2027)>을 공식 발표하고 2027년까지 ‘국가급 시나리오 응용 혁신 시범도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제시했다. 이는 중국의 여러 내륙 도시가 추진 중인 기술 실용화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기술을 일상생활에 접목해 ‘눈으로 볼 수 있고,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하이뤄그룹 스마트 농업 대형 온실에서 직원이 식물의 생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판궈샤오


시멘트 공장에서 ‘토마토 농장’으로

산업과 농업의 친환경 혁신

안후이 우후(蕪湖)에 위치한 하이뤄(海螺)그룹의 바이마산(白馬山) 시멘트 공장에서도 상상을 뛰어넘는 풍경이 펼쳐지는 중이다. 공장 내 스마트 온실에서는 무토양 재배로 키운 토마토 덩굴이 2~3m까지 뻗어 올라, 가지마다 빨간색과 초록색이 섞인 탐스러운 열매가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나를 따서 살짝 깨물자, 껍질은 얇고 속은 꽉 찬 토마토가 입안에서 톡 터지고, 알차게 여문 과육 속 새콤달콤한 과즙이 입안 가득 퍼져 온 미각을 자극했다. 놀랍게도 이 맛 좋은 토마토의 ‘성장 비밀’은 다름 아닌 시멘트 공장 소성로(燒成爐, 벽돌·시멘트 등 고체 재료를 고온에서 구워 내는 가마)에서 나오는 연소가스를 정제한 이산화탄소였다.


하이뤄그룹은 산업 폐가스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식물 생장을 돕는 ‘기체 비료’로 전환하는 동시에 시멘트 소성로에서 회수한 잔열은 온실 난방에 재활용한다. 또한 온실 곳곳에 설치된 센서와 지능형 제어 시스템으로 온도, 빛, 수분, 공기, 비료를 정밀하게 조절해 1㎡당 연간 토마토 생산량을 기존의 세 배에 달하는 60kg까지 끌어올렸다. 공장 책임자 우치(吳啟)는 “산업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 전통 산업이 적극적으로 친환경 전환을 모색하는 생생한 사례로, 과학 기술의 힘으로 산업과 농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이 지속 가능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후이에는 현재 7개의 완성차 기업이 포진해 있고 규모 이상 부품업체 3000여 곳과 애프터마켓 업체 1700여 곳을 유치 및 육성해 자동차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사진은 웨이라이 신차오 2공장 생산 현장 모습이다. 사진/중국공산당 안후이성 위원회 선전부 제공


전통 제조 공장에서 ‘스마트 팩토리’로

자동차 산업의 지능형 전환

“아이가 차체를 조립하는 로봇 팔을 보는데, 눈에서 정말 빛이 나더라고요!” 안후이 허페이에 있는 웨이라이(蔚來-NIO) 첨단제조 신차오(新橋) 2공장의 견학 통로에서 한 학부모가 웃으며 이런 감탄을 내뱉었다. 2023년 10월 일반에게 공개된 이 ‘투명 공장’은 이제 안후이 자동차 산업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공장 견학은 웨이라이 공식 앱을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지난해만 약 5만 명이 다녀갔다. 특히 연휴 직전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공장 책임자 인량(殷亮)은 “소비자가 직접 생산 작업장을 둘러보도록 하는 것 자체가 ‘안후이 스마트 제조’를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웨이라이 공장에 들어서면 사용자 센터(고객 체험 센터)에 전시된 최신 모델이 가장 먼저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공중 보행로를 지나 도장(塗裝) 작업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인형 뽑기 기계’를 연상시키는 장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것은 큐브식 차량 보관 플랫폼으로 한 번에 차체 753개를 수납할 수 있으며, 스마트 제어 시스템을 통해 같은 계열 색상을 집중 도장해 잦은 색상 변경에 따른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해설사는 머리 위의 로봇 팔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이 공정은 자동차에 ‘화장’을 시켜주는 것과 같아 효율성과 정밀도를 동시에 높입니다.”


웨이라이 공장이 신에너지차의 ‘미래 지향적’ 느낌을 보여준다면, 우후에 있는 치루이(奇瑞-Chery)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기술 중심 스마트 제조’로 전환을 꾀하는 전통 자동차 기업의 과감한 결단력을 느낄 수 있다. 치루이 우후 스마트 팩토리 1공장에 들어서면, 로봇 팔들이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하며 조립 라인 곳곳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질서정연한 현장이 펼쳐진다. 용접·조립 작업장에는 스마트 로봇 660대가 강력한 ‘강철 군단’을 이뤄 용접·운반·접착·검사 등 전 공정을 정밀하게 수행한다. 특히 한 로봇 팔이 섬세한 손놀림으로 부품을 집어 물 흐르듯 측면 패널을 설치하면, 다른 로봇이 이를 곧바로 이어받아 매끄럽게 2층 생산 라인으로 운반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모든 과정은 교과서처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치루이 관계자는 “기존 인력 작업에 비해 지능형 로봇은 정밀도와 효율성 측면에서 질적인 도약을 이뤘다. 고도화된 지능형 개조에 힘입어 용접·조립 작업장의 자동화율은 이미 97%까지 치솟았고, 현재 하루 1200대의 완성차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라며, “산업용 로봇이 생산의 주역이 되면서 한층 유연해진 제조 시스템이 중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 지형을 새롭게 그려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허페이의 웨이라이에서 우후의 치루이, 폭스바겐 안후이에서 장치그룹(江汽-JAC)에 이르기까지, 안후이에는 현재 7개의 완성차 기업이 포진해 있고 규모 이상 부품업체 3000여 곳과 애프터마켓 업체 1700여 곳을 유치 및 육성해 자동차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2021년 이후 안후이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두 배로 늘었고 신에너지차 생산량은 무려 15배 급증하며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그 결과 올해 1~3분기 기준 자동차 생산량, 신에너지차 생산량, 자동차 수출량 세 가지 지표 모두 중국 전국 1위를 차지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안후이 지역 혁신이 주는 의미

안후이의 눈부신 도약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024년 기준, 안후이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1396억 2000만 위안에 달해 중국 전국 9위를 기록했고, 연구개발 집중도(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는 2.76%로 중국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과학기술 기업군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첨단기술 기업은 2만 3000곳, 기술형 중소기업은 3만 5000곳에 달하며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를 넘는 ‘슈퍼 유니콘’ 기업까지 탄생했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응용 현장 기반의 혁신’을 중시한 안후이의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저고도 비행, 친환경 농업 등 실제 응용 현장에 신기술을 접목해 과학기술이 실험실을 벗어나 시장으로 향하게 하고, 기술 혁신에서 시장 검증, 나아가 산업 응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안후이의 이야기는 중국 지역 혁신을 보여주는 하나의 축소판이다. 연해 지역에서 내륙으로, 대도시에서 중소 도시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과학기술 기업 육성 그리고 응용 현장 기반 혁신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기술 역량을 꽃피우고 있다. 중국의 기술 발전은 일부 선도 도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중국 전역에 걸쳐 일어나는 다층적 혁신 혁명의 물결이다. 이처럼 앞으로 중국에서 이어질 기술 혁신은 글로벌 혁신 생태계에도 새로운 시각과 참고 사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판궈샤오(范國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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