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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MZ세대 일상 속에 스며든 C-브랜드


2026-07-08      

박고은 중국외문국 아시아태평양 커뮤니케이션센터 한국인 전문가


얼마 전 주말, 서울의 가장 ‘핫한’ 상권이자 젊음의 중심지인 성수동 거리를 걷다가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을 목격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의 MZ세대들이 무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레는 표정으로 입장을 기다리던 곳은 다름 아닌 중국의 밀크티 브랜드 ‘차지(CHAGEE)’ 매장이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중국산 제품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성비 제품’의 대명사였다. 간혹 기대 이상의 성능을 갖춘 제품이 등장하면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이 따라붙곤 했다. 샤오미(小米)의 보조배터리나 미밴드처럼 가성비 높은 소형 가전 위주로 소비되던 시대를 지나, 이제 중국 브랜드(C-브랜드)는 한국 젊은 세대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익숙한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성수동과 강남 등지의 거리를 걷다 보면 각종 밀크티 브랜드와 훠궈, 마라탕 전문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브랜드들이 젊은 층의 일상적인 소비문화의 일부가 된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C-브랜드의 영향력이 식음료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뷰티, 아트 토이, 가전과 자동차 등 일상 전반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모든 소비자가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트렌드에 민감한 일부 한국 대학생들과 젊은 직장인들은 중국의 대표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샤오훙수(小紅書)’나 ‘틱톡(Tik Tok)’을 통해 새로운 유행과 소비 트렌드를 접하고 있다.


특히 과거 한국 소비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중국 화장품 브랜드의 위상 변화는 실로 극적이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는 한국 오프라인 매장 한가운데를 당당히 차지하며 젊은 층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화려하고 독창적인 공주풍 패키징으로 유명한 ‘플라워 노즈(Flower Knows)’는 팝업스토어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며 인기를 끈다. 여기에 K-팝 스타들이 가방에 달고 나와 품절 대란을 일으킨 ‘팝마트(POP MART)’의 아트 토이 키링 역시 MZ세대의 개성을 드러내는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 10월 12일, 서울 근교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 브랜드 로봇청소기의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XINHUA


이처럼 C-브랜드가 한국의 까다로운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기업들이 기존의 ‘저가 공세’에서 벗어나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정체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중국 브랜드들은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과 신속한 트렌드 반영 속도를 앞세워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 ‘로보락(Roborock)’이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한국의 신혼부부와 가정주부들을 공략하며, 삼성과 LG의 안방이던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중국 브랜드라는 이유로 구매를 망설이지 않는다. 가격과 품질, 디자인, 기술력 등 실질적인 가치가 있다고 여기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실제로 최근 영상 인터뷰 촬영 현장에서 만난 젊은 소비자들의 이야기는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한 대학생은 “예전에는 중국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지만, 친구의 추천으로 직접 사용해 보니 품질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은 “주변에서도 중국 가전이나 전기차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눈다”며 “한편으로는 이커머스 플랫폼부터 전기차까지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동시다발적으로 진출하는 것을 보면 한국 브랜드들이 설 자리를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며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결국 한 나라의 브랜드가 다른 나라 젊은이들의 일상에 스며든다는 것은 단순한 상품 소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문화와 취향, 라이프스타일을 매개로 한 민간 교류가 더욱 긴밀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중 수교 이후 양국이 경제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이어왔다면,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이러한 거시적 교류를 넘어 뷰티와 식음료, 패션과 콘텐츠 등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다. 편견 없이 서로의 문화를 수용하고 즐기는 과정에서 양국 국민 간 마음의 거리도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현재 한국 MZ세대의 일상을 파고든 C-브랜드 열풍은 단순한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고, 양국의 민간 교류와 신뢰를 지탱하는 새로운 거대한 소비 흐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중국에서도 더 많은 이들이 한국을 찾고, 한국의 젊은이들 또한 중국의 변화된 트렌드를 직접 마주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덮어놓고 외면하거나 과거의 시선에 갇혀 있기보다, 지금 우리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이다. 앞으로 C-브랜드가 또 어떤 혁신적인 모습과 세련된 감각으로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할지, 그리고 그것이 한중 민간 교류에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글 | 박고은 중국외문국 아시아태평양 커뮤니케이션센터 한국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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