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9

한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보니 “주량이 세겠어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음주는 분명 한국 사회와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20여 년 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인 친구가 복숭아맛 소주를 건네며 “술을 마셔야 한국 문화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다”고 해서 큰 문화 충격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에는 ‘한국인이 술을 좋아한다’는 인식이 그리 과장된 고정 관념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한국의 음주 문화에는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존재했다. 회식 후 술을 마시기 위해 2차, 3차까지 이어지는 문화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큰 부담이었다. 학교와 군대, 회사처럼 조직 문화가 비교적 강한 집단에서는 음주가 위계질서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과도한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물론, 음주 후 발생하는 각종 사회적, 안전상의 문제 역시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골칫거리였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이후 한국의 전체 주류 소비량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20대의 음주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완전히 금주하지는 않지만 자발적으로 음주를 줄이고 맑은 정신으로 일상을 즐기겠다는 트렌드로, MZ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떠올랐다. 모임에서 소주와 맥주가 빠지지 않았던 한국에서도 이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는 무알코올 위스키와 맥주, 칵테일 등을 제공하는 무알코올 바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이러한 변화는 호프집과 주점 등 전통적인 술집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젊은 소비자들은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술을 찾지 않으며, 대학가 주변에서도 술집보다 카페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대학가에서는 여러 종류의 술을 큰 그릇에 섞어 돌려 마시는 ‘사발주’ 문화가 유행했지만, 위생에 대한 우려와 과도한 사회적 압박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오늘날 청년층 사이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20대는 한국 최초의 ‘무알코올 세대’로 불릴 만큼 새로운 음주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변화는 학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많은 기업에서도 회식 문화를 축소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퇴근 후 술자리는 더 이상 거절하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연장 근무’가 아니다. 술 없이 맑은 정신으로 관계를 맺는 ‘소버 소셜라이징’이 사회 전반의 새로운 공감대가 됐다.
예전에 필자에게 복숭아 맛 소주를 권하며 한국 문화를 체험하게 해주었던 그 친구는 이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 강사가 됐다. 요즘도 외국 학생들에게 소주를 권하냐고 묻자, 친구는 연신 손사래를 쳤다. ‘한국 문화를 알려면 술부터 마셔야 한다’던 옛 논리는 이미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을 걷어낸 지 오래라는 것이다. 다만, 오랜 친구끼리 가볍게 한 잔 기울이는 건 여전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글|쑹샤오첸(宋筱茜)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