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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아마적정서(給阿嬤的情書,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반평생의 방랑, 고향으로 보내는 편지


2026-07-09      



최근 영화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가 중국에서 인기리에 상영 중이다. 영화는 ‘탕산(唐山, 중국 본토를 가리킴)’으로 보내진 한 통 한 통의 ‘교비(僑批, 해외 거주 화교들이 고국의 가족들에게 생활비와 안부를 전하기 위해 보냈던 편지)’와 수십 년에 걸친 기다림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되며, 지난 세대 화교들의 삶을 한 조각 한 조각씩 복원해 낸다.


역사책 속 ‘하남양(下南洋, 동남아시아로 내려가다)’은 단순한 인구 이동 현상으로 기록되지만, 수많은 동남아 화교 가정에 그것은 돌아올 날을 기약할 수 없는 항해와 다름없었다. 당시 광둥(廣東)성과 푸젠(福建)성의 젊은이들은 생계를 위해 산터우(汕頭), 샤먼(廈門), 광저우(廣州) 등을 떠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로 향했다. 잠시 고향을 떠난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사정이 겹치며 짧은 이별은 결국 평생에 걸친 타향살이로 이어졌다.


영화 속 정무성(鄭木生)은 전형적인 과번인(過番人, 중국 남부에서 바다를 건너 동남아시아로 이주한 화교)의 모습이다. 그는 머나먼 타향에서 반평생 분투하면서도 고향에 두고 온 아내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애틋한 사랑 이야기보다 더욱 필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그 이후 어떤 삶을 살아갔는가 하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화교인 필자는 영화를 보는 내내 선조들을 떠올렸다. 가족들의 말에 따르면 필자의 증조부는 광둥 타이산(臺山) 출신으로, 젊은 시절 인도네시아로 건너와 재봉사가 됐다. 중국에 연인이 있었지만 동남아시아에서 증조모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수년 뒤 중국에 있던 그 여인도 인도네시아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에서처럼 ‘일편단심’ 결말은 아니지만, 그 때문에 현실의 삶이 영화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많은 과번인들이 처음부터 고향을 영영 떠나려 했던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평생 향수를 품고 살았고, 누군가는 동남아시아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또 다른 누군가는 두 지역을 오가며 어느 곳에도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채 평생을 보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주와 방랑이라는 거대한 역사를 추상적인 개념으로 다루지 않고, 그 안에 담긴 개개인의 삶을 섬세하게 되살려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상징은 단연 ‘교비’다. 해외 화교들이 고향으로 부치던 편지와 돈은 단순한 경제적 왕래를 넘어 책임감과 그리움을 담은 매개체였다. 많은 이들이 부두와 고무 농장, 작은 가게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검소하게 살았지만, 고향으로 보내는 돈만큼은 아끼는 법이 없었다. 고향에는 늘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더라도, 그들은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동남아시아에 남겼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후손에게 전했다.


영화는 거의 전편에 걸쳐 차오산(潮汕) 방언을 사용한다. 어린 시절부터 민난어(閩南語, 주로 푸젠과 타이완·臺灣에서 쓰이는 중국어 방언)를 사용해 온 화교 후손인 필자는 대사의 일부만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깊은 친밀감을 느꼈다. 어릴 적 어른들은 ‘탕산’을 자주 이야기하곤 했는데, 필자는 오랫동안 그것이 어떤 산의 이름인 줄 알았다. 성인이 된 뒤에야 비로소 ‘탕산’이 선조들이 평생 그리워했던 고향, 중국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동남아시아 화교 사회가 함께 공유해 온 가족의 기억에 가깝다. 오늘날 우리들은 이 영화를 통해 오랫동안 잊혔던 그들의 이야기에 다시 한번 귀를 기울이게 된다. 


글ㅣ안토니 하르디(Antony Hardi) 중국외문국 아시아태평양 커뮤니케이션센터 인도네시아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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